1절에서 바울은 빌립보 성도들을 향해 ‘사랑한다’는 말을 거듭하고 있는데 그 사랑의 근거는 ‘주 안’에 있기 때문이며, 주 안은 정죄함이 없는 세계(롬8:1)다. 즉 예수 그리스도의 피로 씻음받아 깨끗하게 되었다는 말이다.
이 사랑은 흔히 세상에서 통용되는 사랑과는 차원이 다르다. 세상 사람들이 사랑한다고 하면 혈연관계든지 아니면 서로의 이익을 위해 필요로 하는 자를 사랑하는 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성경에서 사랑을 거론할 때는 예수님의 십자가와 관계가 있다.
바울은 빌립보 출신도 아니며 그들과 무역을 하거나 그 지역에 오래 살면서 정을 나눈 것도 아니며 특별한 이해관계가 있는 것도 아닌데 그들을 사랑한다는 것은 오직 예수 안에서 한 형제가 되었기 때문이다.
2절에서는 유오디아와 순두게에게 ‘주 안에서 같은 마음을 품으라’고 권면하고 있다. 이 두 사람이 구체적으로 어떤 관계였는지 알 수 없으나 한마음이 되지 못해 교회의 근심이었던 것은 분명해 보인다.
복음을 사랑하고 주님의 피로 죄 씻음 받은 자는 자신과 같은 성도를 아끼고 사랑하는 것이 당연한데 잠시나마 개인의 육적인 품성 때문에 경쟁하고 미워하며 다투는 경우도 종종 있다. 이런 자들에게 바울은 ‘주 안’에 있다는 점을 되새기게 하면서 ‘같은 마음을 품으라’고 권면한다.
이것은 어떤 상황에도 성도는 예수님 피가 우선되어야지 개인의 특성이 살아 우열을 거론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3절에서도 이 사실을 거듭 강조한다. ‘나와 멍에를 같이한 자’에게 요청하기를 ‘나와 함께 힘쓰던 저 부녀들’ 그리고 ‘글레멘드와 그 외에 나의 동역자들’을 도우라고 한다.
여기에서 보면 다수의 성도들이 약간의 특성을 가진 두 부류를 외면하지 말고 한마음을 갖고 협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그 이름들이 생명책에 있음’ 때문이다.
‘주 안에 서라(1절).’ ‘주 안에서 같은 마음을 품으라(2절).’ ‘그 이름들이 생명책에 있느니라(3절).’ 이 구절들은 모두 같은 의미를 담고 있다. 예수님이 십자가에서 대속의 피를 흘렸고, 그 피로 씻음받아 피의 증인이 되었음을 잊지 말라고 강조하는 측면에서 거론된 표현들이다.
4절에 ‘기뻐하라’는 말을 반복하고 있고, 이 또한 ‘주 안’에 있기 때문이며, 5절 ‘너희 관용을 모든 사람에게 알게 하라’는 말씀 역시 주님의 약속(십자가 새언약) 때문이다. 십자가 지심으로 다 이루셨는데, 그 이루심은 주님이 다시 오신다는 약속도 확정해 주는 내용이다.
6절에 “아무것도 염려하지 말고 오직 모든 일에 기도와 간구로 너희 구할 것을 감사함으로 하나님께 아뢰라. 그리하면 모든 지각에 뛰어난 하나님의 평강이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너희 마음과 생각을 지키시리라.”고 했다.
이 구절 역시 앞에 나온 구절의 바탕으로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염려하지 말고 감사함으로 하나님께 아뢰면 주님이 너희 마음과 생각을 지키신다’는 것인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감사함으로 하나님께 아뢰는 것’이다. 지극히 사소한 것이라도 주님과 의논하고 그분의 마음과 하나가 될 때 성도는 주님이 주시는 참 평안을 누리게 된다.
염려, 원망, 불평은 주님의 마음과 내 마음이 하나 되지 못해 생긴다. 이걸 달리 표현하면 주님과 한마음이 되면 감사, 평강이 있다는 것이다.
이 구절을 대하면서 짜증, 불안, 염려, 원망보다는 감사, 평강이 좋으니까 주님과 하나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하는 자들이 있는데 이는 주객이 전도된 심각한 상황이다. 내 기쁨을 위해 주님과 화목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주님의 주되심을 드러내기 위해 이미 십자가에서 대속의 피를 흘리셨고, 그 효력으로 주님의 지체가 된 자들이 발생했기에 그들은 어떤 일이 있다 할지라도 주님의 십자가 능력은 변치 않는다는 점을 거듭 확인하고 그 사실을 증거할 자로 부름을 받았다는 것이다.
8절은 어떤 상황에 있든지 주님의 십자가 대속을 잊지 말라고 하고, 9절 역시 바울이 전한 십자가만 기억하면 주님의 사랑이 영원할 것임을 말하고 있다.
바울이 빌립보 성도들을 생각하며 기뻐하고 감사하는 이유는 하나다. 주님의 십자가 사랑의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자신의 수고와 땀의 열매로 기뻐하는 세상 사람들과 예수님의 희생으로 만들어진 열매로 기뻐하는 사도의 차이를 본문을 보면서 볼 수 있다면 그는 이미 사도와 같은 은혜를 받은 자다.
‘기뻐하라. 감사하라.’고 한 사도의 말을 율법을 지키듯 지켜야 할 명령으로 받는다면 절대 지킬 수 없는 말이다. 하지만 예수님의 십자가로 다 이루셨음을 믿게 된 자는 주님의 완성하심이 바탕에 깔려 있기에 어떤 상황에서도 기쁨과 감사가 나올 수밖에 없다. 그러기에 사도의 말은 성도들에게 뭔가를 행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주님의 사랑을 세상 것들로 흐리지 말고 선명하게 바라볼 것을 말씀하고 있다. “그리스도께서 십자가에 못 박히신 것이 너희 눈앞에 밝히 보이거늘 누가 너희를 꾀더냐(갈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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