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장 1~9절에서는 이미 얻은 구원에 대한 감사와 찬양이 펼쳐진다[1절 “주 안에서 기뻐하라” 9절 “내가 가진 의는 ~그리스도를 믿음으로 말미암은 것이니”]. 하지만 본문에서는 앞의 구절과는 전혀 상반된 내용이 전개된다[12절 “내가 이미 얻었다 함도 아니요 온전히 이루었다 함도 아니라” 14절 “부름의 상을 위하여 좇아가노라.”]
그렇다면 도대체 무엇이 정답인가? 예수님이 십자가에서 죽음으로 우리가 이미 죄 사함(구원)을 받은 것인지, 아니면 구원이라는 최종 목적지(푯대)에 도달하기 위해 우리가 계속 좇아가야 하는지 큰 혼란이 야기된다.
이렇게 앞뒤 구절이 일관성이 없는 것처럼 보이는 이유가 있다. 그것은 ‘내 구원’이 목적이 되어 있으니 그렇게 보이는 것이다. 성경은 예수님이 어떤 분인지 증거하고 있는데 우리는 내 구원의 관점으로 성경을 읽고 있다는 말이다.
이제 예수님이 어떤 분인지 말씀을 따라가 보자. 10절 말씀은 ‘예수님이 고난을 받으셨고(십자가 지셨고), 능력으로 부활하셨다’고 밝히고 있다. 이런 예수님을 바울은 본받기 원한다고 했다. 그래서 12절에 “내가 이미 얻었다 함도 아니요 온전히 이루었다 함도 아니라”고 말한 것이다. 그러니까 12절은 내 구원의 관점으로 보면 ‘미완성’처럼 보이지만, 예수님의 관점에서 보면 십자가와 부활의 능력을 성도를 통해 현재 진행형으로 펼쳐가시는 것이다.
13-14절에 “형제들아 나는 아직 내가 잡은 줄로 여기지 아니하고 오직 한 일 즉 뒤에 있는 것은 잊어버리고 앞에 있는 것을 잡으려고 표대를 향하여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하나님이 위에서 부르신 부름의 상을 위하여 좇아가노라.” 이렇게 말하고 있다.
“아직 내가 잡은 줄로 여기지 아니하고” 이렇게 표현한 이유는, 복음을 들은 자들이 ‘나는 이제 구원받았으니 내 삶을 즐기자’는 식으로 살아가고 있음에 대해 그것이 잘못된 방향임을 지적하신 것이다.
로마서 5장 20절에서 “죄가 더한 곳에 은혜가 더욱 넘쳤나니”라고 했고(이 구절은, 죄의 깊이(또는 크기)를 아는 만큼 은혜(용서)의 크기를 안다는 것인데), 이 말씀을 오해하는 자들에게 6장 1-2절에서 “그런즉 우리가 무슨 말 하리요 은혜를 더하게 하려고 죄에 거하겠느뇨 그럴 수 없느니라 죄에 대하여 죽은 우리가 어찌 그 가운데 더 살리요” 이렇게 반박하고 있다.
사람들은 하나님의 말씀을 내 유익을 위해 이용하려 한다. 그런 자들을 경계하면서 오직 예수님이 어떤 분인지 계속 주목하도록 말씀이 전개된다. 그래서 ‘오직 한 일, 즉 뒤에 있는 것은 잊어버리고 앞에 있는 것을 잡으려고 좇아가노라’고 했다.
과거의 자랑거리나 수치스러운 일에 매여 있을 이유가 없고, 앞에 있는 것을 붙잡기 위해 달려간다는 것이다. 이것 역시 자신의 유익을 위함이 아니라 예수님이 성도를 통해 자신을 드러내시기에 증인으로 사는 자의 자세를 이야기하고 있다.
예수님의 십자가 죽음과 부활을 어느 한 시점에 있었던 과거 일로 넘겨버릴 수 없고, 지금도 성도를 통해 반복하고 있음을 바울은 전하고 있다. 그래서 바울 자신은 예수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을 본받아 푯대를 향하여, 또는 부름의 상을 위하여 좇아간다(현재 진행)고 말했다.
15-16절을 다른 번역판(현대인의 성경)으로 보면 이렇게 되어 있다. “그러므로 믿음이 성숙한 사람들은 모두 이와 같은 생각으로 살아야 합니다. 만일 여러분이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하나님은 그것도 분명하게 바로 가르쳐 주실 것입니다. 우리가 어느 정도의 수준에 도달했든지 지금까지 따른 법칙에 따라 계속 그대도 살도록 합시다.”
이 구절에 의하면, 현재의 해석 차이, 이해 차이를 너무 심각한 것으로 여기지 말고, 때가 되면 주님이 하나 되게 하실 것을 믿고 중단없이 현재의 깨달은 바에 따라 증인의 신분을 망각하지 말고 살아가자는 것이다.
성도라 해도 그들의 깨달음이 완전한 것은 아니다. 그러기에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수용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십자가의 능력을 부인하는 자들을 용납하라는 말은 아니다.
말씀을 정리해 보자. 예수님이 십자가 지심으로 이루신 구원(의)은 변할 수 없는 것이다. 그리고 그 의와 사랑을 증거하기 위해 성도는 주님의 죽으심과 부활의 능력을 삶의 현장에서 드러내는 역할을 맡았다. 그러기에 쉼 없이 계속 예수님의 능력을 전파하기 위해 달려가는 것이 성도의 삶이다.
복음의 훼방꾼들은 복음을 왜곡하면서 이런 주장을 한다. ‘이미 구원 얻은 성도들은 더 이상 달려갈 길은 없다’고. 그러면서 이미 주신 구원을 마음껏 누리는 삶을 살라고 한다. 그리고 주님의 증인으로 부지런히 달려가는 성도들에게 ‘이미 이룬 구원을 믿지 못하기에 전전긍긍한다’고 조롱한다.
성도의 푯대를 향한 질주는 구원을 얻기 위함이 아니라 예수님이 이루신 구원을 증거하는 증인의 삶이고, 이는 성령에 의해 인도받는 성도가 가는 길이다. 본문은 이것을 우리에게 일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