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절에 “이러므로 하나님이 그를 지극히 높여 모든 이름 위에 뛰어난 이름을 주사” 이렇게 시작하고 있는데, 이것은 ‘예수님이 하나님의 본체지만 자기를 낮추어 이 땅에 오셨고, 아버지의 뜻에 따라 죽기까지 복종하심’ 때문에 하나님이 아들을 지극히 높이셨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아들)를 지극히 높이는 방법’은 ‘모든 이름 위에 뛰어난 이름을 주심’으로 이루셨는데, 이는 아들의 이름 외에 다른 이름은 무의미하게 만들고(행4:12, 천하 인간에 구원을 얻을 만한 다른 이름을 우리에게 주신 일이 없음이니라) 오직 아들의 이름만 주목받게 하셨다는 것이다.
이 사실을 알지 못하는 자들은 자기의 이름에 주목하고 자신의 이름을 높이려고 혈안이 되어 살아간다. 혹시 누가 자신의 이름을 더럽히거나 무시하는 자가 있다면 그를 원수로 여겨 복수하고 자신의 명예를 되찾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10절에는 “하늘에 있는 자들과 땅에 있는 자들과 땅 아래 있는 자들로 모든 무릎을 예수의 이름에 꿇게 하시고” 이렇게 되어 있는데, 이 또한 아들의 이름을 높이는 아버지의 중요한 전략이다. ‘예수의 이름에 무릎을 꿇게 하심’을 통해서 아들을 만유의 주로 세우시는 것이다.
11절에는 “모든 입으로 예수 그리스도를 주라 시인하여 하나님 아버지께 영광을 돌리게 하셨느니라.”라고 했다. 이 또한 아들의 이름을 높이는 방법인데, 모든 피조물이 예수님을 주로 인정하게 하는 것이다.
세상의 주인은 예수님이다. 하지만 사단의 유혹에 넘어가 선악과를 따먹은 인간은 자신을 신으로 착각하고 스스로 주인 행세를 하며 살아간다. 이런 완악한 자들을 결국 아들에게 무릎 꿇고 주로 시인하게 만드시는 분이 하나님이다.
그리고 아들을 높이고 주로 인정하는 일, 즉 아들 중심으로 세상이 돌아가도록 하시는 일을 통해서 아버지도 영광을 받으신다. 이것이 원래 아버지와 아들이 약속한 내용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우리가 간과하지 말아야 할 부분은, 예수님을 제쳐둔 채 하나님을 단독적으로 높이고 영화롭게 할 방법은 없다는 점이다. 오직 아들을 높여 그 앞에 무릎 꿇고 주로 시인하는 것만이 아버지를 영화롭게 하는 유일한 방법이다.
날마다 하나님을 사모하고, 그분이 주신 율법을 묵상하며, 입을 열 때마다 하나님을 찬송한다고 해서 하나님을 영화롭게 하는 것이 아니다. 아들을 높일 때만 아버지가 영광을 받는다는 점을 본문에서 분명히 밝히셨다. 아들이 없이는 아버지를 영화롭게 할 방법이 없다.
그 아들은 이 땅에 오셔서 죄인이 되셨고, 자기 백성의 죄를 대신해서 십자가에서 저주를 받아 죽었고, 그런 아들을 하나님이 다시 살리심으로 만유의 주로 삼으셨다. 우리 죄를 위해 죽었다가 다시 살아나신 분을 주로 믿고(시인하고), 그 앞에 무릎을 꿇을 때(죄인임을 자백할 때) 주님을 높이고 아버지께 영광을 돌리는 것이다.
12절에는 이런 말씀이 있다. “두렵고 떨림으로 너희 구원을 이루라.” 이 구절만 보면, 나의 구원을 이루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해야 할 것으로 여겨진다. 그런데 13절을 보면 생각이 달라진다. “너희 안에서 행하시는 이는 하나님이시니”
인간은 각자 자신의 유익을 위해 개별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는데 ‘너희 안에서 행하시는 이는 하나님’이라고 말씀하심으로 나의 행동의 주체가 내가 아니라 하나님이란 점이 확실해 졌다.
만약 구원이 나의 행동 여하에 달려있다면 하나님이 주신 율법을 준수해서 합격점을 받으면 천국에 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누구도 율법을 지켜 합격점을 받을 수 없다(롬3:20 율법의 행위로 그의 앞에 의롭다 하심을 얻을 육체가 없나니 율법으로는 죄를 깨달음이니라).
구원은 예수님께 달려있다. “나를 보내신 이의 뜻은 내게 주신 자 중에 내가 하나도 잃어버리지 아니하고 마지막 날에 다시 살리는 이것이니라(요6:39)” “아들을 낳으리니 이름을 예수라 하라 이는 그가 자기 백성을 저희 죄에서 구원할 자이심이라(마1:21).”
17절에 “만일 너희 믿음의 제물과 봉사 위에 내가 나를 관제로 드릴지라도 나는 기뻐하고 너희 무리와 함께 기뻐하리니”라고 했는데, 이 구절은 구약의 제사 형식을 이해해야 해석할 수 있다.
제사장은 매일 아침과 저녁에 번제를 드리도록 명하셨는데(이것을 상번제라 한다) 제물로 1년 된 어린 양 한 마리와 고운 밀가루 에바 십분 일과 찧은 기름 힌의 사분 일을 더하고(소제) 또 포도주(전제) 힌의 사분 일을 더한다(출29:38~42). 그리니까 동물 제물이 드려짐과 함께 곡식(소제)과 기름이 첨가되고, 또 포도주 또는 독주(전제)가 같이 드려짐으로 제사가 완성된다.
17절은 바울이 빌립보 지역 성도를 사랑하는 마음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데, 빌립보 성도의 ‘그리스도에 대한 믿음’과 ‘복음 전파를 위한 봉사’를 제물로 표현했고, 그 제물에 바울 자신을 관제(=전제)로 부어 제사를 완성하게 된다면 자신은 한없이 기쁘겠다고 한 것이다.
여기에서 ‘관제’는 자신의 마지막 피 한 방울, 땀 한 방울도 남김없이 성도들을 위해 드려지기를 소망하는 사도의 마음이다.
빌립보 교인들의 마음도 바울의 마음도 그리스도께서 자기의 뜻을 이루기 위해 움직이고 있으므로 이것을 ‘너희 안에서 행하시는 이는 하나님’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