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24절에서 “내가 그 두 사이(사는 것과 죽는 것 사이)에 끼였으니 떠나서 그리스도와 함께 있을 소망을 가진 이것(죽는 것)이 더욱 좋으나 그러나 내가 육신에 거하는 것(사는 것)이 너희를 위하여 더 유익하리라”고 했다.
이 구절의 의미는, 나(바울) 개인을 생각하면 몸을 떠나(죽어서) 그리스도와 함께 있는 것이 좋지만, 너희(성도)를 위해서는 내가 살아서 복음 전하는 것이 유익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바울은 그리스도가 존귀하게 된다면 자신은 살든 죽든 상관없다고 말한다(1:20).
이런 사상은 바울 서신 전반에서 표출된다. 로마서 14장 8절에는 “우리가 살아도 주를 위하여 살고 죽어도 주를 위하여 죽나니 그러므로 사나 죽으나 우리가 주의 것이로라.”고 했고, 고린도전서 10장 31절에서는 “그런즉 너희가 먹든지 마시든지 무엇을 하든지 다 하나님의 영광을 위하여 하라.”고 했다.
보통 사람들이 자기를 위해 사는 데 비해 바울은 그리스도를 위해 산다는 점이 특이하다. 현재 로마 감옥에 갇혀 있는 바울은 빌립보에 있는 성도들에게 편지하면서 ‘감사와 기쁨(1:3~4절)’에 충만한 상태이고, 이것은 자신을 위한 삶이 아닌 복음을 위한 삶을 살아가기에 일어나는 현상이다.
이 기쁨과 감사가 자신뿐만 아니라 빌립보 성도들에게도 있기를 소망하며 이런 당부를 한다. “오직 너희는 그리스도 복음에 합당하게 생활하라(27절)”고.
‘복음에 합당한 생활’은 자신의 몸을 위한 삶이 아니라 그리스도의 지체로 살아가는 삶이다. 즉 예수 그리스도의 증인으로 살아가는 것이다.
사람들은 대부분 자기만족을 위해 먹고 마시며 살아간다. 그래서 늘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마실까 염려한다. 그런데 성도는 이런 염려를 할 이유가 없다. 왜냐하면 “천부께서 이 모든 것이 너희에게 있어야 할 줄을 아시느니라(마6:32).”고 말씀하셨기 때문이다.
먹고 마시는 것에 대한 염려 대신 ‘그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하라(마6:33)’고 하셨고, 여기에 초점을 맞춰 살아가는 자들은 근심, 걱정이 있을 까닭이 없다. ‘공중에 날아다니는 새도, 들에 핀 백합화도 하나님께서 먹이시고 입히시는데 하물며 너희들을 외면하시겠느냐(마6:26~30)?’고 말씀하신 분이 여호와 하나님이다.
복음에 합당한 생활에 대해 27~28절에는 이렇게 말씀하고 있다. “너희가 일심으로 서서 한 뜻으로 복음의 신앙을 위하여 협력하는 것과 아무 일에든지 대적하는 자를 인하여 두려워하지 아니하는 이 일(27~28절)”이라고.
요약하면, 복음을 위하여 협력하고 복음을 대적하는 자를 인하여 두려워하지 않고 계속 복음을 전하는 것이 복음의 합당한 생활인데, 바울과 빌립보 성도들이 한마음이 되어 지금 이 일에 힘쓰고 있다고 편지에 쓰고 있다.
오직 복음 때문에 협력하고 대적자를 두려워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복음 전파하는 일에 매진하는 자들은, 그 행위 자체가 ‘구원의 빙거(증거)’라고 말하고 있다. 반대로 복음 전파를 방해하고 협력하지 않는 자들은 그 행위가 바로 ‘멸망의 빙거’가 된다는 것이다.
29절에는 이런 말씀도 있다. “그리스도를 위하여 너희에게 은혜를 주신 것은 다만 그를 믿을 뿐 아니라 또한 그를 위하여 고난도 받게 하심이라. 너희에게도 같은 싸움이 있으니 너희가 내 안에서 본 바요 이제도 내 안에서 듣는 바니라.”
위 구절에서 ‘은혜’는 ‘믿음’으로 이해하면 된다. 하나님이 특정인에게 은혜(믿음)를 주신 것은 예수님의 십자가 복음을 믿는 것뿐만 아니라 십자가 고난도 받게 하심이라고 했다. 바울이 지금 십자가를 믿고 전하는 것 때문에 로마 감옥에 갇혀 있고, 이 점은 빌립보 성도들도 다 아는 바다. 이것은 모든 성도들이 십자가 대속의 은혜를 맛보며 감사하지만 또 그 복음을 전하다가 고난도 받는다는 점을 설명하고 있다.
요한복음 15장 19절에 이런 말씀이 있다. “너희가 세상에 속하였으면 세상이 자기의 것을 사랑할 터이나 너희는 세상에 속한 자가 아니요 도리어 세상에서 나의 택함을 입은 자인 고로 세상이 너희를 미워하느니라.”
이 구절에서 성도들이 세상에서 핍박받는 이유를 발견할 수 있다. 성도는 이 세상에서 이질적인 존재이기 때문이다. 겉모양은 똑같은데 생각하는 것과 행동하는 것이 차이가 있고, 최종 목적지가 다르기에 동질감이 없다. 끼리끼리(유유상종) 살아가는 세상에서 그들 무리에 속할 수 없는 자가 성도이다.
일부러 남들에게 미움을 받겠다고 돌발적인 행동이나 말을 한다면 그는 정신이 온전치 못한 자다. 하지만 자신이 의도한 것도 아닌데 예수님 때문에 타인으로부터 미움받게 된다면 그는 세상에 속한 자가 아니라 하늘에 속한 자임이 틀림없다. 그러니 복음 때문에 고난을 받는다면 그는 고난 자체를 영광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자녀이면 또한 후사 곧 하나님의 후사요 그리스도와 함께 한 후사니 우리가 그와 함께 영광을 받기 위하여 고난도 함께 받아야 될 것이니라(롬8: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