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은 남편 된 자의 책임과 형제(성도)들을 어떻게 대할 것인가에 대해 말씀하고 있는데, 이것은 ‘주를 위하여(2:13)’라는 바탕에서 출발하고 있다.
먼저 남편 된 자에게 권면하신 내용을 살펴보면, “남편 된 자들아 이와 같이(7절)” 이렇게 시작하고 있는데, ‘이와 같이’란 “인간에 세운 모든 제도를 주를 위하여 순복(2:13)”하라는 말씀의 연장선에서 이해하면 된다. 즉 ‘왕과 방백에게 순복(2:13-14)’하고 ‘사환은 주인에게 순복(2:18)’하고, ‘아내는 남편에게 순복(3:1)’해야 하는 것처럼 ‘남편은 아내를 귀히 여기라’고 말씀하고 있다.
“지식을 따라 너희 아내와 동거하고”라고 했는데, 여기에서 ‘지식’은 예수 그리스도를 아는 지식을 말한다. “이전 알지 못할 때(1:14)”와 “어리석은 사람들의 무식한 말(2:15)”과 대비를 이루는 구절로, 십자가 사랑을 받은 자답게 살아갈 것을 말씀하고 있다.
‘지식을 따라 아내와 동거’하는 것은 세상 사람들이 생각하는 부부의 동거(함께 살기 원해서 결혼을 했으니 동거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생각)와는 전혀 다른 이유이다. 결혼을 통해서 남편의 역할을 부여받은 자는 아내와 동거하면서 아내를 귀히 여기고 사랑함으로 예수님의 성도를 향한 일방적 희생(사랑)을 확인하는 기회로 삼는다.
“생명의 은혜를 유업으로 받을 자로 알아 귀히 여기라”는 말씀도 같은 차원이다. 예수님과 성도가 한 몸인 것처럼 아내와 남편은 한 몸이다. 그러니 당연히 생명의 은혜를 유업으로 함께 받는다는 생각으로 아내를 대우하라는 것이다.
단, 세상에서의 남편, 아내는 예수님과 성도의 관계를 보여주는 그림자 역할이기에 남편이 생명을 유업으로 받고 아내는 유업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너희 기도가 막히지 아니하게 하려 함이라”는 말씀은, 아내를 말씀에 따라 대우하지 못하는 경우 예수님과 나의 관계까지 흐트러진 상태이기에 온전한 기도가 성립될 수 없다는 것이다. 달리 표현하면 남편이 아내를 귀히 여기는 상태에서만 예수님이 나를 사랑하신다는 점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제 형제(성도)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말씀을 보자. “마음을 같이 하여 체휼하며 형제를 사랑하며(8절)”라고 했는데, ‘체휼’은 똑같은 경험을 했기에 같은 심정을 갖는다는 것이다. 이것은 남을 이해하는 차원이 아니라 한 몸으로 아끼는 상태를 말한다.
“복을 유업으로 받게 하려 하심이라(9절)”는 말씀은, 형제가 나와 다른 별개의 존재로 생각하지 말고 그리스도 안에서 한 지체로 여기라는 의미다.
“생명을 사랑하고 좋은 날 보기를 원하는 자는 혀를 금하여 악한 말을 그치며 그 입술로 궤휼을 말하지 말고 악에서 떠나 선을 행하고 화평을 구하여 이를 좇으라(10-11절).”고 했다. 이 구절 역시 ‘천국을 유업으로 받을 자’의 마음가짐에 대해 말하고 있다.
악한 말, 궤휼(교묘한 속임수)은 나의 유익을 위해 상대를 이용하는 짓이다. 성도는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새 생명을 얻은 자(생명은 은혜를 유업으로 받은 자, 복을 유업으로 받은 자)이기에 더 이상 내가 나를 챙길 이유가 없다. 그러니 상대를 이용해서 나의 목적을 달성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불가능하다.
“주의 눈은 의인을 향하시고 그의 귀는 저의 간구에 기울이시되 주의 낯은 악행하는 자들을 향하시느니라(12절).”는 말씀은 예수님이 지금도 여전히 살아계셔서 모든 것을 지켜보고 계신다는 것이다.
더 구체적으로 들어가면, 성도와 성도 아닌 자를 구별하며 대우하신다는 것이다. 주의 눈과 귀는 의인을 향하시고, 주의 낯은 악인을 향하신다고 했다. 자기 백성을 향한 눈과 귀는 보살핌의 의미가 담겨 있다면, 악인을 향한 주님의 낯은 심판자로서 진노하시는 모습이다.
요한계시록 6장 16절에 이런 말씀이 있다. “산과 바위에게 이르되 우리 위에 떨어져 보좌에 앉으신 이의 낯에서와 어린 양의 진노에서 우리를 가리우라.”
이 구절은, 하나님이 진노하시는 모습이 너무도 두렵기에 산이나 바위가 자신에게 떨어져 주님의 낯을 보지 않는 것이 더 낫겠다는 이야기다. 산과 바위가 사람 위에 떨어지는 것은 상상만 해도 끔찍하고 공포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주님의 진노하시는 얼굴을 보는 것은 그보다 훨씬 더 무섭기에 차라리 산과 바위에 깔려 죽더라도 하나님의 얼굴을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주님의 얼굴이 성도를 향하고 있을 때는 한없는 인애와 자비가 담겨 있지만 불신자를 향할 때는 분노가 폭발하여 심판을 쏟아부으실 것이기에 누구도 그분의 화난 얼굴을 마주하면서 태연할 수가 없다.
예수님의 십자가는 자기 백성의 죄를 담당하시는 용서와 사랑을 확증해 보여주신 것이다. 하지만 저주받을 자에게는 그들이 바로 하나님을 저주했음을 확증하는 증표이다. 그래서 주님의 십자가가 성도에게는 사랑의 절정이지만 불신자에게는 영원한 형벌의 표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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