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절에서 “아내 된 자들아 이와 같이 자기 남편에게 순복하라.”고 했는데, 여기에서 ‘이와 같이’라는 말은, 앞에서 거론한 ‘인간에 세운 모든 제도를 주를 위하여 순복(2:13)’하라는 말씀의 연장선에서 이해하면 된다. 세상 권세자(왕, 방백)에게 순복하고, 사환들은 범사에 주인에게 순복(2:18)하는 것처럼 아내는 남편에게 순복할 것을 권하고 있다.
사람들은 어떤 행위를 하든 자신을 위해서 한다. 그러나 성경은 ‘주를 위하여(고전10:31)’ 하도록 명하고 있다. 따라서 아내가 남편에게 순복하는 이유가 가정의 평안을 위함이거나, 남편이 아내보다 더 지혜롭고 현명해서가 아니라 주를 위해서 순복해야 한다.
그럼 아내가 남편에게 순복하는 것이 주를 위한 것이 되는 이유가 무엇인가? 성경은 예수님과 성도의 관계를 남편과 아내의 관계로 설명하고 있다(엡5:22-25). 남편은 예수님의 역할, 아내는 성도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러기에 아내(성도)는 당연히 남편(예수님)에게 순복하는 것이 합당하다.
그리고 또 아내가 남편에게 순복하라고 하신 이유가 있다. ‘아내’는 남편이 있는 여자다. 남편이 사망하거나 남편과 헤어졌다면 그 여인은 ‘아내’는 아니다. ‘아내’는 남편과 짝을 이뤄 부부가 되는데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소속된 자’라는 점이다.
하나님이 세상에 각종 제도를 마련하시고, 또 성도를 타인과 관계를 맺으며 살게 하신 이유는 주님과 성도의 관계를 알려주시려는 것이다. 부부 사이에서 아내는 남편에게 소속된 자다(남편 역시 아내에게 소속된 자다). 남편이 없다면 소속 관계가 성립하지 않지만 남편이 있는 경우에는 남편의 아내인 것이다. 이것을 끊임없이 확인케 하신 것이 남편에게 순복하라고 하신 이유다.
소속된 자는 자기 혼자만의 유익을 위해 행동하지 못한다. 반드시 상대를 생각해야 하고, 자신의 위치를 인식한 채 움직여야 한다. 성도는 그리스도의 지체로 살아야지 그리스도에게서 벗어나 살아가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부부 관계에서 아내가 남편에게 소속되어 있음을 인식하며 살아갈 때 그는 한 사람의 아내로 살아가는 삶이 된다.
“도를 순종치 않는 자라도 말로 말미암지 않고 그 아내의 행위로 말미암아 구원을 얻게 하려 함”이라 했다. ‘도를 순종치 않는 자’란, 예수님을 믿지 않는 남편을 말한다. 이런 자라도 아내는 남편에게 순복하라고 하셨다. 왜냐? 순복이라는 행위를 통해 남편에게 예수님의 도를 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성도는 예수님의 증인이다. 아내의 위치에 있는 성도는 남편에게 순복함으로 예수님의 주 되심을 증거해야 한다. 이 일에는 남편의 성향이나 행동에 따라 순복할지 말지가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3-4절에서는 “너희 단장은 머리를 꾸미고 금을 차고 아름다운 옷을 입는 외모로 하지 말고 오직 마음에 숨은 사람을 온유하고 안정한 심령의 썩지 아니할 것으로 하라 이는 하나님 앞에 값진 것이니라.”고 했다.
이 말씀은, 외모를 가꾸는 것보다 내면을 아름답게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말인데, 외모는 눈으로 확인할 수 있으니 미추(美醜)를 분별할 수 있지만 내면은 어떻게 알 수 있는가? 여기에 대해서 5절에서는 이렇게 답한다. “자기 남편에게 순복함으로 자기를 단장(5절)”한다고.
6절을 보자. “사라가 아브라함을 주라 칭하여 복종한 것 같이 너희가 선을 행하고 아무 두려운 일에도 놀라지 아니함으로 그의 딸이 되었느니라.”
5절, 6절을 연결해서 보면, 사라는 남편에게 순복함으로 자기를 단장한 아내라고 칭찬하고 있는데 ‘남편에게 순복하는 것이 자기를 단장한 것’이란 말에는 쉽게 납득이 안 된다.
‘온유하고 안정한 심령’을 가졌다면 그(아내)는 내면을 아름답게 가꾼 자로 평가할 수 있겠지만, 남편에게 순복하는 것이 내면을 단장하는 것이란 주장은 억지스럽다. 그리고 또 사라는 남편에게 주라고 칭했다고 했는데, 이것이 어찌 내면을 아름답게 꾸민 아내의 표상이라 할 수 있는가?
이 부분이 결론인데, 사라는 남편에게 철저히 순복했고, 그것은 성도가 주님께 복종하는 것과 같은 것이었고, 그렇게 할 때 그는 ‘그의 딸이’ 되었다고 했다. 이 말씀은 아내(성도)가 남편(주님)께 복종함으로 그(주님)의 딸(이스라엘)이 되었다는 말씀이다.
우리는 본문을 읽으면서 계속 인간(아내)의 입장에서 생각하다 보니 그리스도의 마음을 읽는데 실패한다. 모든 성경은 예수님을 증거하고 있고 본문 역시 예수님이 어떤 분인가를 말씀하셨다. ‘아내 된 자들아’ 이렇게 시작된 말씀이기에 계속 ‘아내’에 집중하게 되는데, 예수님의 사랑받은 아내(성도)를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아내는 남편에게 복종할 때 그는 진정한 아내다. 예수님께 복종하는 자가 성도라는 뜻이다. 외모가 아닌 마음을 단장하는 것도 ‘겸손, 온유, 인내 등등’을 겸비하는 것으로 이해하기 쉽지만, 십자가 지심으로 모든 것을 이루신 주님께 복종하는 것만이 마음을 아름답게 꾸미는 것임을 본문은 우리에게 일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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