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은 성도가 어떤 자인가를 잘 규정하고 있는데, 9절에서는 ‘택하신 족속, 왕 같은 제사장, 거룩한 나라, 그의 소유된 백성’이라고 했고, 10절에서는 “전에는 백성이 아니더니 이제는 하나님의 백성이요, 전에는 긍휼을 얻지 못하였더니 이제는 긍휼을 얻은 자”라 했고, 11절에서는 “나그네와 행인 같은 너희”라고 했다.
9, 10절을 보면 성도가 굉장히 대단한 존재로 느껴지고, 11절을 보면 전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그러나 성경은 성도에게 초점을 맞춰 읽으면 오해가 발생한다. 그 이유는 예수님이 어떤 분인지를 소개하는 책이기 때문이다.
이제 예수님이 어떤 분인가를 주의해서 살펴보자. 9절에서 성도가 어떤 자인가를 나열하신 이유는 ‘성도를 성도 되게 하신 분의 아름다운 덕을 선전하게 하려 하심’이라고 분명히 밝히고 있다. 그러니 성도의 위대함에 마음 빼앗기지 말고, 찬양받기 원하시는 분(사43:21), 영광 받기 원하시는 주님(빌2:11)께 집중해야 한다.
10절 역시 같은 관점에서 읽으면 쉽게 의미를 파악할 수 있다. ‘백성 아닌 자를 백성으로 만들었고, 긍휼을 얻지 못한 자를 긍휼을 얻은 자 되게 하신 분이 바로 예수님’이란 점을 말씀하고 있다.
유대인들은 하나님을 섬긴다고 하면서 하나님이 주신 율법을 지키려고 안간힘을 썼고, 또 자신들이 아브라함의 후손이란 점에 큰 자부심을 가졌다. 하지만 그들이 이 땅에 오신 하나님의 아들을 살해했다. 이것이 보여주는 바는 하나님을 잘 섬긴다는 것도 위험하고, 또 아브라함의 후손임을 자랑하는 것 역시 대단히 위험한 생각이다.
조상 아브라함을 자랑하는데 그는 갈대아 우르에서 우상을 섬기던 사람이었다. 그런 자를 불러 가나안으로 이끄시고 자기 백성으로 삼으신 하나님은 자신의 사랑과 희생의 위대함을 보여주기 위해 아브라함을 부르셨다. 그런데 이스라엘 백성들은 하나님의 사랑에 감사하기 보다 자신들을 위대하게 여겼고, 자신들을 평안과 행복으로 인도하지 않으신 하나님께 불평과 원망을 쏟아내다 결국은 원래의 모습(우상숭배자)으로 되돌아갔고, 그 결과 불러내었던 우상 지역으로 되돌아가고 말았다(앗수르, 바벨론의 포로로 끌려감).
11절도 성도를 위한 말씀으로 읽으면 전혀 본문의 의도와 다른 해석이 나온다. “영혼을 거스려 싸우는 육체의 정욕을 제어하라.”고 하신 것이, 성도를 천국에 넣기 위함이거나 복 받는 비결을 말씀하신 것이 아니다.
그렇다면 왜 이런 말씀을 하신 것인가? 12절에서 그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너희가 이방인 중에서 행실을 선하게 가져 너희를 악행한다고 비방하는 자들로 하여금 너희 선한 일을 보고 권고하시는 날에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게 하려 함이라.” 즉 ‘육체의 정욕을 제어하라’고 하신 이유는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게 하려 함’이다.
그럼 12절에서 말씀하신 ‘선한 일’은 과연 무엇인가? 흔히 선한 일이라고 하면 윤리, 도덕적 관점에서 이해해서, 행동하는 본인이 자신의 의지로 선을 행하는 것으로 생각하는데, 이렇게 되면 선한 일을 한 자가 칭찬을 받고 영광도 얻게 된다.
하나님은 홀로 영광을 취하시는 분(사42:8)인데, 선을 행하는 자가 영광을 받으면 하나님의 뜻과는 거리가 멀기에 윤리, 도덕적 선행은 아니고, 행위의 주체가 인간이 아니라 예수님일 때 ‘선한 일’이 된다. 주님이 자기 영광을 위해 성도를 활용하실 때, 선한 일이 발생한다고 보면 된다.
12절을 이런 식으로 해석하는 자들이 있다. ‘성도는 불신자에게 본을 보여야 복음의 문이 열리고 교회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보기에 착한 일을 통해 하나님께 영광을 돌려야 한다’고.
전혀 그런 의미는 아니다. 성도는 그리스도에게 사로잡힌 자이기에 더 이상 자기 행동의 주인이 아니라 예수님이 주인이란 점을 보여줌으로 이방인에게 그리스도의 증인 노릇을 하게 된다는 말씀이다.
10절 말씀을 다시 보자. “너희가 전에는 백성이 아니더니 이제는 하나님의 백성이요 전에는 긍휼을 얻지 못하였더니 이제는 긍휼을 얻은 자니라.”고 하셨다.
‘현재 하나님의 백성이고, 긍휼을 얻은 자란 점이 중요하지 과거에 어떤 자였는가가 뭐 그리 중요한가?’라고 주장하는 자들이 있지만 그렇게 되면 증인의 역할을 하지 못한다.
성도가 과거 하나님을 알지 못하던 시절, 즉 긍휼을 얻지 못하던 때를 알아야 주님의 사랑과 은혜가 얼마나 대단한 것인가를 깨닫게 되기에 반드시 과거를 알아야 한다. 그리고 내가 죄인이란 점에서부터 시작해야 십자가의 은혜를 제대로 알 수 있고, 예수 그리스도의 증인으로 사용될 수 있다.
예수님의 아름다운 덕을 선전하게 하려고 우상을 숭배하며 살아가던 자를 불러 예수님을 섬기는 자로 만드신 주님을 바로 알자. 그럴 때만이 구원하심도 천국으로 이끄심도 날 위한 것이 아니라 오직 주님의 자기 영광을 위함임이 분명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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