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은 예수님이 어떤 분인가를 말하고 있는데, 18절에서 “그리스도께서도 한번 죄를 위하여 죽으사 의인으로서 불의한 자를 대신하셨으니 이는 우리를 하나님 앞으로 인도하려 하심이라”라고 함으로써, 예수님의 십자가 지심이 자신의 죄 때문이 아니라 불의한 자를 대신한 것임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여기에서 ‘의인’과 ‘불의한 자’가 대비되고 있는데, 불의한 자(죄인)는 죽어야 한다는 것이 의인(예수님)이 대신 죽었다는 표현에서 드러났다.
인간들은 스스로를 대단한 자(지상에서 가장 존귀한 자)로 생각하고, 그에 합당한 대우와 인정을 받아야 한다고 굳게 믿고 있다. 그래서 신을 믿는 자들은 그 신에게 자신의 삶을 아름답고 풍요롭게 해 줄 것을 간구한다. 기독교인들도 예외는 아니다. 이들 역시 자신들이 믿는 하나님(또는 예수님)께 자신의 평안과 죽은 후에 천국에 넣어 달라고 기도한다.
하나님이 보시는 인간은 불의(죄)로 죽어야 하는 자인데, 왜 우리는 이런 관점으로 나를 보지 못하는 것일까? 이런 비뚤어진 관점에서 출발하기에 모든 것을 나 중심으로 생각하고 주님의 자리에 나를 앉혀 스스로 신이 된 채 살아간다.
예수님이 십자가에 달려 죽으심은 모든 인간이 죽어 마땅한 죄인이란 점을 만천하에 드러내신 사건이다. 그러기에 십자가를 바라보는 자는 자신의 완악함을 인정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 그런데 대부분의 기독교인들은, 예수님이 자기를 위해 죽으셨으니까 예수님께 감사를 드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물론 예수님의 죽음은 자기 백성의 죄를 대신한 것이기에 불의에서 의롭게 된 것을 감사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하지만 진정한 감사는 자신의 완악함을 인정하는 것이 전제되어야 한다. 자신이 얼마나 큰 죄인인가를 알지도 못한 채 죄 용서받은 것을 감사한다는 것은 거짓이며 가증한 일이다.
그리고 불의한 자가 의롭게 되는 것은 의인(예수님)의 대신 죽음(십자가) 외에는 다른 길이 없다는 점 또한 본문이 말하고 있다. 예수님도 말씀하셨다. “내가 곧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니 나로 말미암지 않고는 아버지께로 올 자가 없느니라(요14:6)”라고.
그런데 성경을 읽는 많은 사람들은 율법 준수나 회개, 봉사, 선행 등으로 의롭게 된다고 여긴다. 그래서 충성, 헌금, 희생, 사랑을 중요시하며 이런 일을 한 후에 스스로 만족감에 빠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것은 예수님의 십자가 지심을 헛된 것으로 만드는 완악함이다.
“육체로는 죽임을 당하시고 영으로는 살리심을 받으셨으니 저가 또한 영으로 옥에 있는 영들에게 전파하시니라(18-19절).”
이 구절은, 예수님의 죽음과 부활을 통해 온 세대에 심판을 선언하신 말씀이다. 예수님이 이 땅에 오시기 전에 태어났다가 죽은 자들은 십자가와 상관없고 그들은 주어진 율법을 잘 준수함으로 복을 받고 구원을 받는 것으로 생각하는 자들이 있다. 그러나 본문은 어느 시대 사람이든 다 십자가 복음이 전파되었기에 십자가로 인한 대속이 아니면 영원한 심판을 받게 됨을 알려주셨다.
그럼 어떻게 해서 구약의 인물들은 십자가를 알고 믿을 수 있는가? 어느 시대든 주님은 자신의 영을 선지자에게 주셨고, 주님의 영을 받은 선지자들은 십자가 대속의 은혜를 전했고, 그 말씀을 들은 자들은 핑계할 수 없다.
노아의 시대에는 방주를 통해 십자가가 전해졌고, 그 말씀을 믿지 못한 자들은 심판의 대상이 되고 말았다. 이처럼 십자가는 심판과 구원을 나누는 유일한 기준이다.
21절에 “물은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하심으로 말미암아 이제 너희를 구원하는 표니 곧 세례라 육체의 더러운 것을 제하여 버림이 아니요 오직 선한 양심이 하나님을 향하여 찾아가는 것이라” 하셨다.
예수님의 부활하심은 자기 백성의 죄가 용서받았다는 증표다(롬4:25). 세례를 받을 때 물에 들어갔다가 나오는데, 이 나오는 것(부활)이 구원의 표(확증)다. 물속에서 죽고 다시 살아나는 것은, ‘육체의 더러운 것을 씻는 것이 아니라, 선한 양심이 하나님을 향하여 찾아가는 것’이라 했다. 이것은 내 육체의 더러운 것이 깨끗하게 되는 것이 구원이 아니라 선한 양심(예수님의 온전한 순종)이 하나님을 향하여 찾아가는 것(부활과 승천)으로 구원이 이뤄진다는 말이다.
그리고 “저는 하늘에 오르사 하나님 우편에 계시니 천사들과 권세들과 능력들이 저에게 순복하느니라.”고 했다. 이 말씀은, 부활하신 예수님이 승천하심으로 하나님 우편 자리에 앉으셨고, ‘천사, 권능, 능력이 주님께 순복한다’는 것은 예수님이 심판의 모든 권한을 가지신 심판주가 되었다는 것이다.
예수님의 죽으심과 부활은 한 개인의 죽음과 다시 살게 됨을 말한 것이 아니다. 모든 인류가 죽어야(심판받아야) 하는데 주님의 사랑을 입은 자에게는 다시 살 수 있는 유일한 길을 제시하심이다. 이 죽음과 부활을 경험하신 분만이 만왕의 왕이며 만유의 주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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