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의 내용은 ‘예수님이 어떤 분인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하지만 사람들은 성경을 읽으면서 예수님께 집중하지 못하고 ‘내가 어떻게 하면 구원 얻을 수 있는가’에 관심을 가진다. 이렇게 되면 ‘~하라, ~하지 말라’는 말씀만 눈에 띈다.
내 구원 중심으로 본문을 보면 “모든 악독과 모든 궤휼과 외식과 시기와 모든 비방하는 말을 버리고 갓난아이들같이 순전하고 신령한 젖을 사모하라(1절).”는 말씀이 보이고, “신령한 제사를 드릴 거룩한 제사장이 될지니라(5절).”는 말씀이 눈에 들어온다. 이런 것만 보이면 성경 말씀은 우리에게 큰 짐이 된다.
그러나 예수님께 관심을 두고 본문을 읽으면 “사람에게는 버린 바가 되었으나 하나님께는 택하심을 입은 보배로운 산 돌이신 예수(4절)”라는 말씀이 보인다.
여기에서 예수님은 ‘사람에게 버린 바 되었다’고 했는데, 이것은 십자가에서 죽임당한 예수님을 떠올리게 한다. 당시 유대 지도자들만 예수님을 죽이는데 찬성한 것이 아니라 예수님의 제자들마저 암묵적으로 동의했고, 또 이방인들(로마에서 파견된 지도자들)도 동조해서 예수님을 죽였다. 즉 모든 인류가 예수님을 죽이는데 합류한 것이다.
메시아를 기다렸던 유대인들이 메시아를 알아보지 못하고 죽이는 엄청난 참극이 벌어진 것이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이유는 간단하다. 그들은 성경에 예언된 말씀(사람에게 버린 바 되는 메시아)을 염두에 두지 않고 자신들의 기대와 열정(메시아가 오시면 기쁨으로 영접할 태세)만 믿은 결과이다.
이제 ‘하나님께 택하심을 입은 분’이란 점을 생각해 보자. 메시아는 사람들이 인정하든 말든 하나님께 택하심을 입었다는 점이 중요하다. 이런 사상은 인간 세상에서는 절대 용납되지 않는다. 이 땅에서는 무엇이든 사람들에게 인정받아야 그것을 ‘참’이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바른 교회, 훌륭한 목사, 충성하는 성도’라는 평가는 다수의 사람으로부터 인정받아야만 가능하다. ‘메시아’ 역시 랍비(지도자, 선생)들이 인정할 때 대중들도 그를 메시아로 인정하고 받아들이겠다는 것이 세상의 정서다.
랍비의 판단이 참과 거짓을 나누는 확실한 기준인가? 인간들은 이것 외에 달리 기준을 갖지 못한다. 인간이기에 믿을 수 있는 것은 혜안을 가진 인간(랍비) 외에 없다.
이런 인간의 어리석음을 잘 아시는 하나님이기에 메시아는 ‘사람들에게 버린 바가 된다’고 하셨고, 또 ‘건축자들의 버린 그 돌이 모퉁이의 머릿돌이 된다’고 하셨고, 메시아는 ‘부딪히는 돌과 거치는 반석이 된다’고도 하셨다.
이런 말씀은 인간들의 생각과는 완전히 반대되는 내용이다. 사람들은 메시아를 기다리면서 ‘우리를 고통에서 건져주실 분, 복과 은혜를 내려주실 분’이기에 오시기만 하면 환영하고 영접하고 경배할 것으로 생각했다.
하나님의 말씀과 인간의 생각은 극과 극이다. 달라도 너무 다르다는 점을 상기하자. 이런 차이를 드러내 보여주신 것은 인간이 얼마나 완악한 자인가를 극명하게 보여주시는 하나님의 배려다. 나와 전혀 다른 하나님을 내 편으로 끌어들이겠다는 생각은 참으로 어리석은 망상이다.
마귀는 끊임없이 나에게 주목하게 한다. ‘나를 위한 하나님 외에 다른 하나님은 없다’고 속삭인다. 그러나 하나님의 말씀에 의하면 ‘우리를 죽이시는 하나님 외에 다른 하나님은 없다’고 하신다.
하나님의 아들이 사람들에게 버림받아 죽임당하심은 ‘우리가 죽어야 마땅한 자’임을 잘 보여주신 사건이다. “내가 그리스도와 함께 십자가에 못 박혔나니(갈2:20)”라는 말씀은 예수님이 죽으실 때 우리도 함께 죽었다는 것을 기정사실화 시킨다.
현재의 내가 더 행복하고 안락한 삶을 지속하는 것이 복이 아니라, 내가 그리스도와 함께 죽었음을 아는 자가 생명을 얻은 자이다.
악독, 궤휼, 외식, 시기, 비방은 내가 나를 지킬 때 필요한 것들이다. 그리스도와 함께 죽은 자는 지킬 ‘나’가 없다. 예수님이 흘리신 보배로운 피로 정결케 되었기에 주님의 희생만 자랑하는 자로 예수 안에 있을 뿐이다.
‘거룩한 제사장이 될지니라(5절)’는 말씀도, 내가 거룩하게 살아서 제사장의 모습을 갖춘다는 의미가 아니라, 십자가를 지심으로 제사장이시고, 제물이시고, 성전이심을 확인시켜 주신 예수님 때문에 그분의 백성인 성도 역시 그분과 하나가 되었음을 말씀하신 것이다.
‘보배로운 산 돌이신 예수’라고 했는데, 여기서는 ‘산 돌’이란 말씀이 특이하다. 돌은 물체인데 살았다는 표현이 좀 어색하다. 그런데 왜 예수님을 ‘산 돌’이라고 했을까? 그것은 예수 그리스도와 성도가 한 몸이 된 것을 교회라고 말씀하시기 위함이다. 즉 예수님은 모퉁이 돌(반석)이고, 그 위에 성도(지체)가 놓일 때 온전한 건물(교회)이 세워진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