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은 자신이 죽을 때가 가까이 온 줄 아시고 제자들에게 예언의 말씀을 하시고, 마지막으로 겟세마네 동산에서 아버지께 기도하신다.
제자들에게 예언하신 말씀은 “너희가 다 나를 버리리라(27절).”는 것이었다. 이 예수님의 말씀에 대해 제자들은 아무도 동의하지 않았다. 특히 베드로는 강력히 반발했다. “다 버릴지라도 나는 그렇지 않겠나이다(29절).”라고 했고, 또 “내가 주와 함께 죽을지언정 주를 부인하지 않겠나이다(31절).”라고 장담했다. 다른 제자들도 베드로의 이 말에 동의했다.
예수님은 기록된 말씀을 근거로 예언하셨는데 제자들은 자신들의 생각을 말했다. 이 차이는 극과 극이다. 내 생각이나 결단을 말하는 것과 하나님의 뜻을 주장하는 것은 전혀 다르다. 이처럼 인간들은 자기 생각과 행동에 무게를 두고 모든 일이 거기에 따라 펼쳐질 것으로 여기지만 실상은 하나님이 약속하신 대로 이루어질 뿐이다.
본문은 예수님과 제자들을 비교하면서 참과 거짓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시고, 인간들이 왜 거짓될 수밖에 없는지를 깨닫게 하신다.
인간들은 자신들이 참인 경우도 있고 거짓인 경우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성경은 달리 말씀하신다. “사람은 다 거짓되되 오직 하나님은 참되시다(롬3:4).”고 하셨다. 또 예수님만 빛이고 (인간을 포함한)세상은 어두움이라 하셨다(요1:5). 그 증거로 세상을 지으신 예수님이 이 땅에 오셨지만 자기 백성이 영접지 아니했다(요1:9-11)는 것이다.
예수님이 사랑하는 제자들에게 하신 말씀(너희가 다 나를 버리리라)은 제자들 입장에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말씀이다. 직업과 가족마저 버리고 예수님을 따라다닌 지 근 3년이 되었는데, 이제와서 주님을 버린다니 이게 있을 수 있는 일인가? 인간의 도리로 보나 이해타산을 따져보나 제자들이 주님을 버리고 떠난다는 것은 순리에 맞지 않는 일이다.
하지만 이 일은 이미 예언된 것이기에 그들의 의지나 결심과 무관하게 성취될 수밖에 없다. “목자를 치리니 양들이 흩어지리라(27절)”는 말씀은 스가랴(13:7) 선지자가 예언한 말씀인데, 이것을 예수님은 자신(목자)이 십자가에서 죽임당할 때 제자(양)들이 당신을 버리고 도망하는 것으로 해석하셨다.
죄인을 구원하러 오신 예수님 앞에 죄인이 되지 않으면 구원의 대상이 될 수 없다. 이것은 선악적 관점에서는 도무지 수용할 수 없는 논리지만 이것이 유일한 약속이기에 우리는 주님을 떠날 수밖에 없다고 예언하신 말씀을 기쁨으로 수용해야 한다.
내가 의리 있는 인간이 되고, 은혜를 아는 착한 사람이 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예수님이 자기 백성의 죄를 대신해서 죽으심으로 아버지의 뜻을 따라 구원을 성취하시는 일이 중요하기에 언약대로 일이 이뤄져야만 한다.
이제 예수님의 마지막 기도를 살펴보자. 흔히 겟세마네 기도라고 하는데, 본문에 그 내용이 간략하게 기록되어 있다. “아바 아버지여 아버지께서 모든 것이 가능하오니 이 잔을 내게서 옮기시옵소서 그러나 나의 원대로 마옵시고 아버지의 원대로 하옵소서(36절).”
여기에서 우리가 주목할 대목은 ‘나의 원대로 마옵시고 아버지의 원대로 하옵소서.’라는 부분이다. 이것은 평소 우리의 마음과는 정반대임을 알 수 있다. 기도하는 이유는 자기의 원하는 바를 이루기 위함이다. 그런데 예수님의 기도는 자기의 원하는 바가 아닌 아버지가 원하는 대로 이뤄지기를 간구하셨다.
예수님만이 아버지가 기뻐하시는 아들이고, 그분만이 아버지의 뜻을 온전히 아시는 분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예수님의 기도를 보면서 나의 기도는 전혀 하나님이 받으실 수 없는 기도였음을 알게 된다.
세상은 아버지와 아들이 언약하신 대로 펼쳐진다. 이것이 세상과 나를 이해하고 해석하는 전제가 되어야 한다. 만약 언약이 전제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엇인가를 행한다면 그 모두는 죄악이며 심판의 대상이 될 뿐이다.
내가 주님을 버리는 것도 예언된 내용이라면 당연히 버려야 하고, 내 뜻이 아닌 아버지의 뜻대로 될 수밖에 없는 세상이라면 내 뜻은 접어야 한다. 아무리 내 뜻을 고집해도 그것은 헛될 뿐이다.
예수님의 겟세마네 기도는 우리가 세상을 보는 안목과 가치관을 열어주는 너무도 고귀한 사건이다. ‘내 뜻 아닌 아버지의 뜻’이 이뤄지는 세상에서 끝까지 내 뜻을 이루려 한다면 이보다 더 어리석은 짓은 없다.
아버지의 뜻을 이루기 위해 스스로 십자가의 길로 나아가신 예수님의 모습은 성도가 지향해야 할 유일한 삶이다. 아버지의 뜻대로 성취되는 세상에서 아버지의 뜻에 복종하는 삶을 산다면 이보다 더 지혜로운 자는 없다. 이런 자는 이미 주님의 사랑 안에 있는 자다.
DATE: 2020.09.19 -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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