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이 제자들에게 이런 말씀을 하셨다. “여기 섰는 사람 중에 죽기 전에 하나님의 나라가 권능으로 임하는 것을 볼 자들도 있느니라(1절).”
이 말씀을 하신 후 엿새가 지나 예수님이 베드로, 야고보, 요한을 데리고 산에 올라가셨는데, 갑자기 예수님이 변형되어 그 옷이 심히 희고 광채가 났고, 엘리야와 모세가 나타나 예수님과 말씀을 나누는 희한한 광경이 펼쳐졌다.
이 장면을 보고 있던 베드로가 예수님께 이런 제안을 했다. “랍비여, 우리가 여기 있는 것이 좋사오니 우리가 초막 셋을 짓되 하나는 주를 위하여, 하나는 모세를 위하여, 하나는 엘리야를 위하여 하사이다(5절)”라고.
그때 구름이 와서 저희를 덮으며 구름 속에서 “이는 내 사랑하는 아들이니 너희는 저의 말을 들으라(7절).”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예수님이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왔고 모세와 엘리야는 보이지 않았다.
예수님이 세 명의 제자들만 데리고 산에 올라가 이런 광경을 보여주신 이유는 무엇일까? 그동안 예수님은 자신이 하늘로부터 온 메시아란 사실을 여러 모양으로 전하셨으나 제자들은 믿지 못했다. 심지어 베드로는 예수님이 그리스도(메시아)라고 고백했지만, 십자가에서 고난받고 죽을 것이란 예수님의 말씀을 듣고 절대 그런 일이 있으면 안 된다고 만류했다.
이런 제자들에게 좀 더 확실하게 자신이 메시아란 사실을 알려주시려고 3명을 뽑아 산에 올라가신 것이다.
산에 오르셔서 예수님이 변형되신 것, 즉 “그 옷이 광채가 나며 세상에서 빨래하는 자가 그렇게 희게 할 수 없을 만큼 심히 희어졌더라(3절).”는 말씀은, 구약 선지자 다니엘이 본 인자의 모습(단7:9) 그대로다. 그리고 엘리야와 모세가 나타나 변형되신 예수님과 더불어 말씀하시는 장면 역시 하나님의 나라에서가 아니면 있을 수 없는 장면이다.
그러니까 예수님이 제자들에게 “여기 섰는 사람 중에 죽기 전에 하나님의 나라가 권능으로 임하는 것을 볼 자들도 있느니라.”는 말씀이 이루어진 것이다.
하지만 하나님의 나라를 오해해서는 아니 된다. 예수님이 변형되고, 구약 때의 인물이 살아서 예수님과 대화를 나누는 것이 천국의 핵심은 아니다. 핵심은 구름 속에서 들려온 소리다. “이는 내 사랑하는 아들이니 너희는 저의 말을 들으라.”
천국은 아들의 나라다. 그래서 천국 백성은 예수님을 그리스도로 영접하는 것이 첫 번째고 그리고는 예수님의 말씀을 들어야 한다. 이것이 하나님 나라의 참 모습이다.
베드로는 변형되신 예수님의 모습에 놀랐고, 또 모세와 엘리야가 살아서 예수님과 대화를 나누는 장면을 보면서 “여기가 좋사오니”라고 외쳤지만, 이것은 하나님의 나라에 대한 착각이다. 그곳이 황홀하고 좋은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나 그 환경에 도취해 그곳에 영원히 거하겠다는 것은 천국 백성의 자세는 아니다.
예수님이 메시아라는 사실을 믿고 그분의 말씀에만 복종하는 자가 하나님 나라에서 주님과 더불어 영생할 천국 백성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제자들은 하나님의 나라를 보았음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의 나라를 알지 못했다.
그리스도라고 고백했는데 그리스도를 몰랐고, 하나님 나라를 보았는데 하나님 나라를 모르는 이상한 일이 계속 펼쳐지고 있다. 이것은 인간의 죄악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주님의 전략이다. 보아도 알지 못하고, 들어도 깨닫지 못하는 자들이 우리들이다. 이 점을 제자를 택하셔서, 그들을 통해 노골적으로 보여주신다.
하나님의 나라(천국)를 거론하면, 이 땅에서는 전혀 경험하지 못한 신비와 황홀경에 마음이 끌린다. 그러나 그것이 중심이 되면 베드로처럼 ‘여기가 좋사오니’ 하면서 환경에 취하고 만다.
천국 백성은 눈물 없고, 슬픔 없고, 행복과 기쁨만으로 가득 찬 환경을 만끽하기 위해 존재하는 자들이 아니라, 아버지의 뜻을 따라 자기 백성의 죄를 위해 십자가에서 피 흘리신 그분의 희생을 감사, 찬양하는 자로 부름을 받았다.
그러기에 이 땅에서 예수님의 십자가를 자랑하는 자가 아니면 주님과 함께 영원히 살 수 없다. 즐기기 위한 천국, 나의 행복을 위한 천국은 인간이 상상한 가짜 천국이고, 하나님이 약속하신 천국은 아들을 영화롭게 하는 나라, 그 아들을 영원히 찬양하는 자들이 거하는 곳이다.
본문을 보면서 이런 마음을 가질 수 있다. 베드로는 예수님이 그리스도라고 고백하고도 믿지 못하고, 변화산에서 변형되신 주님을 보고도 믿지 못했는데 우리는 어떻게 예수님을 주님으로 믿을 수 있을까?
우리가 예수님을 믿을 방법은 없다. 제자들의 삶을 통해 이것을 보여주셨다. 그래서 성령(십자가 지신 예수님의 영)을 보내신다고 약속하셨고, 성령께서 택한 백성에게 찾아오셔서 예수님을 그리스도로 영접하게 하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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