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은 예수님께서 떡 일곱 개와 생선 두어마리로 사천 명을 먹이신 사건과 바리새인들이 예수님께 표적을 요구했지만 거절하신 일이 기록되어 있다. 첫 번째 사건은 6장에서 이미 경험한 사건(떡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로 오천 명을 먹이신 일)과 너무도 유사해서 왜 유사한 사건을 또 기록하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
비슷한 사건을 두 번이나 기록한 것이 이상할 수 있지만 유사한 일을 경험하면서 앞의 사건으로 교훈을 얻지 못한 제자들을 보면 더더욱 이상하다. 이것이 바로 유사한 사건을 거듭 기록한 이유다. 즉 믿음 없는 제자들을 고발하기 위해 본문을 기록한 것이다.
예수님이 먼저 제자들에게 숙제를 주셨다. “저희가 나와 함께 있은 지 이미 사흘이매 먹을 것이 없도다. 만일 내가 저희를 굶겨 집으로 보내면 길에서 기진하리라. 그중에는 멀리서 온 사람도 있느니라(2~3절).”
예수님 말씀을 들은 제자들은 약간 짜증스러운 투로 대답했다. “이 광야에서 어디서 떡을 얻어 이 사람들로 배부르게 할 수 있으리이까(4절)?” 제자들의 이 말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 분명히 떡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로 오천 명을 먹이신 것을 경험한 사람들이 어찌 이런 반응을 보일 수 있단 말인가?
이것이 바로 죄악된 인간들의 실상이다. 주님이 어떤 분이란 것을 충분히 알 수 있게 다양한 경험을 했지만 막상 어떤 상황이 발생하면 주님은 보이지 않고 인간의 입장에서 문제를 해결하려 했고, 그러다 보니 답답하고 짜증스러운 마음을 표출하게 된다.
광야에 모인 사람이 사천명이고 이들은 굶주린 상태다. ‘이들을 굶겨 집으로 보내면 길에서 기진할 것’이란 예수님의 말씀은 제자들을 무능자로 만드신 것이다. 여기에서 우리가 곰곰이 생각해 볼 것은, 왜 제자들이 화를 내는가 하는 점이다.
무능자로 만드시면 무능자임을 인정하면 되고 그러면 화를 낼 이유가 없다. ‘주님, 저희들은 광야에서 사천 명을 배불리 먹일 방법이 없습니다. 이 점을 주님도 잘 아시잖아요. 그러니 주님께서 원하신다면 이들을 먹여주시옵소서.’ 이렇게 나오면 간단한 문제다.
무능자에게 무능자임을 폭로하시는 것에 화가 난 것인가? 아니면 당신이 하실 수 있는 일을 무능한 자에게 하라고 하셔서 화가 난 것일까?
여기서 다시 한번 인간의 어리석음을 발견해야 한다. 인간들만 사는 세상에 하나님이 찾아오셨다. 이것으로 이미 인간은 불쾌하다. 이질적인 요소가 생겼으니 불편하고 거북한 것이다. 그러나 이런 일을 펼치신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예수님이 이 땅에 오시기 전에는 인간들끼리 모든 문제를 해결하며 살았다. 그런데 어떤 문제도 해결하지 못했다. 이 점을 예수님이 오심으로 밝혀주신다. ‘우리는 무능자라 아무것도 할 수 없구나. 그런데 예수님이 이 땅에 오셔서 우리가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들을 해결해 주시는구나. 아, 예수님만이 우리에게 유일한 소망이다.’ 이렇게 반응하면 된다.
예수님의 말씀을 들으면서 우리는 죄인이란 사실을 인정하면 된다. 그것을 위해 예수님이 이 땅에 오셨다. 그러니까 죄인을 죄인으로 드러내신 주님께 감사하는 것이 당연한데, 인간들은 정반대의 반응을 보인다. 죄인을 부르러 오신 주님께서 ‘죄인들아, 내게로 오라.’고 하시는데, 우리는 죄인이란 소리가 듣기 싫어 죄인이 아니라며 도망친다.
바울은 인간의 실상을 이렇게 기록하고 있다. “모든 사람이 죄를 범하였으매 하나님의 영광에 이르지 못하더니(롬3:23).” 이 말은, 죄를 범한 인간은 하나님과 함께할 수 없다는 것이다. 더 노골적으로 말하면 죄인은 하나님이 계시는 천국에 갈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가 아직 연약할 때에 기약대로 그리스도께서 경건치 않은 자를 위하여 죽으셨도다(롬5:6).”라고 했고, “우리가 아직 죄인되었을 때에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위하여 죽으심으로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대한 자기의 사랑을 확증하셨느니라(롬5:8).”라고 선언하셨다.
죄인이란 지적에 화낼 것이 아니라 죄인을 부르러 오신 예수님을 기쁨으로 영접하는 그보다 더 복된 일은 없다. 그런데 예수님을 영접하는 일이 우리 마음대로 되는 일이 아니다. 성령이 아니고서는 누구도 예수를 주로 영접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제 두 번째 사건을 보자. 바리새인들이 예수님께 표적을 구한 이유는 무엇일까? 표적을 구한 자체가 죄인임을 스스로 드러낸 것이다. 예수님이 메시아인 표적을 보여주시면 당신을 영접해서 천국에 가겠다는 것이다.
죄인은 지옥에 가는 것이 합당한데 천국을 바라며 표적을 구했으니 이런 건방진 태도가 있을 수 있나? 하지만 바리새인은 전혀 자신이 요구한 일이 건방진 태도이며 스스로 죄인임을 자처한 발언이었다는 것을 알지 못한다.
그래서 예수님은 표적을 구하는 자들에게 “이 세대에게 표적을 주지 아니하리라.”고 하시면서 그들의 요구를 거절하셨다. 사실은 이미 표적을 여러 번 보여주셨다. 다만 그들이 표적을 표적으로 보지 못했을 뿐이다.
하나님의 아들(메시아)임을 보여주는 표적은 인간이 할 수 없는 기적을 펼치는 것이 아니고 죄인을 위해 십자가에서 대신 죽는 것이다.
DATE: 2020.03.14 -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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