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당장 야이로가 예수님께 찾아와 딸의 병을 고쳐달라고 간구해서 그의 집으로 가던 중에 딸이 죽었다는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본문은 이런 배경에서 펼쳐지고 있다.
아이가 죽었다는 소식을 회당장에게 전한 사람들은 이렇게 말했다. “당신의 딸이 죽었나이다. 어찌하여 선생을 더 괴롭게 하나이까?”
이 말은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지극히 상식적은 표현이다. 아이는 이미 죽었으니 더 이상 예수님을 집으로 불러 귀찮게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예수님은 전혀 다른 시각으로 야이로에게 말씀하셨다. “두려워 말고 믿기만 하라.”이게 무슨 말인가? 딸이 죽었는데 무엇을 믿으라는 말인지, 그리고 두려워 말라는 것은 또 무슨 의미인지 도통 감을 잡을 수 없다.
12살 된 여아가 죽었다. 이 상황을 두고 딸의 아비를 비롯한 사람들의 관점과 예수님의 관점이 전혀 다르다. 본문은 이 두 관점을 대조시키고 있다.
먼저 인간의 관점을 보자. 아이가 죽었는데 아비가 어찌 슬프지 않겠는가? 딸이 없는 가정을 생각하면 끔찍하고 싫었을 것이다. 그것을 충분히 이해하고 공감하는 이웃 사람들은 상가에 가서 눈물을 흘렸고 가족들과 함께 애통해했다. 그리고 죽은 자는 다시 돌아올 수 없기에 예수님을 집으로 부르는 일도 이제는 소용없게 되었음을 알렸다.
그러나 예수님은 딸을 잃고 실의에 빠진 아비에게 ‘두려워 말고 믿기만 하라’고 하신다. 이런 말은 죽은 자를 살린 후에 하셨으면 적절했을 것이다. 하지만 딸이 죽었다는 비보를 들은 자에게 하실 말씀은 아닌 것 같다.
그럼 왜 예수님은 이런 말씀을 하신 것일까? 여기서 ‘두려워 말라’고 하신 것은 가족의 죽음을 인식하는 인간의 마음을 그대로 담고 있다. 가족으로 함께 살다가 누구 한 사람이 먼저 사라진다면 이건 예전에 경험해 보지 못한 낯선 환경이다. 그러니 당연히 두려울 수밖에 없다.
그런데 예수님은 ‘두려워 말라’고 하셨고, 덧붙여 하신 말씀이 ‘믿기만 하라’는 것이다. 여기서 ‘믿음’은 예수님이 하실 일을 믿으라는 것인데, 죽은 자를 살리실 것을 믿으라는 말이 아니라 예수님이 메시아로 이 땅에 오셨기에 그분의 하시는 일에만 주목하라는 것이다.
예수님은 창조주시다. 그래서 생명을 살리기도 하시고 죽이기도 하신다. 그러기에 한 생명의 죽음을 인간의 입장에서 슬퍼하고 실망하는 것은 합당치 않다. 세상은 예수님이 주로 일하시는 마당이기 때문이다.
요한복음 11장 25절에 이런 말씀이 있다. “나는 부활이요 생명이니 나를 믿는 자는 죽어도 살겠고 무릇 살아서 나를 믿는 자는 영원히 죽지 아니하리니 이것을 네가 믿느냐?” 이것은 오빠(나사로)의 죽음을 애통해하며 예수님께 원망하고 있는 마르다에게 하신 말씀이다.
마르다의 관점이 모든 인간의 관점을 대변한다. 마르다는 오빠가 죽기 전에 예수님이 오셔서 고쳐주시기를 당부했다. 본문에 나오는 회당장 야이로와 같은 입장이었다. 그러나 오빠는 죽었고, 죽은 지 4일이 지나 예수님이 오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마르다는 “주께서 여기 계셨더면 내 오라비가 죽지 아니하였겠나이다.”라고 한 것이다.
야이로도 마르다도 예수님은 불치의 병도 고치시는 분임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가족의 생명이 풍전등화와 같은 상황에서 예수님을 초청했다. 그러나 예수님은 죽은 후에 찾아가셨다.
초상집에 도착하신 예수님은 조문하러 온 사람들이 울거나 통곡하는 광경을 보시면서 충격적인 말씀을 하셨다. “너희가 어찌하여 훤화하며 우느냐? 이 아이가 죽은 것이 아니라 잔다(39절).”
예수님의 말씀을 들은 사람들은 다 비웃었다. 그러나 그 비웃음은 즉시 놀라움으로 바뀐다. “소녀야 내가 네게 말하노니 일어나라”는 예수님의 명령에 소녀는 일어나서 걸어 나왔다.
예수님은 기적을 일으킴으로 자신을 과시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세상 읽기가 얼마나 터무니없는 것인가를 확인시켜 주신 것이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죽음, 슬픔, 눈물 등등이 모두 자기 중심으로 펼쳐진다. 그러나 세상은 예수님 중심이다. 이 사실을 믿으라고 예수님은 강하게 말씀하셨다.
세상의 주로 오신 예수님은 자신의 사역을 통해 이 사실을 전하고 계신다. 그리고 사역의 완성은 자기 백성의 죄를 대신해서 십자가에 죽으심이다. 이것을 통해 예수님은 주의 자리에 앉으셨다. “하늘에 있는 자들과 땅에 있는 자들과 땅 아래 있는 자들로 모든 무릎을 예수의 이름에 꿇게 하시고, 모든 입으로 예수 그리스도를 주라 시인하여 하나님 아버지께 영광을 돌리게 하셨느니라(빌2:10-11).”
DATE: 2020.01.04 -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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