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식일에 예수님이 제자들과 함께 길을 가시다가 밀밭 사이를 지나게 되었는데, 그때 제자들이 밀 이삭을 잘라 먹었고, 이 광경을 본 바리새인들이 예수님께 시비를 걸었다. “저희가 어찌하여 안식일에 하지 못할 일을 하나이까?”라고.
이 질문에 예수님은 이런 말씀을 하셨다. “다윗이 자기와 및 함께한 자들이 핍절되어 시장할 때에 한 일을 읽지 못하였느냐? 그가 아비아달 대제사장 때에 하나님의 전에 들어가서 제사장 외에는 먹지 못하는 진설병을 먹고 함께한 자들에게도 주지 아니하였느냐?”라고.
이런 대화들이 오고 간 것은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없는 일이다. 유대인들은 하나님이 주신 율법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 중 10계명은 특히 중요시했다. 오늘 본문에서 언급된 안식일 규례는 제 4계명으로 ‘안식일을 기억하여 거룩히 지키라.’는 말씀과 함께 꽤 길게 이 규례에 대한 설명이 덧붙어져 있다(출20:8-11). 그리고 이런 구절도 있다. “너희는 안식일을 지킬지니 이는 너희에게 성일이 됨이라 무릇 그 날을 더럽히는 자는 죽일지며-- 무릇 안식일에 일하는 자는 반드시 죽일 지니라(출31:14-15).”
이처럼 안식일에 대한 하나님의 말씀이 엄중하기에 유대인들은 성경에 없는 세칙까지 만들어 안식일 규례를 지키기 위해 노력했다. 그런데 하나님의 아들이란 자가 자기 제자들이 안식일을 어기는데도 전혀 제재하는 기색도 없고 그들과 희희낙락 하고 있으니 어찌 이 사태를 묵과할 수 있겠는가?
그들의 시각에 밀 이삭을 잘라 먹는 행위는 ‘추수’로 간주했고, 안식일에 추수를 했다는 것은 반드시 죽여야 하는 죄를 범한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바리새인들은 예수님께 ‘당신의 제자들이 안식일에 하지 못할 일을 했습니다.’라고 말한 것이다.
그러나 예수님의 관점은 그들과 전혀 달랐다. 그래서 잘못된 관점을 지적하시려고 다윗 이야기를 언급하셨다. 엄밀히 따지면 다윗이 진설병을 먹은 것은 안식일을 어긴 것과는 전혀 다른 사항이다. 그런데 왜 안식일 어긴 것을 문제 삼는 바리새인들에게 안식일과 무관한 진설병 먹은 사건을 거론한 것일까?
예수님은 안식일만이 아니라 율법 전체를 거론하신 것이다. 이것은 유대인들이 이해하는 율법은 문제가 심각하다는 점을 지적하기 위함이다. 율법을 지킨다는 것은 하나님의 말씀을 믿는 것이고, 그 믿음을 전제로 살아가는 삶이 하나님 백성의 책무이다. 자신들이 말씀에 순종했다는 자기 행위에 의미를 부여했고, 그 행위로 자신들은 복을 받는 것이 마땅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니까 하나님을 믿는 것보다 자신들이 누릴 행복이 더 중요하고 우선시 되었다.
그러니 하나님의 계명을 자신의 행복과 관련해서 이해하고 해석했지 하나님의 뜻이 무엇인지는 관심이 없었다. 여기에 대해 예수님은 아버지의 뜻이 무엇인지를 알려주시려고 안식일 계명을 어긴 것을 지적하는 그들에게 율법 전체의 의미를 설명하기 위해 다윗의 진설병 먹은 사건을 이야기하신 것이다.
진설병은 하나님께 제사 드리기 위해 상에 올려지는 제물이다. 그리고 제물은 제사장만이 먹을 수 있는 거룩한 음식이다. 그런데 다윗은 제사장도 아닌데 그 음식을 먹었다. 그뿐 아니라 그와 동행하는 자들도 같이 먹었다. 이 일은 누가 봐도 심각한 율법 위반이다. 하지만 대제사장 아비아달은 진실병을 다윗과 그 일행에게 주어 먹게 했고, 그 일에 대해 성경에서는 전혀 문제 삼지 않았다.
율법은 반드시 지켜야 하고, 어겼을 때는 그에 상응하는 벌이 내려진다고 알고 있는 유대인들의 상식으로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예수님은 이 사건을 거론하시면서 율법의 의미를 그들에게 새롭게 되새겨 보기를 촉구하신 것이다.
다윗은 장차 오실 메시야의 모습을 담고 있었다. 즉 그는 제사장일 뿐 아니라 왕이며 선지자의 사명도 같이 수행했다. 그러기에 그가 진실병을 먹은 것만이 아니라 자신과 함께한 자들에게도 먹였다. 이것은 단순히 율법을 지켰다, 어겼다는 차원이 아니라 장차 오실 메시아의 사명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그러니까 예수님은 율법을 지켰다, 어겼다는 대상이 아니라 율법을 완수하실 분이며, 그분의 율법 완수를 통해 자기 백성이 복을 누리게 된다는 점을 알려주시려고 예수님은 다윗 이야기를 꺼낸 것이다.
28절 말씀을 보자. “이러므로 인자는 안식일에도 주인이니라.” 이 말씀은 앞에 있는 ‘제사장 외에는 먹지 못하는 진설병을 다윗이 먹었고 그와 함께한 자들에게도 먹게 했다.’는 말씀과 연결해서 해석해야 한다.
다윗이 진설병을 먹고 함께한 자에게도 먹게 한 것처럼 인자는 그 일을 지금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 더 이상 안식일을 지켰다, 어겼다는 것으로 나를 저울질하지 말라는 말씀이다. 예수님은 안식을 주실 분이다. 즉 자기 몸을 희생 제물로 드려 자기 백성의 죄를 깨끗하게 씻을 분이다. 이렇게 될 때 그것이 진정한 안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