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이 바닷가에 나가셨는데 무리가 몰려와 저희를 가르치셨고, 길을 가다 레위가 세관에 앉아 있는 것을 보시고 “나를 좇으라”고 명하셔서 그가 예수님을 따랐고, 또 레위가 예수님 일행을 자기 집으로 초대하여 함께 식사를 나누는 일이 본문에 기록되어 있다.
예수님이 어디를 가시든지 사람들이 모여들었고 그들에게 복음을 전하셨다. 하지만 사람들은 예수님이 전하시는 복음에 관심을 두기보다 자신들의 고통을 해결하려는 목적으로 예수님을 이용했다. 그러나 예수님은 쉼 없이 자신이 전하려는 메시지를 전파하셨다.
레위는 세리였고, 당시 유대인들은 세리를 죄인의 대명사로 여겨 이방인 취급할 만큼 그들의 행위는 악독했다. 즉 로마인의 앞잡이가 되어 백성들을 수탈하는 일을 일삼은 것이다. 그런데 자신이 메시아라고 주장하고 다니는 예수라는 분이 세리의 집에 가서 그들 무리와 식사를 했으니 이건 보통 심각한 일이 아니다.
그래서 서기관이 예수님 제자들에게 시비를 걸었다. ‘어찌하여 너희 선생님은 세리와 죄인들과 함께 식사할 수 있는가?’ 이 물음은 당시 유대 사회에서는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질문이다. 갈라디아서 2장에 보면, 베드로가 이방 지역에서 이방인들과 식사를 하다가 유대인이 찾아왔다는 소식을 듣고 식사 자리를 박차고 나온 사건이 있었고, 이것을 바울이 심하게 책망하는 내용이 있다.
이처럼 유대인들은 이방인과 식사하는 것이 엄격히 금지되어 있었고, 이것이 습관이 된 베드로가 신앙과 풍습 사이에서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하여튼 메시아란 분이 죄인의 표본인 세리의 집에 찾아가 그들 무리와 함께 음식을 먹었다는 자체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러니 당연히 종교 지도자급에 있는 서기관이 그것을 문제 삼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서기관이 제자들에게 말하는 것을 예수님이 듣고 이런 말씀을 하셨다. “건강한 자에게는 의원이 쓸데없고 병든 자에게라야 쓸 데 있느니라. 내가 의인을 부르러 온 것이 아니요 죄인을 부르러 왔노라.”
우리는 이 말씀을 특별한 말씀으로 여기지 않고 예수님이 자주 하신 말씀으로 쉽게 받아들인다. 하지만 유대인들은 상상조차 하지 못할 심각한 말씀을 예수님이 내뱉은 것이다. 하나님의 아들이 어찌 죄인과 친구가 될 수 있는가? 시편 1편 5절에 이런 말씀이 있다. “죄인이 의인의 회중에 들지 못하리로다.”
죄인은 의인과 함께할 수 없다. 그러니 하나님의 아들이 죄인과 함께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그런데 예수님은 당당하게 “내가 의인을 부르러 온 것이 아니요 죄인을 부르러 왔노라.”고 했으니 이 말씀이 얼마나 충격적인 내용인가?
만약 하나님이 죄인을 부르러 오신다면 자신들은 그 하나님을 인정할 수 없을뿐더러 그분을 하나님으로 섬기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들은 스스로 의롭게 되기 위해 안간힘을 쓰며 살았고, 남들보다 조금이라도 더 의롭다고 인정받는 것이 그들의 삶의 목표처럼 여기며 살았다. 그런데 메시아가 의인을 부르러 온 것이 아니고 죄인을 부르러 왔다니 이게 무슨 망발인가?
예수님의 이 한 마디는 유대인 전체의 사고방식을 깡그리 무너뜨리는 것으로, 그들이 오랜 세월 지키며 간직한 신앙을 죄악으로 규정하는 것이다. 그러니 어찌 예수님의 말씀을 곱게 수용할 수 있으랴!
앞부분에(2:10) “인자가 죄를 사하는 권세가 있는 줄을 너희로 알게 하려 하노라.”는 말보다 더 충격적인 말이 “내가 의인을 부르러 온 것이 아니요 죄인을 부르러 왔노라.”는 말이다. 왜 그러냐 하면, 죄를 사하는 것은 많은 능력 중 하나이지만 죄인을 부르러 왔다고 하면, 의를 추구하는 자신들은 메시아와 무관한 자가 되기 때문에 참으로 심각한 상황이 된다.
메시아를 기다리며 율법을 지키고 의롭게 살려고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며 살아온 백성들에게 메시아라는 분이 죄인을 부르러 왔다고 하셨으니 어쩌면 좋겠는가?
로마서 10장 2~3절에 이런 말씀이 있다. “저희가 하나님께 열심이 있으나 지식을 좇은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의를 모르고 자기 의를 세우려고 힘써 하나님의 의를 복종치 아니하였느니라.”
무턱대고 열심을 낸다고 될 일이 아니다. 무지한 열심은 하나님을 핍박하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바울이 예수님 만나기 전의 삶이 이와 같았다. “사울아, 사울아 네가 어찌하여 나를 핍박하느냐 가시채를 뒷발질하기가 네게 고생이니라(행26:14).” 이것은 예수님이 사울에게 하신 말씀이다. 사울의 하나님을 향한 충성이 예수님을 발로 차는 결과를 낳았고, 그것은 스스로 가시채를 차서 발을 상하게 하는 일이었다.
나의 의를 쌓아서 천국 가겠다는 발상을 접어야 한다. 의를 행함으로 구원을 얻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죄인인 줄 알고 죄인을 부르러 오신 예수님을 믿는 것 자체가 죄로부터의 구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