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전 건물을 보면서 제자들이 예수님께 질문한다. “선생님이여 보소서 이 돌들이 어떠하며 이 건물들이 어떠하니이까?”
당시 세워진 성전은 헤롯 왕에 의해 46년 동안 건축 중이었는데(요2:20), 미석(美石)과 헌물로 지은 것(눅21:5)으로 유대인의 자부심이었다.
유대인들에게 성전은 반드시 있어야 할 가장 중요한 건물이다. 그 이유는 주의 이름이 계신 곳이며(왕상8:29), 하나님이 자신들과 함께 계신다는 증거이기도 하고, 또 성전에서 기도할 때 응답해 주시겠다고 약속하셨기 때문이다(대하7:15).
출애굽 한 이스라엘 백성들은 광야에서 하나님의 지시에 따라 성막을 지었다(출40:1). 그 후 다윗이 왕이 되어 성전 짓기를 하나님께 소원했고, 하나님은 그 아들 솔로몬에게 성전을 짓도록 허락하셔서 완공했지만 바벨론의 침략으로 파괴되고, 그 후 바벨론 포로에서 돌아와 스룹바벨에 의해 성전이 세워졌지만 그 또한 유지되지 못했다. 그러다가 신약시대에 와서 헤롯 왕에 의해 다시 성전이 건축된 것이다.
그러기에 현재 있는 성전 건물이 그들에게는 너무도 큰 자부심이고 자랑이었다. 만약 메시아가 오신다면 당연히 성전 건물을 중심으로 활동하실 것이고, 옛날 솔로몬 왕이 다스린 시대의 부와 평강과 영화 이상의 하나님 나라가 이뤄질 것을 유대인들은 기대하고 있었다.
예수님이 그동안 자신이 하늘로부터 온 메시아임을 말씀하셨고, 또 하나님의 나라가 가까이 왔다고 언급하셨기에 제자들은 아름다운 성전 건물을 보면서 이제 곧 예수님이 왕으로 등극하시면 이 아름다운 건물을 중심으로 그들이 바라는 태평성대의 나라가 펼쳐질 것을 꿈꾼 것이다.
그런데 예수님은 전혀 엉뚱한 말씀을 하신다. “네가 이 큰 건물들을 보느냐 돌 하나도 돌 위에 남지 않고 다 무너뜨려지리라.”
과거 조상들이 쓰라린 경험을 했는데, 지금 또 그 일을 반복해야 하는가? 왜 멀쩡한 성전이 무너져야 하는가? 도무지 예수님의 말씀을 이해할 수 없었다.
예수님의 대답을 들은 제자들은 새로운 질문거리가 생겼다. “우리에게 이르소서 어느 때에 이런 일이 있겠사오며 이 모든 일이 이루려 할 때에 무슨 징조가 있사오리이까?”
이들의 두 번째 질문은 마지막 때를 준비해서 새로운 나라에 들어가는데 차질이 없도록 하겠다는 야심이 담겨 있다. 하나님의 아들이 오시면 이 세상을 심판하시고 새로운 나라를 건설하실 것이고, 그 나라에 들어가 주님과 함께 영생하겠다는 생각을 가졌기에 나온 질문이다.
여기에 대한 예수님의 답변 또한 전혀 예상을 빗나가는 말씀이었다. “너희가 사람의 미혹을 받지 않도록 주의하라 많은 사람이 내 이름으로 와서 이르되 내가 그로라 하여 많은 사람을 미혹케 하리라.” 하셨고, 또 ‘전쟁과 지진, 기근이 있을 것인데 이는 재난의 시작이다.’라고 하셨다.
왜 동문서답이 주어졌는가? 그 이유는 질문 자체가 틀렸기에 그 질문에 답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세계를 말씀하신 것이다. 즉 제자들이 기대하는 하나님 나라는 상상의 나라이지 실재하는 나라가 아니기에 진짜 하나님의 나라에 대해 말씀을 하신 것이다.
제자들은 메시아가 오시면 이 땅의 모든 것은 종결되고 새로운 세계가 전개될 것으로 생각하고 그 끝이 언제이며 어떤 징조가 있느냐고 물었는데, 예수님은 끝이 아니고 시작이라고 하셨다. 그것도 아름다운 시작이 아니라 고난의 시작을 거론하신 것이다.
여기에서 우리가 생각할 점은, 인간들이 기대하는 하나님 나라가 얼마나 이상한 나라인지를 깨닫는 것이다. 좋은 나라, 행복한 나라, 기쁨과 즐거움으로 가득한 나라에 들어가 영원히 만족을 누리겠다는 발상 자체가 하나님 나라의 분위기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예수님은 십자가에서 죽을 날을 기다리고 계시는데, 제자들은 화려한 천국에서 행복을 누릴 기대에 부풀어 있다. 그래서 예수님은 그들의 헛된 꿈을 무산시키는 말씀을 하신 것이다.
천국은 인간이 행복을 누리는 공간이 아니라 예수님의 희생과 사랑을 찬양하는 곳이다. 그리고 그 나라를 만들기 위해 예수님이 십자가에서 죽임당해야 한다.
화려하고 웅장하게 지은 성전 건물이 돌 하나도 돌 위에 남지 않고 다 무너진다는 말씀은 예수님 자신(성전)이 살 찢고 피 흘려 죽임당할 것을 예고하신 것이다. 예수님의 죽음으로 건설될 나라가 천국인데 제자들은 전혀 그런 생각을 못했다. 그러니 계속 헛된 망상에 사로잡혀 있었던 것이다.
천국은 예수님의 나라다. 그러기에 예수님의 피로 씻음 받은 자만 갈 수 있는 곳이며, 주님의 피에 관심을 기울이고 그 피를 찬양할 자가 가야 마땅하다. 지금 이 땅에서 그런 삶을 살지 못하는 자는 갈 수 없는 나라다.
세상은 온통 예수님의 주 되심을 증거하는 곳이다. 언제 어디서 어떤 일이 벌어져도 그 모두는 예수님이 주님이심을 보여주는 일이다. 그 외에 다른 것에 관심을 둔다면 복음의 광채를 가리는 마귀의 속임에 빠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