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은 세 가지 이야기를 담고 있다. 첫째는 예수님이 사람들에게 질문하신 내용이고, 둘째는 외식하는 서기관들을 거절하라는 말씀, 마지막으로는 연보하는 자들을 보시면서 그 중 가난한 과부의 연보를 칭찬하신 이야기다.
12장 앞부분에는 여러 부류의 사람들이 예수님께 질문했는데 마지막 부분에서는 예수님이 그들을 향해 질문하신다. 성전에서 사람들을 가르치시고, 그들의 질문에 대답도 했는데 이제 반대로 그들을 향해 질문하셨다. “어찌하여 서기관들이 그리스도를 다윗의 자손이라 하느뇨”라고.
예수님의 이 질문은 인간들이 하나님의 말씀을 믿지 않으면서 마치 믿는 것처럼 말하고 행동하는 것에 대한 고발이다. 메시아가 다윗의 후손으로 오신다는 것은 구약의 많은 선지자가 예언한 내용이기에 종교지도자들은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였다. 하지만 구약 성경에 기록된 사항이라고 다 믿는 것은 아니었다. 즉 인간의 생각으로 용납할 수 있는 내용만 수용했고 그렇지 못한 것은 그냥 넘어가는 것이 당시 지도자들의 성경 해석이었다.
예수님은 그 점을 지적하시기 위해 시편 110편 1-2절 말씀을 인용하시면서 그들에게 질문 공세를 펴신 것이다. “다윗이 그리스도를 주라 하였은즉 어찌 그의 자손이 되겠느냐?”고.
인간들의 입장에서는 선조가 후손에게 주(主)라 부르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런데 다윗은 분명히 자기 후손으로 오실 그리스도를 향해 ‘내 주’라고 말했다.
예수님께서 자신이 하늘로부터 온 메시아임을 말했지만 사람들이 믿지 않으므로 이런 말씀을 하셨다. “너희 조상 아브라함은 나의 때 볼 것을 즐거워하다가 보고 기뻐하였느니라(요8:56).” 예수님의 이 말을 들은 사람들이 반박하며 한 말이 “네가 아직 50도 못되었는데 아브라함을 보았느냐?”라고.
인간들의 시간 이해는 과거에서 현재를 지나 미래로 가는 것이다. 그런데 예수님 말씀을 들어보면 시간 순서가 뒤죽박죽이라 앞뒤가 없다. 다윗의 후손으로 오실 메시아를 다윗은 주라 했고, 아브라함은 다윗보다 선조인데 그가 메시아를 보고 기뻐했다고 하니 이게 말이 되는 소리인가?
그러니까 예수님이 그들을 향해 질문하신 것은 바로 이런 시간 개념을 깨뜨리기 위한 공격이었던 것이다. 성경은 분명히 시간을 초월한 내용으로 가득 차 있다. 하지만 인간들은 그것을 믿지 않았다. 그러면서 마치 하나님의 말씀을 믿고 순종하는 것처럼 거짓말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시간도 공간도 초월한 하나님의 약속을 인간들은 자신들의 이해 범주 안에서 파악하고 수용하려 하고 있다. 그러니 당연히 믿을 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 예수님은 인간들을 믿음 없는 자라고 고발하는 차원에서 계속 말씀을 쏟아내고 계신다.
이제 외식하는 서기관 이야기로 넘어가자. ‘긴 옷을 입고 다니는 것과 시장에서 문안받는 것과 회당의 상좌와 잔치의 상석을 원하는 서기관’이라 하셨다.
이들은 말로는 하나님을 거론하지만 실상은 사람들을 의식하고 그들로부터 인정받는 것으로 삶의 쾌락을 찾는 자들이다. ‘긴 옷을 입고 다니는 것’은 자신이 어떤 신분의 소유자인지를 표시 내는 것으로, 그런 복장을 하고 다니니까 사람들은 알아보고 인사를 한다. 또 어떤 장소에 가도 지도자로 대우해서 상좌, 상석에 앉도록 배려해 준다. 그러니 이들은 그것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자신들과 다른 신분을 가진 자를 낮춰보고 그들의 지도자 노릇을 한다.
마지막으로 연보 이야기를 생각해 보자. 예수님은 사람들이 연보궤에 돈 넣는 것을 보셨다고 했는데, 이것은 당시 연보궤가 투명한 상자로 되어 있어 누구나 볼 수 있는 형태였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부자는 많이 넣었는데 가난한 과부는 두 렙돈을 넣었다. 그런데 예수님은 많이 넣은 부자를 칭찬하신 것이 아니라 가난한 자의 연보를 칭찬하셨고, 그 이유를 설명하면서 “저희는 다 그 풍족한 중에서 넣었거니와 이 부과는 그 구차한 중에서 자기 모든 소유 곧 생활비 전부를 넣었느니라.”라고 하셨다.
이 말씀을 곡해하는 자들은 이런 식의 설명을 한다. 금액의 다소가 문제가 아니라 가용 소득 중에서 얼마나 많이 드리는가 하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이런 해석은 돈에 관심을 두는 인간들의 생각일 뿐이다.
부자들이 많은 돈을 연보궤에 넣은 것은 사람들을 의식한 행위이다. 즉 외식이다. 그에 비해 가난한 과부는 주님의 이끄심에 따라 드린 것이다. 그래서 예수님은 과부를 칭찬하신 것이다.
믿음은 선물로 받아야만 생긴다. 달리 말하면 인간 스스로는 믿을 수 없다. 믿음을 선물로 주시려고 오신 예수님을 외면하고 스스로 믿는 척하는 자들이 바로 우리들이다. 믿음 없음을 예수님 앞에 폭로 당하고 믿음을 선물로 받아야만 주님께 기쁨을 드리는 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