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릴리 지역에서 활동하시던 예수님(1-9장)이 이제(10장 이후) 유대 지역으로 오셔서 활동하시는데, 본문은 바리새인들이 예수님을 시험하기 위해 질문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바리새인들이 예수께 나아와 그를 시험하여 묻되 사람이 아내를 내어버리는 것이 옳으니이까(2절)?”
이 질문은 ‘옳다’고 해도 문제가 되고, ‘잘못이다’ 해도 문제가 된다. 그들 생각에 예수님이 ‘아내를 내어버리는 것이 옳다’고 하면, 아내를 함부로 버리는 당시의 잘못된 사회 풍조에 동조하는 것이 되고, ‘아내를 내어버리는 것이 옳지 않다’고 하면, 모세의 율법을 무시하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이처럼 예수님을 함정에 빠뜨리기 위한 질문에 예수님이 어떻게 답변하시는지 주목해 보자. “모세가 어떻게 너희에게 명하였느냐(3절)?”며 역으로 질문을 던지셨다.
예수님의 질문에 바리새인들은 자신 있게 대답했다. “모세는 이혼증서를 써주어 내어버리기를 허락하였나이다(4절).”
이렇게 답은 했지만 이들 스스로도 이 율법이 아내를 함부로 버릴 수 있는 근거가 되는 것에는 좀 미심쩍은 부분이 없지 않았다. 남자의 입장에서는 아내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이혼증서를 써주고 아내를 버린 후 다른 여자를 아내로 취하는 것이 좋을 수 있지만, 버림받는 여자의 입장이나 딸을 시집보낸 부모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심히 괘씸하고 죽이고 싶도록 미울 것이다.
이제 예수님의 말씀을 들어보자. “너희 마음의 완악함을 인하여 이 계명을 기록하였거니와 창조시로부터 저희를 남자와 여자로 만드셨으니 이러므로 사람이 그 부모를 떠나서 그 둘이 한 몸이 될지니라 이러한즉 이제 둘이 아니요 한 몸이니 그러므로 하나님이 짝지어 주신 것을 사람이 나누지 못할지니라(5-9절).”고 하셨다.
이 말씀은 바리새인들이 가졌던 의문을 시원하게 해소하는 명답이다. 함부로 아내를 버리는 것은 옳지 않고, 모세가 명한 계명은 “아내를 취하여 데려온 후에 수치되는 일이 그에게 있음을 발견하고 그를 기뻐하지 아니하거든 이혼증서를 써서 그 손에 주고 그를 자기 집에서 내어 보낼 것(신24:1)”이라 했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하나님이 처음 아담과 하와를 만드신 후 둘이 한 몸이 될지라고 하셨는데 이처럼 하나님이 짝지어 주신 것을 사람이 나누지 못할 것이라 말씀하셨다.
서기관들의 이혼에 관한 질문에 예수님이 명쾌하게 답변을 주셨기에 더 이상의 질문은 없었다. 그런데 집으로 돌아온 후 제자들은 다시 이 일을 예수님께 거론했다. 본문은 질문 내용은 기록되어 있지 않고[“집에서 제자들이 다시 이 일을 묻자온대(10절)”] 예수님이 답변한 내용만 기록되어 있다.
“누구든지 그 아내를 내어버리고 다른데 장가드는 자는 본처에게 간음을 행함이요 또 아내가 남편을 버리고 다른 데로 시집가면 간음을 행함이니라(11-12절)”라고.
도대체 무슨 내용을 예수님께 물었기에 이런 답을 하신 것일까? 바리새인들의 질문에 답변하신 예수님의 말씀이 100% 흡족하게 들리지 않은 모양이다. 그래서 집에 돌아온 후 새로운 질문을 했을 것이다.
여하간 인간은 하나님의 율법이 자신에게 불리하게 작용하면 그것이 못마땅하고, 유리하게 작용할 때만 적극적으로 그 율법을 준수하는 이기심을 드러낸다. 과연 율법이 그런 식으로 이용될 내용인가?
질문을 던진 바리새인들은 예수님을 시험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그 질문은 모세의 이혼증서에 대한 궁금증이 내포되어 있음이 분명하다. 인간들이 이해하는 율법은 자신의 유익을 위해 주셨다고 여긴다. 그러나 율법은 인간을 위한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뜻을 펼치기 위함이다.
‘결혼’ 역시 인간을 위한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뜻을 보여주기 위한 제도이다. 예수님 말씀을 액면 그대로 받으면 ‘결혼한 사람은 이혼하지 말아야 한다’고 이해할 수 있다. “하나님이 짝지어 주신 것을 사람이 나누지 못할지니라”라고 했으니 말이다.
그러나 예수님은 단순히 인간들의 이혼 가능 여부에 대해 말씀한 것이 아니다. 이 부분을 이해하기 위해 에베소서 5장 31-32절 말씀을 보자. “이러므로 사람이 부모를 떠나 그 아내와 합하여 그 둘이 한 육체가 될지니 이 비밀이 크도다. 내가 그리스도와 교회에 대하여 말하노라. 그러나 너희도 각각 자기의 아내 사랑하기를 자기같이 하고 아내도 그 남편을 경외하라.”
에베소서 5장 22-33절은 남편과 아내의 책임에 대해 서술한 것 같지만 궁극적으로는 예수님과 교회에 대한 말씀이었다. 예수님은 신랑, 교회(성도)는 신부이다. 하나님은 자기 아들과 혼인케 하도록 신부(성도)를 따로 마련하셨다. 그리고 이들의 혼인잔치가 벌어지는 곳이 천국이다.
“하나님이 짝지어 주신 것을 사람이 나누지 못할지니라.”는 말씀은, ‘부부가 이혼하는 것은 합당치 않다’는 말씀이 아니라, ‘예수님과 성도의 관계는 영원하다’는 말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