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례 요한을 메시아로 오해한 백성들, 이에 대한 요한의 해명, 예수님이 세례 받으실 때 성령이 임했고 메시아로 공적 활동을 시작함, 그리고 예수님의 족보 등이 본문에 기록되어 있다.
요한의 사역(광야에서 복음을 전파하고 요단강에서 세례를 주는 일)을 지켜 본 백성들은 ‘이 사람이 혹시 그리스도가 아닌가?’ 의심을 했고, 이에 대해 요한은 “나보다 능력이 많으신 이가 오신다(16절).”고 하면서 자신은 결코 메시아가 아님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주의 길을 예비하는 자와 주님이 어떻게 다른지를 비교해 보면, 요한은 물로 세례를 주었지만 곧 등장할 메시아는 불과 성령으로 세례를 주신다고 한다. 여기에서 물세례는 ‘죄 씻음 받아야 한다’는 점을 알려주는 역할이라면, 불과 성령의 세례는 ‘죄를 씻는 능력’이다.
그럼 불과 성령의 세례는 구체적으로 무엇을 이야기하는 것인가? 불은 심판의 다른 표현으로 예수님이 자기 백성의 죄를 대신해서 십자가에서 저주를 받게 되는데 이것을 불세례라고 요한은 밝히고 있다. 그리고 십자가 지신 주님이 부활 승천하신 후 다른 보혜사(성령)를 자기 백성에게 보내 주시는데 이 성령이 임한 자를 성령세례 받은 자라고 말하고 있다.
이상의 내용을 종합하면, 그리스도는 단순히 세례를 주고 사람들에게 감동의 설교를 하는 정도가 아니라 죄 사함의 세례를 주시고, 알곡과 쭉정이를 나눠 최종적으로 심판을 감행하실 분이다. 그러기에 요한 자신은 결코 그리스도가 아니라는 것이다.
여하간 요한은 주의 길을 예비하는 자로 요단강에서 회개의 세례를 베풀었고, 그 세례 받는 자리에 예수님도 오셔서 세례를 받았는데, 그 때 성령이 임하셨고 “너는 내 사랑하는 아들이라 내가 너를 기뻐하노라.”는 소리가 하늘에서 들렸다.
예수님은 물세례를 받으실 때 성령 세례도 함께 받으신 것이다. 이를 통해 그는 하나님의 아들로 인정 받으셨고, 이후 예수님은 직접 주의 자리에 등극하기 위해(십자가를 지시면 주의 자리에 오르신다) 공적 활동을 시작하셨고, 그와 동시에 그동안 주의 길을 예비하는 역할을 한 요한은 자기의 사역이 끝나 감옥에 갇히게 된다.
여기에서 요한의 역할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자. 그는 예수님보다 6개월 앞서 이 땅에 태어났고, 자기 뒤에 오실 메시아가 어떤 분인가를 소개하는 일을 했고, 예수님이 전면에 등장함과 동시에 자신은 사라졌다.
본문에는 예수님의 등장과 요한의 사라짐을 담담하게 서술하고 있는데, 이 점이 우리에게는 잘 납득이 되지 않는다. 요한은 주님의 길을 예비하기 위해 자기 한 몸을 불살랐다. 그런데 주님이 공적으로 활동을 시작함과 동시에 요한이 사라진다면 토사구팽 당한 것이 아닌가?
요한이 불쌍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주님을 소개한 인물이라면 주님이 그를 극진히 대접하는 것이 합당할 것 같다. 그런데 전혀 그렇게 하지 않으셨다. 그러니 왠지 서운하고, 배반을 당한 느낌도 든다. 이런 생각이 바로 선악과를 따먹고 스스로 신이 된 자들의 모습이다.
주님을 높이기 위해 만들어진 존재가 주님을 높였으면 된 것이지 그 외에 무엇을 더 바라는가? 주님을 위해 희생한 자는 주님이 몇 배로 보상해 주실 것이란 터무니없는 기대를 갖게 되니 요한의 처지를 못마땅하게 여기고, 주님에 대한 서운함이 생긴다.
그러나 요한은 결코 섭섭하게 생각하지 않았고, 자신을 메시아로 의심하는 백성들에게 “나는 그 신들메를 풀기도 감당치 못하겠노라(16절).”고 했고, 요한복음 3장 30절에서는 “그는 흥하여야 하겠고 나는 쇠하여야 하리라.”고 당당히 외쳤다.
24-38절은 예수님의 족보를 기록하고 있는데, 이것은 마태복음에 나오는 족보와는 많은 차이가 있다. 마태복음은 유대인들에게 예수님을 소개한 글이라 예수님이 ‘아브라함과 다윗의 자손’이라는 관점에서 기록하고 있다면, 누가복음에서는 이방인 데오빌로에게 보내는 글이기에 예수님이 ‘하나님의 아들’이란 점을 부각하는 족보가 소개되고 있다. 하지만 두 곳 다 예수님은 구약 선지자가 예언한 대로 ‘아브라함의 후손’이며, ‘다윗의 자손’이란 사실에는 차이가 없다.
요한의 전한 복음이든, 구약 선지자들이 전한 복음이든 모두가 ‘하나님이 선지자들로 말미암아 그의 아들에 관하여 미리 약속하신 것(롬1:2)’으로, ‘옛적에 선지자들로 여러 부분과 여러 모양으로 우리 조상들에게 말씀하신 하나님이 이 모든 날 마지막에 아들로 우리에게 말씀하셨다(히1:1-2절)’는 것을 놓쳐서는 아니 된다.
그러니까 요한은 마지막 선지자로 예수님을 메시아로 소개했고, 그 때 하나님 또한 그를 “내 사랑하는 아들이라(22절)”고 인정하셨기에 이제 우리는 예수님의 말씀에 귀를 기울이면 된다. 즉 구약 선지자의 말씀과 신약 사도의 말씀 모두는 예수 그리스도를 거쳐 해석되어야 한다. ‘모든 성경은 예수 그리스도를 증거하는 말씀(요5:39)’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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