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이 제자들에게 ‘불의한 청지기’이야기를 들려 주셨다. 내용을 간추려 보면, 어떤 부자에게 청지기가 있는데, 그가 주인의 소유를 허비했고, 그 사실을 주인이 알고 그에게 해고 통지를 했을 때, 청지기는 앞으로 어떻게 먹고 살 것인지 고민하다가 주인에게 빚진 자들의 빚을 깎아주면 그들이 나중에 자신을 영접해 줄 것으로 여겨 빚진 자들을 일일이 불러 사실보다 적게 빚을 진 것으로 문서를 위조했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주인이 이 옳지 않은 청지기가 일을 지혜롭게 하였다고 칭찬을 했다는 점이다. 도대체 왜 청지기를 칭찬한 것일까? 해고를 통보한 이유는 자신의 재산을 허비했기 때문인데, 해고 통지를 받은 후 청지기가 한 일은 재산을 허비한 정도가 아니라 문서까지 위조해서 주인의 재산을 축내는 엄청난 일을 했는데 그게 왜 칭찬 들을 일인가?
예수님은 청지기 이야기를 하시면서 당신과 제자들의 관계를 알려주신 것이다. 그러니까 청지기 이야기를 끝까지 청지기와 주인의 관계로만 생각하면 본문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만다. 그러나 이 비유는 예수님과 제자들의 관계를 설명하기 위한 것으로 보면 주인이 청지기를 지혜 있다고 칭찬하신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주인이 이 옳지 않은 청지기가 일을 지혜 있게 하였으므로 칭찬하였으니”라고 한 후에 “이 세대의 아들들이 자기 세대에 있어서는 빛의 아들들보다 더 지혜로움이니라.”로 하셨는데, 이 구절이 본문의 핵심이다.
그러니까 이 말씀은, 청지기가 주인의 재산을 제 마음대로 허비한 것을 칭찬하거나, 문서를 위조한 것을 잘했다고 평가한 것이 아니라, 주인으로부터 해고 통지를 받은 청지기가 자신의 미래를 생각했고, 그 미래를 위해 무엇인가를 준비했다는 점을 칭찬하고 있는 것이다.
예수님이 이런 비유를 말씀하신 이유는, 불의한 청지기(세상 사람들)는 자신의 미래를 위해 준비하는데 제자들(빛의 아들들, 성도)은 아무것도 준비하지 않는다고 꾸짖고 있는 것이다.
계속되는 예수님 말씀을 보자. “불의의 재물로 친구를 사귀라 그리하면 없어질 때에 저희가 영원한 처소로 너희를 영접하리라.” 이 구절 역시 이해하기 곤란한 내용이다. 친구를 사귀는데 왜 하필 불의한 재물로 사귀라고 하신 것일까? 그리고 불의한 재물로 친구를 사귀면 그 친구가 ‘영원한 처소로 너희를 영접하리라’고 하셨는데 이게 또 무슨 말인가?
‘불의한 재물’이란 표현은, 세상의 모든 것이 불의한 것밖에 없기에 그것을 사용하지 않을 수 없음을 전제하고 하신 말씀이다. 세상이 불의할 뿐 아니라 세상에 사는 인간 역시 불의한 자들이다. 그러니 무슨 일을 어떻게 하든 다 불의한 것이다.
그런데 그 불의한 것으로 친구를 사귀라고 하셨고, 그 친구가 불의한 자를 영원한 처소로 영접하리라고 하셨다. 여기에서 친구는 예수님이고, 예수님의 친구가 되면 영원한 처소로 인도받는다는 말씀이다.
예수님은 불의 밖에 없는 세상에서 의를 도출해 내시는 분이고, 또 자신이 택한 백성의 친구가 되셔서 영생의 나라로 인도하신다는 약속을 주신 것이다.
그러면 어떻게 하면 예수님을 친구로 사귈 수 있는가? 이것은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어느 누구도 예수님을 친구로 사귄 적도 없고, 사귈 수도 없다. 그럼 왜 이런 말씀을 하신 것인가? 인간의 한계를 알려주시면서 아울러 당신이 직접 모든 문제를 해결하실 것임을 가르쳐 주신 것이다.
미래를 준비하는 것, 바꿔 말하면 처소를 예비하시는 것 역시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 주님의 일이다. 단 성도는 주님이 이런 분이라는 점을 믿고 의지하며 감사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집 하인이 두 주인을 섬길 수 없나니-- 하나님과 재물을 겸하여 섬길 수 없느니라.”고 하신 의미를 생각해 보자.
하인에게 주인은 한 분이다. 그러니 하인이 두 주인을 섬길 수 없다는 말씀에는 충분히 공감이 간다. 그런데 ‘하나님과 재물을 겸하여 섬길 수 없다.’는 말씀에는 의문이 발생한다. 육을 가진 인간은 물질(재물)을 의지하며 살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해서 하나님을 섬길 수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주님은 안 된다는 것이다. 즉 인간은 하나님을 섬기는 것이 아니라 물질을 섬긴다는 것이다. 그러면 어쩌란 말인가? 물질을 의지하며 살아가는 자들에게 물질 대신 하나님을 의지하고 살라고 하시니 불가능한 일을 명하신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주님이 하신 말씀은 인간이 실천할 수 없는 것들이다. 예초에 인간에게 실천하라고 주신 말씀이 아니다. 그러면 왜 이런 말씀을 하신 것일까? 자신이 던질 말씀을 자신이 성취하는 방식으로 아버지의 뜻을 온전히 이루시는 분이 예수님이고, 그분이 바로 그리스도다.
하나님 아버지가 보내셔서 이 땅에 오신 아들은, 스스로 자기 몸을 던져 자기 백성을 구원함으로 아버지를 영화롭게 하시고 본인 또한 영광의 자리에 앉으셨다. 그 과정에서 구원 받은 성도가 발생하고, 이들은 예수님(하나님)을 영원히 찬양할 자(재물이 아닌 하나님을 섬기는 자)로 만드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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