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이 길을 가시는데 많은 무리들이 따라왔고, 그 따르는 자들을 향해 예수님이 하신 말씀이 본문의 내용이다.
세 가지를 말씀하셨는데, 첫째는 ‘내게 오는 자가 자기 부모와 처자와 형제와 자매와 및 자기목숨까지 미워하지 아니하면 능히 나의 제자가 되지 못한다.’ 둘째는 ‘자기 십자가를 지고 나를 좇지 않는 자도 능히 나의 제자가 되지 못하리라.’ 그리고 셋째로 ‘자기의 모든 소유를 버리지 아니하면 능히 내 제자가 되지 못하리라.’고 하셨다.
이 말씀을 통해 예수님은 ‘이런 자들은 나의 제자가 되지 못한다.’고 세 번이나 거듭 말씀하심으로 자신을 따르는 자들을 향해 경고의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예수님이 12제자를 부르실 때에는 적극적으로 ‘따라 오라.’(마4:19, 21, 9:9)고 명령을 내리셨는데, 본문의 경우에는 따르려는 자들을 향해 ‘나의 제자가 되지 못한다.’는 말씀을 반복하심으로 그들을 거부하는 듯한 말씀을 하신 이유는 무엇일까?
분명한 차이가 있다. 12제자들은 예수님이 부르셨고, 본문의 무리들은 예수님이 부른 것이 아니라 스스로 따라왔다. 여기에 문제의 핵심이 있다. 간단히 말하면, 어느 누구도 자원해서 예수님을 따를 수 없다. 즉 예수님이 부르지 않으면 예수님과 함께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제 예수님의 제자가 되지 못하는 조건들을 순서대로 살펴보자.
첫째로 ‘부모, 처자, 형제, 자매, 자기목숨까지 미워하지 아니하면 나의 제자가 되지 못한다.’고 하셨는데, 과연 부모, 처자, 자기목숨을 미워하는 사람이 있을까? 없다. 그렇다면 예수님의 제자가 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둘째로 ‘자기 십자가를 지고 나를 좇지 않는 자도 능히 나의 제자가 되지 못하리라.’고 하셨다. 자기 십자가를 진다는 것은 무엇을 말씀하신 것일까? 십자가는 죽음의 자리다. 그 죽음의 자리에 스스로 나아간다는 것은 인간으로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따라서 누구도 예수님의 제자가 될 자격은 없다.
셋째로 ‘자기의 모든 소유를 버리지 아니하면 능히 내 제자가 되지 못하리라.’고 하셨는데, 자기의 모든 소유를 버리면 생존이 불가능한데 어떻게 이를 실천할 수 있나? 아무도 자기의 모든 소유를 버릴 수는 없다. 그러니 이 말씀 또한 실천할 수 없기에 예수님의 제자가 되는 일은 불가능하다.
예수님은 의도적으로 인간이 행할 수 없는 일을 거론하시면서, ‘이것을 실천하지 않으면 나의 제자가 되지 못한다.’고 하심으로 아무도 예수님의 제자가 될 수 없음을 분명히 밝혀주셨다.
혈육과 자신까지 미워해야 하고, 스스로 죽음의 길로 가야하고, 모든 소유를 버리는 것은 결국 한 가지로 통한다. 자기 목숨에 대해 아무 미련이 없는 것이다.
사람들이 어떤 행동을 할 때는 각자 이유가 있기 마련이다. 예수님을 따르는 무리들은 예수님을 따르면 자신이 걱정하고 염려하는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여겼기에 따랐다. 간단히 말하면 더 편안히 잘 살려는 마음으로 예수님을 따른 것이다.
그런 자들을 향해 ‘자기 목숨에 대해 미련을 버려야 나의 제자가 될 수 있다’고 하심으로 그들의 생각과 판단에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알려주신 것이다.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교회에 다니고 예수님을 믿는다고 야단이다. 이들 역시 본문에 등장하는 예수님을 따르는 무리와 다르지 않다. 모두가 예수님을 통해서 자신이 필요한 것을 채우려는 것이다.
불치병을 고치시고, 1인분 도시락으로 5,000명을 먹이시고, 심지어는 죄 사함의 능력까지 가지셨으니 그가 이 나라의 왕이 되면 그의 백성인 나는 영원히 행복하게 잘 살 수 있을 것으로 여겨 그를 따르며 그가 빨리 왕의 자리에 등극하기를 원한 것이다.
오늘날 교인들의 마음도 이와 다르지 않다. 그들이 교회를 찾고 예수님께 기도하는 이유는 하나같이 자신의 요구를 들어달라는 것이다. 내가 원하는 삶이 이뤄지기를 바란다는 자체가 주님을 모독하는 일인데, 전혀 그런 생각은 못하고 어떻게 해서라도 내 필요를 성취하겠다고 안간힘을 쓴다.
예수님의 마지막 말씀을 보자. “소금이 좋은 것이나 소금도 만일 그 맛을 잃으면 무엇으로 짜게 하리요? 땅에도 거름에도 쓸데없어 내어버리느니라. 들을 귀가 있는 자는 들을지어다.”
소금이 아무리 좋은 것이라도 그 맛을 잃으면 아무 쓸데없어 버릴 수밖에 없다. 피조물 중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음 받은 인간은 고귀한 자들이라. 그러나 예수님의 주 되심을 드러내는 본연의 사명을 감당치 못한다면 버려질 수밖에 없다. 이 단순하고 명쾌한 말씀을 모두가 다 알아들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들을 귀가 있는 자만 듣게 된다는 것이다.
예수님은 자신이 메시아란 사실을 거듭 밝히셨다. 그러나 이는 인간을 구원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자신이 세상의 주가 되심을 알리신 것이다. 그는 자기 백성의 죄를 위해 스스로 십자가에서 죽으셨고, 부활하심으로 주의 자리에 앉으셨다. 이 주님을 나의 주로 믿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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