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은 자신을 점심 식사에 초대한 집주인에게 이런 말씀을 하셨다. ‘네가 점심이나 저녁이나 베풀거든 벗어나 형제나 친척이나 부한 이웃을 청하지 말고 가난한 자들과 병신들과 저는 자들과 소경들을 청하라. 그러면 저희가 갚을 것이 없는고로 네게 복이 되리라’고.
남의 집에 식사 초대를 받아 간 사람이 이런 말을 했다는 것은 예의에 어긋나는 발언임이 분명하고, 또 초대한 주인의 입장에서는 상당히 불쾌했을 것이다. 그리고 함께 식사를 하고 있는 자들도 그 분위기가 어색하고 편치 않았을 것이다.
그 때문인지 예수님의 말씀을 들은 한 사람이 재치 있게 “무릇 하나님의 나라에서 떡을 먹는 자는 복되도다.”라며 분위기를 전환시키려 했고, 이 말을 들은 예수님은 ‘어떤 사람이 큰 잔치를 배설했다’는 이야기를 하시면서 하나님 나라에 대해 가르치신 것이 본문의 내용이다.
유대인들은 이 땅에서 복을 받아 잘 먹고 잘 사는 것으로 만족할 수는 없었다. 그 이유는 죽은 이후 고통과 저주가 있는 지옥에 떨어질 수도 있고, 반대로 영원한 복락을 누리는 천국에 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은 늘 천국을 꿈꾸며 살았다.
이런 자들을 향해 예수님이 하나님의 나라(천국)에 대해 설명을 하시는데, 그 내용이 유대인들이 바라는 것과는 전혀 다르다는 점이 본문을 통해서 밝혀진다. 그들이 생각하는 천국은 하나님이 주신 율법을 믿고 순종하는 자신들은 당연히 갈 수 있는 곳이라고 여겼다. 그런데 예수님이 ‘혼인 잔치 이야기’를 통해서 들려주시는 내용은 양상이 전혀 달랐다.
어떤 사람이 큰 잔치를 배설하고 많은 사람들에게 초청장을 보냈고, 잔치할 시간에 종을 보내어 초청한 사람들을 불렀는데 그들은 각자 자신의 일을 핑계로 초청에 응하지 않았고, 그로 인해 화가 난 집주인은 종들을 시켜 길거리로 나가 가난한 자들, 병신들, 소경들, 저는 자들을 데려오라고 명했다. 종들이 주인의 지시에 따라 사람들을 불러왔지만 아직도 준비한 자리는 채워지지 않았고, 주인이 종에게 재차 명하기를 큰 길과 골목으로 나가서 사람을 강권하여 데려다가 내 집을 채우라고 명령했다.
예수님의 이 말씀은 천국이 얼마나 안락한 곳인가를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유대인들이 천국에 가기를 소망하면서도 정작 천국 잔치에 초대하는 예수님의 말씀을 거절하고 있다는 사실을 고발하고 있다.
살기 좋은 곳에서 평안을 누리며 영원히 살겠다는 마음으로 천국을 꿈꾼다면 그것은 천국 백성의 마음이 아닌 지옥 백성의 마음이다. 천국은 하나님의 아들이 주인인 나라이며, 그 아들을 높이고 찬양하기 위해 천국 백성이 필요하다. 따라서 천국을 소망하는 자는 예수님과 함께 있는 것이 감사하고 그를 높이는 것이 자신의 기쁨이며 자랑이어야 한다.
예수님을 자기 집에 초대한 바리새인의 두령을 생각해 보자. 그는 안식일에 예수님을 초대한 후에 고창병자도 함께 그 자리에 불렀다. 이것은 누가 봐도 예수님이 안식일을 지키는지 어기는지 시험하려는 의도가 분명하다. 예수님을 하나님의 아들로 영접하기는커녕 그를 몰아내고 자신들의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하려는 생각에 예수님을 이용한 것이다.
이런 자를 향해 ‘사람을 초대할 때는 부자, 친구, 친척을 청할 것이 아니라 가난한 자, 병신, 소경을 청해라. 이들은 갚을 것이 없는고로 네게 복이 되리라.’고 하셨고, 연이어 잔치 이야기를 들려 주셨다. 예수님 말씀의 핵심은 ‘천국은 아무 갚을 것이 없는 자를 불러서 오직 당신이 홀로 영광 받는 곳’임을 알려주신 것이다.
인간들이 생각하는 천국은 훌륭한 사람, 즉 하나님으로부터 칭찬받는 자들이 가는 곳이다. 그래서 하나님 말씀을 잘 순종하고, 선행을 많이 쌓고, 남들에게 사랑을 베풀어 칭찬과 존경을 받는 자들이 가는 곳이다. 이것을 바꿔 말하면 상석에 앉을 자격이 있는 자들이 천국에 가는 것이다.
그런데 예수님의 말씀은 이와는 정 반대이다. 자격 있는 자가 가는 곳이 아니라 자격 없는 자를 부르신다. 그 이유는 그곳에서 자신을 뽐내고 자랑하는 대신 무능하고 더럽고 완악한 자신을 사랑으로 용납하시고 부르신 그분의 은혜만 높이고 찬양토록 하기 위함이다.
하나님의 나라(천국 혼인 잔치)는 하나님의 아들 예수님이 신랑이 되고 성도가 그의 신부가 되어 기뻐하고 감사하는 자리다. 여기에서 신부의 자격은 개인의 자질에 있는 것이 아니라 부르시는 분의 마음에 있다. 그래서 무능한 죄인을 불러 당신의 신부로 삼으셨고, 부름 받은 신부는 자신을 자랑하는 것이 아니라 부르신 분, 신랑만 자랑할 수밖에 없도록 만드셨다.
하나님의 나라는 그리스도의 나라(벧후1:11, 계11:15), 즉 아들의 나라(골1:13)다. 이곳에서 아들과 아버지 외에 다른 자가 영광을 받는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만약 천국에 가서 영광을 누리겠다는 생각을 가진 자가 있다면 이런 자는 천국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자이다.
예수님이 가난한 자, 병신, 저는 자, 소경을 청하라고 하신 이유를 깨달아야 한다. 이들은 갚을 것이 전혀 없는 자이다. 그래서 오직 부르신 분께만 감사와 영광을 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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