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바리새인들이 예수님께 찾아와 ‘헤롯이 당신을 죽이려고 하니 빨리 몸을 피하십시오.’라고 말했고, 이에 대해 예수님이 대응하시는 내용이 본문에 기록되어 있다.
바리새인들은 예수님을 메시아로 인정하지 않았고, 또 자신들의 권위를 손상시키는 자였기에 상당히 미워했다. 그런데 왜 이들은 ‘헤롯이 당신을 죽이려 한다’는 것을 예수님께 알렸을까? 그리고 또 몸을 피하라는 조언까지 친절하게 했을까?
예수님을 찾아온 이들은 정확한 정보를 가지고 와서 예수님께 전했고, 또 대안까지 제시하는 성의를 보였다. 이쯤 되면 자신들은 원수를 사랑하는 모습을 사람들에게 보였다고 할 수 있고, 또 껄끄러운 인물을 자신들의 주 활동무대인 예루살렘에서 치우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두는 것이다.
그런데 예수님의 반응은 전혀 예상 밖이었다. “저 여우에게 이르되 오늘과 내일 내가 귀신을 쫓아내며 병을 낫게 하다가 제 삼일에는 완전하여지리라 하라.”고 말씀하셨다. 자신의 목숨을 노리려 하는 자가 있다는 소식을 전해준 자들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건네지도 않았고, 몸을 피하라고 한 말을 들을 생각이 전혀 없었다.
‘여우에게 전해주어라’는 말씀은, ‘헤롯에게 내 말을 전하라’는 의미인데, 바리새인들이 굳이 헤롯을 찾아가 예수님의 말씀을 전할 이유는 없기에 예수님의 말씀은 헤롯에게 전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 예수님을 찾아온 바리새인들에게 하신 말씀으로 보면 된다.
바리새인들은 꼼수를 부려서 자신들의 목적을 달성하려 했는데, 그것이 수포로 돌아갔다. 그러나 이것은 본문이 말하고자 하는 핵심은 아니다. 예수님은 바리새인들의 어리석은 생각을 지적하심과 함께 인간들 모두가 바리새인과 같은 생각을 가졌다는 것을 고발하신 것이다.
누군가 내 생명을 노린다면 일단 그 위험으로부터 피하는 것이 상책이다. 이것은 어느 누구나 공통적으로 보이는 반응이다. 그런데 예수님은 달랐다. “오늘과 내일 내가 귀신을 쫓아내며 병을 낫게 하다가 제 삼일에는 완전하여지리라.”고 했는데, 이 말씀은, 평소에 하던 대로 오늘도 내일도 계속 활동하시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제 삼일에는 완전하여지리라는 말씀을 통해서 자신이 이루실 사명을 다시 한 번 확인시키셨다.
사람들이 세상을 살아가는 방식은 자기 몸을 지키고 보존하는 것을 무엇보다 우선으로 생각한다. 사명도 좋고 일도 좋지만 일단은 생명을 보존한 후에 뭘 해도 한다. 그런데 예수님은 생명을 보존하는 일 따위에는 전혀 관심이 없고, 오직 자신이 해야 할 사명만 생각하고 있고, 궁극적으로는 그 사명을 감당하기 위해 죽어야 한다는 것이다. ‘제 삼일에 완전하여지리라.’는 말씀은, 십자가 지신 후 삼일 만에 살아나서 아버지가 맡기신 사명을 완성하실 것을 말씀하신 것이다.
계속되는 예수님의 말씀을 들어보자. “오늘과 내일과 모레는 내가 갈 길을 가야 하리니 선지자가 예루살렘 밖에서는 죽는 법이 없느니라.”고 하셨다.
‘당신 목숨을 노리는 자가 있으니 빨리 이곳을 피하셔야 합니다.’라는 말을 듣고, ‘나는 내 갈 길을 가야하고 또 선지자는 예루살렘에서 죽어야 한다.’고 하셨다. 이 말씀은 ‘살아있어야 사명이든 뭐든 일할 것이 아닌가?’ 라는 사단의 생각을 완전히 뒤엎는 것이다. ‘선지자는 예루살렘에서 죽어야 한다는 것이 아버지의 뜻이고, 아버지의 뜻대로 나는 예루살렘에서 죽어야 한다.’는 것이다.
‘선지자들을 죽이고, 네게 파송된 자들을 돌로 치는 자’들이 이스라엘 백성들이다. “암 닭이 제 새끼를 날개 아래 모음 같이 내가 너희의 자녀를 모으려한 일이 몇 번이냐? 그러나 너희가 원치 아니하였도다.”는 말씀을 통해 예수님이 베푸신 사랑을 이스라엘 백성들이 계속 거절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신다.
그리고 계속 당신(예수님)을 거절한다면 결국은 예루살렘이 황무지가 될 것이라고 하시면서, 마지막으로 “너희가 주의 이름으로 오시는 이를 찬송하리로다 할 때까지는 나를 보지 못하리라.”고 하셨다.
이 말씀을 통해 다시 한 번 자신이 메시아란 사실을 언급하셨다. ‘주의 이름으로 오시는 이’는 하나님이 보내신 메시아인데, 예수님이 십자가에서 돌아가시기 전 예루살렘 성전으로 올라가실 때 무리들은 손에 종려가지를 들고 예수님을 향해 “찬송하리로다 주의 이름으로 오시는 이여”(마21:9, 요12:13)하며 맞이했다.
예수님의 생명을 지키겠다고 큰 소리 친 베드로도, 헤롯의 계략을 전한 바리새인도 알지 못한 것은 예수님이 십자가에서 죽어야만 하나님 아버지가 맡기신 사명을 완성한다는 것이다. 이 사명 완성만이 아버지와 아들이 영광 받는 길이며, 또 자기 백성을 구원하는 유일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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