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의 탄생 배경에 대한 기록이다. 가이사 아구스도(로마 황제)가 호적령을 내렸고, 로마의 속국이었던 이스라엘 사람들도 호적을 하기 위해 각자 고향으로 돌아갈 때, 요셉은 정혼한 마리아를 데리고 고향 베들레헴으로 향했다. 고향에 도착할 때 쯤 마리아는 해산할 때가 되었지만 거주할 곳이 없어서 결국 구유에서 아기를 낳고 말았다.
예수님이 구유에서 태어날 그 시간에 들판에서는 희한한 일이 벌어졌다. 목자들이 밤에 자기 양떼를 돌보고 있었는데 갑자기 환한 빛이 비춰 무서워 떨었고, 그 때 천사가 나타나 “무서워 말라. 내가 온 백성에게 미칠 큰 기쁜 소식을 너희에게 전하기 위해 왔다. 오늘 다윗의 동네에 너희를 위하여 구주가 나셨으니 곧 그리스도시라.”는 이상한 말을 들려주었다.
천사의 말이 끝나자 수많은 천사가 함께 하나님께 찬송하기를 “지극히 높은 곳에서는 하나님께 영광이요 땅에서는 기뻐하심을 입은 사람들 중에 평화로다.”라고 노래했다.
천사들이 떠난 후에 목자들은 베들레헴으로 향했고, 그곳에 가니 천사의 말대로 마리아와 요셉과 구유에 누운 아기를 만나게 되었고, 그들에게 천사가 자신들에게 전해 준 말을 그대로 전했고, 마리아는 목자의 말을 새겨들었다. 그리고는 목자들은 하나님을 찬송하며 돌아갔다.
이상의 내용을 놓고 생각해 보면 몇 가지 의아한 점이 있다. 하나님의 아들이 구유에서 태어났다는 점이 그렇고, 또 갈릴리 나사렛에 살던 사람이 유다 베들레헴까지 가서 아기를 낳게 되었다는 점도 특이하다. 만삭의 몸으로 먼 길을 간다는 것도 상식적이지 않고, 또 아무리 급하다고 해도 짐승이 기거하는 구유에서 출산을 했다는 것은 더더욱 납득할 수 없는 일이다.
황제가 호적령을 내렸고, 황제의 명령에 따라 호적하기 위해 고향으로 갔고, 그곳에서 출산 때가 되어 아기를 낳았다는 것은 받아들일 수 있다. 그런데 그 때 들판에서 양을 치던 목자에게 천사가 나타나 베들레헴에 그리스도가 탄생했다고 알려주는 이 사건은 도무지 인간의 상식으로는 납득할 수 없는 일이다.
상식을 뛰어넘는 이 모든 과정은 하나님이 당신의 뜻을 이루기 위해 펼치신 기가 막힌 작전이었다. 이스라엘을 다스릴 왕이 유대 베들레헴에 태어날 것을 선지자 미가를 통해서 예언하셨고(미5:2), 또 그 왕은 초라한 모습으로 이 땅에 등장하실 것 또한 이사야 선지자를 통해 예언한 바 있다(사53:1-3).
인간들은 하나님을 알지 못하기에 그분을 믿지도 못하고 그분의 존재하심 자체도 인정하지 않는다. 그래서 세상에서 펼쳐지는 모든 일은 인간들의 작용에 의해 일어난다고 여긴다. 그런데 하나님은 달리 말씀하고 계신다. 이 땅에서 펼쳐지는 모든 일은 당신이 뜻하시고 원하시는 대로만 이루어진다고.
천사가 나타났다는 것은 더 이상 인간의 상식으로 세상을 판단하면 안 된다는 하나님의 신호다. 인간 세계에서 천사는 없는 존재다. 그런데 나타났고 놀라운 소식을 전했고, 천사의 말이 거짓이 아니라 사실로 확인되었다는 점에서 세상 사람들은 더 이상 자신의 판단과 지식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즉 인간이 알고 있는 것은 지극히 파편적인 것뿐이라는 것이다.
예수님은 구주로 이 땅에 오셨다. 이것은 인간을 위해서가 아니라 아버지의 뜻을 이루기 위해서이다. 그러니까 주님의 탄생을 인간을 위한 것으로 해석해서는 아니 된다. 정치적 억압에서 해방시켜주실 분, 가난에서 벗어나게 하실 분, 질병의 고통에서 건져주실 분으로 예수님을 이해한다면 큰 착각이다.
천사가 목자들에게 전해 준 기쁜 소식은 지극히 간단하다. “오늘날 다윗의 동네에 너희를 위하여 구주가 나셨으니 곧 그리스도 주시니라(11절).” 이것이다. 그렇다면 이 말씀에서 벗어나면 결코 복음이 아니라는 것이다.
‘다윗의 동네에 구주가 나셨다’고 했고, ‘구주’는 구원의 주님이란 말이다. 그러니까 유대 땅 베들레헴 구유에서 태어나신 예수님만 구원자이지 그 외에 누구도 구주가 될 수 없다. 그래서 천사도 예수님의 탄생 소식을 전하면서 ‘기쁨의 좋은 소식’이라 말했고, 하늘의 천군 천사도 주님을 보내신 하나님을 찬송했다.
그렇다면 구원 받은 성도는 당연히 예수 그리스도만 높이고 찬양하는 것이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그분은 죄인의 구주시기 때문이다.
목자들, 그리고 요셉과 마리아는 개인의 입장을 생각할 수 없고 하나님이 보내신 아들을 위해 각자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이들 뿐만 아니라 이스라엘 역시 예외일 수 없고, 모든 피조물은 주님이 당신의 뜻을 이루기 위한 도구이다. 이 사실은 성령이 임한 자만 깨달을 수 있고, 이 사실을 깨달은 자는 오직 예수 그리스도만 높이고 찬양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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