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를 가르쳐 달라고 한 제자에게 예수님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기도할 것인지를 1-4절에서 말씀하셨고, 연이어 본문을 통해 계속해서 기도에 대해서 일러주신다.
어떤 사람이 한밤중에 찾아온 손님을 먹이기 위해 친구를 찾아가 떡을 빌려달라고 간청했고, 잠에서 깨어난 자는 친구의 부탁을 거절할 수 없어서 결국은 빌려줄 수밖에 없었다는 이야기를 하시고, “비록 벗됨을 인하여서는 일어나 주지 아니할지라도 그 강청함을 인하여 일어나 그 소용대로 주리라(8절).”는 해석을 덧붙이셨다.
여기에서 ‘강청’이란 표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밤중 가족이 다 잠든 시간에 친구가 찾아와 떡을 빌려달라는 무례한 부탁을 했을 때, 친구라는 이유로는 절대 부탁을 들어주지 않았겠지만 너무 간절히 요청했기에 거절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이런 말씀을 대하면 당장 드는 생각이, 어떤 관계냐 보다 얼마나 절실하게 요청하느냐에 따라 바라는 바를 이룰 수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그래서 기도하는 성도는 무엇보다 간절하게 매달리면 응답 받는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많다.
이어지는 말씀을 보자. “구하라 그러면 너희에게 주실 것이요 찾으라 그러면 찾을 것이요 문을 두드리라 그러면 너희에게 열릴 것이니(9절)”라고 하셨다. 이 또한 강청의 연장선에서 이해하면, 한 번이 아니라 거듭 요청(구하고, 찾고, 두드리고)하면 결국은 응답해 주신다는 식으로 이해하는 것이 자연스러워 보인다.
그러나 이어지는 말씀을 보면 전혀 다른 해석을 할 수밖에 없다. “너희 중에 아비 된 자 누가 아들이 생선을 달라 하면 생선 대신에 뱀을 주며 알을 달라 하면 전갈을 주겠느냐(11-12절)”라고 되묻고 있다.
여기에서는 아버지와 자식의 관계를 설정하고 있고, 아버지는 아들의 요청을 절대 거절할 수 없고, 한 걸음 더 나아가 구하는 것보다 더 좋은 것을 아들에게 주는 것이 아버지의 마음임을 강조하고 있다.
13절이 본문 이해의 핵심 구절이다. “너희가 악할지라도 좋은 것을 자식에게 줄줄 알거든 하물며 너희 천부께서 구하는 자에게 성령을 주시지 않겠느냐 하시니라.”
여기에서 ‘천부’는 하늘에 계신 아버지다. 그렇다면 기도하는 자와 기도를 듣는 자의 관계가 분명히 밝혀졌다. 즉 아들이 아버지께 구하는 것이 기도이며, 이런 관계성 속에서는 반드시 아버지가 성령을 아들에게 주신다는 것이다.
흔히들 기도에 대해 내놓는 주장을 보면, 기도는 응답 받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에 기도하는 자의 마음가짐이 중요하고, 또 기도 내용이 합당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래서 하나님이 기뻐하실 내용을 가지고 간절한 마음으로 매달리면 결국은 응답해 주신다는 것이다.
그런데 예수님이 말씀하신 기도는 이와는 전혀 다르다. 기도는 응답이 목적이 아니라 관계를 보여주는 것이 출발점이다. 즉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임을 기도를 통해서 확인하게 된다. 이 말은 아들이 아니면 아버지께 기도할 수 없다는 것이 전제되어 있다.
그리고 아들이 아버지께 구하는 경우에만 ‘강청’이 된다. 이것은 얼마나 절실하게 부르짖는가에 따른 판단이 아니다. 다시 말하지만 하나님이 생각하시는 ‘강청’은 금식이나 철야, 또는 무릎을 꿇고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기도하는 것을 말함이 아니라, 사랑하는 아들이 아버지께 요청할 때 아버지는 그것을 ‘강청’으로 들으신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기도 응답은 성령을 주시는 것으로 고정되어 있다. 아들이 아버지께 구할 때에 아버지는 좋은 것을 주신다고 하셨고, 그 좋은 것이 ‘성령’임을 일러주셨다.
예수님이 제자들에게 가르쳐 주신 기도는 그동안 우리가 생각했던 기도와는 판이하게 달라서 좀 당황스럽다. 인간이 기도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내가 바라는 바를 이루기 위해서다. 그런데 예수님은 그런 관점으로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기도하고, 그 관계는 ‘강청’이 되고, 결과는 ‘성령’을 주시는 것이다.
결론으로 말씀드리면, 예수님이 하나님 아버지께 기도할 수 있는 유일한 분이다. 왜냐하면 예수님 외에는 하나님의 아들이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기도는 성령을 보내주심으로 완성된다. 예수님께 허락하신 성령은 하나님 아버지의 마음이다. 아버지의 마음을 아들이 받을 때 아버지의 뜻대로 순종하는 아들이 된다.
예수님은 아버지의 뜻을 따라 세상에 오셨고, 또 자기 백성의 죄를 대신해서 십자가에서 저주를 받고 죽으셨다. 그러므로 예수님은 주님의 자리에 등극하셨고 만물의 주가 되셨다. 이것이 바로 아버지가 영광을 받는 길이요 또 아들이 영화롭게 되는 유일한 방법이다.
따라서 예수님이 십자가를 지심으로 구원 받는 하나님의 자녀가 탄생하고, 그 자녀들은 예수님의 지체가 되어 예수님이 아버지께 기도할 때 함께 동참하는 자가 되며, 성령을 받음으로 응답을 받게 된다. 예수님께 성령(아버지의 마음)이 임하심 같이, 성도에게도 성령(예수님의 마음)이 임한다. 이것이 예수님의 기도 응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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