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이 12제자들에게 귀신을 제어하며 병을 고치는 능력과 권세를 주셔서 하나님의 나라를 전파하도록 보내시면서 특별히 당부하신 일이 있다. ‘여행을 위하여 지팡이나 주머니나 양식이나 돈이나 두벌 옷을 가지지 말라’는 것이다.
이 예수님의 말씀은 잘 납득할 수 없다. 제자들에게 능력과 권세를 주신 것은 이해할 수 있는데 여행을 위하여 필수적으로 갖춰야 할 것들을 준비하지 말고 그냥 가라고 하신 이유는 무엇일까?
제자들이 다녀야 할 지역은 대부분 사막이라 길을 떠날 때는 철저히 준비해야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갈 수 있다. 그렇기 않을 경우에는 길을 가다 죽을 수도 있다. 그런데 예수님은 여행을 위하여 아무것도 준비하지 말고 그냥 가라고 하셨다. 이런 예수님의 지시를 인간적인 관점에서 보면 ‘나가 죽으라.’는 말씀으로 들린다.
그렇다. 복음 전하는 일은 죽어야 가능한 일이다. 아니 인간으로는 죽어도 할 수 없는 절대 불가능한 일이다. 그래서 사람이 특별히 뭘 준비해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님을 예수님이 일러주신 것이다.
무능한 제자들에게 능력과 권세를 주셨듯이 그들이 가는 길을 주가 동행하실 것이고, 어떤 사태와 환경에서도 주님이 자기 목적을 이루기 위해 제자들을 활용하실 것이다. 즉 능력과 권세를 주신 주님이 그 이후의 모든 상황에서도 간섭하시고 개입하실 것이기에 그분만 의지하면 된다.
우리가 예수님의 지시를 의아하게 여기는 이유는 미리 앞일을 예측하고 계산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예상한 대로 일이 성사되지 않으면 낭패라는 생각을 하게 되고, 그 낭패가 생명의 위협까지 간다면 더더욱 불안하게 여긴다.
그런데 생각해 보자. 주님이 세상을 만드셨고 주관하신다. 우리는 그분이 자기 뜻을 펼치기 위해 만든 피조물이다. 그러면 주님이 자기 목적을 위해 우리를 보내시면 순종하면 그만이지 그 이후의 상황을 미리 생각하고 염려한다는 것이 얼마나 터무니없는 교만인가?
전도하라고 보내시면 우리는 꼭 많은 결실을 맺어야겠다고 다짐한다. 그러나 주님은 우리 생각과 다르다. 복음 전파는 알곡과 쭉정이를 나누려는 것이지 더 많은 알곡을 모으려는 것이 아니다.
이제 문제점이 밝혀졌다. 주님의 생각과 내 생각이 다르다는 것이다. 나는 계속 살아남아야 할 이유가 없는 존재인데 우리는 계속 살아남으려고 한다. 살아남고 싶어서 주님이 기뻐하실만한 일을 하고, 그것을 통해 내 삶이 정당함을 인정받으려 한다. 이런 발상 자체가 죄악이다.
제자들도 불안했을 것이다. 그러나 주님의 능력에 이끌려 복음 전파를 위해 길을 나섰고 각 지역을 두루 다니며 복음을 전하며 병을 고쳤다. 그런데 엉뚱한 곳에서 이상한 반응이 일어났다. 분봉 왕 헤롯이 이 모든 일을 듣고 심히 당황했다는 것이다.
헤롯이 복음 전파의 소식을 듣고 당황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세례 요한을 죽인 장본인이다. 그런데 들려오는 소문에 ‘세례 요한이 살아나서 능력을 행하며 다닌다’는 것이다. 물론 소문이지만 이것이 사실이라면 어떻게 될까? 자기가 죽였는데 살아났다면 이제 남은 것은 복수뿐이다.
인간의 염려에는 늘 죽음에 대한 공포가 있다. 제자들에게 여행을 위하여 아무것도 준비하지 말라는 주님 말씀을 의아하게 여기는 우리들이나, 세례 요한이 살아났다는 소문을 듣고 당황하는 헤롯이나 다 죽음을 두려워하고 있다.
왜 죽음이 두려운가? 이유도 원인도 모른 채 그냥 두려워서 피하려 한다. 이것이 바로 사단에 사로잡힌 인간의 실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이다. 죽기가 무서워 일생을 마귀에 매여 종노릇하는 자(히2:15)가 바로 우리들이다.
그런데 예수님이 이런 상태에 놓인 자기 백성을 마귀의 손아귀에서 건져 내시려고 이 땅에 오셨다. 제자들을 부르시고, 그들에게 권능을 주시며 하나님 나라를 전파하도록 보내시는 일이 다름 아닌 이 현실을 보여주시고 이 죄악 된 현실에서 자기 백성을 구원하시려는 것이다.
주님이 죽으라고 하시면 죽으면 된다. 죽이기도 하시고 살리기도 하시는 분이 주님이다. 나의 마지막 남은 희망, 조금의 생명이라도 붙어 있어야 미래를 기대할 수 있다는 생각은 사단이 심어준 거짓이다. 인간은 살 가치가 없는 자다. 주님만 살아계시면 된다. 그분이 당신의 뜻대로 영광을 받으시기 위해 자기의 솜씨를 발휘하시기 때문이다.
‘아버지께서 내게 맡기신 생명은 하나도 잃어버리지 않고 다 살리리라(요6:39)’고 하셨다. 무엇이 더 필요한가?
DATE: 2017.12.09 -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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