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은 안식일에 일어난 두 사건을 기록하고 있는데, 첫 번째 사건은 안식일에 예수님과 제자들이 밀밭 사이로 지나다가 제자들이 밀 이삭을 잘라 손으로 비벼 먹는 일이었고, 두 번째 사건은 안식일에 회당에서 예수님이 손 마른 자를 고쳐주신 일이다.
먼저 첫 번째 사건부터 살펴보자. 안식일에 예수님과 함께 길을 가던 제자들이 밀 이삭을 잘라 먹었고, 그 광경을 목격한 바리새인들이 예수님께 시비를 건다. “어찌하여 안식일에 하지 못할 일을 하느뇨?”라고.
모세가 하나님으로부터 직접 받은 십계명을 유대인들은 가장 중요한 계명으로 여겼는데, 그 중에서도 제 4계명인 ‘안식일을 기억하여 거룩히 지키라’는 말씀은 특별히 더 중요하게 생각하며 지켰다. 그 이유는 다른 계명과 비교해 볼 때 안식일 규례는 상세한 내용과 함께 주어졌기 때문이다.
“안식일을 기억하여 거룩히 지키라. 엿새 동안은 힘써 네 모든 일을 행할 것이나 제 칠일은 너의 하나님 여호와의 안식일인즉 너나 네 아들이나 네 딸이나 네 남종이나 네 여종이나 네 육축이나 네 문 안에 유하는 객이라도 아무 일도 하지 말라. 이는 엿새 동안에 나 여호와가 하늘과 땅과 바다와 그 가운데 모든 것을 만들고 제 칠일에 쉬었음이라. 그러므로 나 여호와가 안식일을 복되게 하여 그 날을 거룩하게 하였느니라(출20:8-11).”고 기록하고 있다.
그리고 유대인들의 입장에서도 안식일을 지킴으로 하나님의 백성이란 사실을 분명히 확인할 수 있었기에 특별히 중요하게 여긴 것이다. 그러니 스스로 하나님의 아들이라고 하는 예수님이 그 제자들의 안식일 어김을 묵인했으니 종교 지도자인 바리새인의 입장에서는 당연히 그 일을 문제 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럼 예수님은 바리새인의 물음에 어떻게 반응하셨는지 보자. ‘다윗이 시장할 때에 성전에 들어가서 제사장 외에는 먹지 못하는 진설병을 먹지 않았느냐’고 되묻고 있다. 이 말씀은 ‘배가 고플 때는 계명을 어길 수도 있다’는 의미로 하신 말씀은 분명히 아니다. 그러면 어떤 의미로 이런 말씀을 하신 것일까? 여기서 의문이 드는 것은, 제자들이 안식일을 어긴 것과 다윗이 진설병을 먹은 것은 전혀 연관이 없는 사건인데 왜 이런 말씀을 하신 것일까?
그러면 유대인들이 다 존경하는 다윗도 율법을 어겼는데 예수님 제자들이 율법 어긴 것만 시비를 건다고 예수님이 핀잔을 주신 것인가? 그런 것은 아니다.
예수님의 말씀을 정확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이후 하신 말씀에서 찾아야 한다. “인자는 안식일의 주인이니라.” 이 말씀 역시 유대인들이 오해할 수밖에 없는 말씀이다. 안식일은 특정한 날로 노동하지 않고 하나님께 감사하며 제사드리는 날인데, 예수님이 안식일의 주인이라니 이게 무슨 말인가?
예수님은 율법에 대해 오해하고 있는 유대인들에게 율법의 의미를 확실히 일려주시려는 것이다. 안식일 계명을 포함한 모든 계명은 사람들이 지킬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예수님이 지킬 규례라는 것과 그 모든 계명들은 예수님을 보여주는 것임을 말씀하고 계신 것이다. 좀 더 쉽게 말한다면, 예수님이 안식을 주실 장본인이란 말씀이다.
두 번째 사건을 보자. 안식일에 예수님은 회당에서 서기관과 바리새인들이 보는 앞에서 고의적으로 손 마른 자를 고쳐 주셨는데, 질병을 치료하시기 전에 먼저 이런 질문을 던지셨다. “안식일에 선을 행하는 것과 악을 행하는 것, 생명을 구하는 것과 멸하는 것 어느 것이 옳으냐?”
예수님의 질문에 어느 것이 옳다고 답할 수 없다. 그들의 율법관으로는 답을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 말은 바꿔 표현하면 그들은 율법을 잘못 이해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손 마른 자가 불구의 몸으로 안식일에 노동하지 않고 예배를 드리면 그가 안식할 수 있는가? 결코 안식할 수 없다. 그러기에 예수님은 손 마른 자의 손을 고쳐주셔서 그가 안식을 누리게 하셨다. 그러니까 예수님이 안식일에 노동하심으로 안식하지 못하는 자에게 참 안식을 제공하신 것이다.
그럼 과연 어떻게 하는 것이 안식일을 지키는 것인가? 아니 안식일이 무엇인가? 유대인의 생각으로는 답을 찾을 수 없다. 그러기에 예수님의 말씀과 행하심을 통해 이 물음에 답을 찾아야 한다. 예수님은 안식일의 주인이라고 하셨다. 그러면서 안식일에 손 마른 자를 고쳐 참 안식을 누리게 하셨다.
본문에 등장하는 손 마른 자는 영적 불구자가 된 모든 사람을 대표하는 인물이다. 불구가 된 상태에서 안식일에 노동하지 않는다고 하여 안식을 누리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인간이 안식일을 지켜 안식을 얻는다는 것은 예초에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안식일에 사람들에게는 노동하지 말라고 하시면서 예수님은 적극적으로 노동하셨다. 이것이 바로 안식일을 지키는 것이다. 즉 예수님은 자신의 일하심을 통해 불구가 된 자기 백성에게 진정한 안식을 주신다.
DATE: 2017.09.16 - 2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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