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이 십자가에서 죽으신 후 그 시신은 아리마대 사람 요셉이 새 무덤에 안치했다. 그런데 그 날은 예비일(금요일)이었고 안식일(토요일)이 거의 다된 시각이라(유대인들은 안식일은 아무 노동도 할 수 없기에) 제대로 된 장례 절차를 진행할 여유가 없었다.
본문의 이야기는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안식일이 지난 다음날 새벽에 몇몇 여인들이 죽은 예수님을 위한 최소한의 예우를 갖추기 위해서 향품과 향유를 들고 무덤에 찾아갔다. 유대인의 무덤은 동굴에 시신을 넣고 돌로 무덤 입구를 막아두는 형식인데, 여인들이 예수님 무덤을 찾아갔을 때는 무덤 입구를 막아둔 돌이 옮겨져 있었고 예수님의 시신은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그 때 찬란한 옷을 입은 두 사람(천사들)이 나타나 하는 말이 “어찌하여 산 자를 죽은 자 가운데서 찾느냐? 여기 계시지 않고 살아나셨느니라. 갈릴리에 계실 때에 너희에게 어떻게 말씀하신 것을 기억하라. 이르시기를 ‘인자가 죄인의 손에 넘기워 십자가에 못 박히고 제 3일에 다시 살아나야 하리라’ 하셨느니라.”고 했다.
천사의 말을 듣고는 과거 예수님께서 하신 말씀이 기억났고, 곧바로 제자들에게 달려가 보고 들은 것을 그대로 이야기했지만 제자들은 여인들의 말을 믿지 않았고, 베드로만 즉시 무덤에 달려가 보니 세마포만 보이고 예수님의 시신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 기이히 여기며 집으로 돌아갔다.
예수님은 십자가에 못 박히기 전 자신이 죽은 후 삼일 만에 다시 살아나실 것을 말씀하셨다. 그러나 그 누구도 예수님이 다시 살아나실 것을 믿지 못했다. 죽은 자가 다시 살아난다는 것은 인간의 경험상 있을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예수님의 시신을 무덤에 안치한 요셉도, 향품과 향유를 들고 무덤을 찾아간 여인들도, 예수님과 3년을 동고동락한 제자들도 예수님이 죽은 후 부활하실 것을 믿는 자는 없었다. 그냥 인간의 정으로 돌아가신 예수님의 시신을 받아와 자기를 위해 준비해 둔 무덤에 예수님을 안치했고, 또 여인들은 장례 절차도 제대로 치르지 못한 예수님을 안타깝게 여기며 새벽에 향품과 향유를 시신에 뿌리기 위해 찾아갔을 뿐이다.
만약 예수님이 부활하실 것을 믿었다면 굳이 이런 번거로운 일을 하지 않았을 것이고, 막상 무덤에 가서 예수님의 시신이 보이지 않을 때에 놀라거나 당황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무덤을 보고 온 여인들이 보고 들은 것을 말했을 때 제자들이 듣고 허탄하게 여기며 믿지 않는 반응을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예수님은 하나님이 보내셔서 이 땅에 오신 하나님의 아들이었다. 이 사실은 예수님이 직접 사람들에게 밝혔고, 또 이적과 기사, 그리고 구약 율법의 해석 등을 통해 거듭 자신의 메시야 됨을 알렸다. 그러나 사람들은 그를 메시아로 믿지 못했다.
왜 믿지 못한 것일까? 이유는 간단하다. 죄인은 선악적 사고(선을 행하면 복을 받고, 악을 행하면 저주 받는다)에 갇혀 있기에 이 틀을 벗어난 것은 용납할 수 없다. 예수님 말씀은 자기 백성의 죄를 대신해서 당신이 저주를 받음으로 그들을 죄에서 깨끗하게 하신다고 하셨다. 그리고 그 사실을 아버지께서 인정하신다는 의미로 죽은 아들을 다시 살리실 것임을 말씀하셨다.
예수님이 말씀하신 기쁜 소식은 사람들에게 결코 기쁘게 들리지 않았다. 그동안 자신들이 알고 있는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율법을 지키기 위해 희생과 봉사와 수고와 땀을 아끼지 않았는데, 그 모든 것이 수포로 돌아가는 논리를 예수님이 전파하셨기 때문이다.
안식일에 병자를 고치는가 하면, 자신이 죄를 사하는 권세가 있다고도 하고, 구약의 율법을 멋대로 해석하기도 하고, 서기관과 바리새인들을 무시하고 모욕하는 발언을 서슴지 않았고, 성전에서 난동을 부리는가 하면, 스스로 하나님의 아들이라고 하는 등 유대인들이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말과 행동을 끊임없이 쏟아내셨다.
놀라운 기적과 뛰어난 언변에 현혹되어 혹시 이분이 메시아가 아닐까 반신반의했던 사람들도 예수님의 말씀 전체를 믿은 것은 아니기에 그의 부활에 대한 말씀을 기억도 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본문에서는 여인들이 천사의 말을 들은 후 예수님의 말씀이 기억났고 그 사실을 제자들에게 전하게 된다. 이것이 바로 진짜 예수님을 믿게 된 증거이다. 부활하신 주님이 성령을 주실 때 예수님이 주님으로 믿어지고 그분의 말씀을 진리로 받아들이게 된다.
예수님을 믿는 것은 이성적으로 믿을만해서 수용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것이다. 말씀이 현실이 되고, 진리가 되고, 능력이 되고, 세상 모든 것이 말씀에 의해 움직인다는 점을 깨닫는 것이다.
하나님이 말씀으로 천지만물을 창조하셨듯이 예수님 말씀은 창조의 능력이 담겨있다. 죽으시고 부활하신 그분만이 만물의 주가 되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