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은 예수님이 사람들에게 잡혀가시기 직전의 상황을 기록하고 있는데, 제자들에게 “검 없는 자는 겉옷을 팔아 살지어다.”라고 하셨고, 또 감람산에 함께 오르셔서 “시험에 들지 않기를 기도하라.”고 당부하셨다.
먼저 검 이야기부터 살펴보자. 예전에 예수님이 제자들에게 권능을 주시며 전도하러 보내실 때는 ‘지팡이나 주머니나 식량이나 돈이나 두벌 옷을 가지지 말라(9:3)’고 하셨는데, 본문에서는 “전대 있는 자는 가질 것이요 주머니도 그리하고 검 없는 자는 겉옷을 팔아 살지어다(36절).”라고 하셨다.
36절 말씀의 핵심은 ‘검 없는 자는 겉옷을 팔아 사라’는 것인데, 검을 준비해야 한다면 그것은 예수님을 잡아 죽이려고 달려드는 자를 검으로 지키려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예수님은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검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저는 불법자의 동류로 여김을 받았다 한 말이 내게 이루어져야한다’는 것이다.
예수님이 제자들에게 가르치시는 것은 복음의 능력을 일러주시는 것인데, 전도할 때 육신의 필요를 위해 아무것도 준비하지 말라고 하신 것은 성령께서 친히 전도하신다는 것을 깨닫게 하시려는 것이었고, 이제 검을 준비하라고 하신 것은 예수님이 사람들에게 잡히실 때 ‘불법자의 동류’로 취급 받을 것이라는 예언의 말씀이 성취되어야하기 때문이다.
이런 예수님의 자세는 인간들의 입장에서는 잘 이해되지 않는다. 사람들은 자신의 본래 모습보다 더 아름답게 보이려고 치장을 하는데 예수님은 자신을 향한 오해를 바로잡는 것도 하지 않으시고, 오히려 그 오해를 확신으로 믿도록 적극적으로 유도하신다.
이것은 자신의 평판에 관심을 기울이며 살아가는 인간들의 삶이 얼마나 완악한 죄악인가를 생각하게 한다. 예수님은 자신에게 관심을 갖는 것이 아니라 아버지의 뜻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고, 아버지의 뜻을 이루기 위해 자신을 온전히 던지는 삶을 펼쳐 가신다. 그러기에 자신이 억울한 오해를 당해도 그것을 바로잡는 일에 힘을 쏟는 것이 아니라 예언의 말씀이 성취되도록 처신하신 것이다.
이제 감람산에서 있었던 일을 살펴보자. 제자들에게 먼저 ‘시험에 들지 않기를 기도하라.’고 하신 후 약간 떨어진 곳에 자리를 잡고 기도하신 내용은 “아버지여 만일 아버지의 뜻이어든 이 잔을 내게서 옮기시옵소서. 그러나 내 원대로 마옵시고 아버지의 원대로 되기를 원하나이다(42절).”라는 것이었다.
보통 사람들이 기도하는 이유는 내 뜻을 이루기 위함이다. 그래서 육신이 생존하는데 필요한 최소한의 것, 즉 의식주 문제를 해결해 달라는 기도를 한다. 그런데 예수님은 이런 기도를 이방인들이 자기 신(우상)에게 구하는 것이라고 책망하셨다. 그러면서 “너희는 먼저 그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하라. 그리하면 이 모든 것을 너희에게 더하시리라(마6:33).”고 하셨다.
그렇다면 기도란 무엇인가? 그리고 기도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것은 예수님이 감람산에서 마지막으로 기도하신 내용을 통해 그 답을 찾을 수 있다. ‘내 뜻대로 마옵시고 아버지의 원대로 되기를 원하나이다.’
기도는 내 뜻을 포기하고 아버지 뜻에 합류하는 과정이다. 그래서 성도는 늘 기도해야 한다. 시시때때로 올라오는 나의 욕망을 기도를 통해 꺾고 아버지의 뜻으로 옮겨가야하기 때문이다. 만약 아버지 뜻만 보이고 내 뜻이 없다면 기도할 이유가 없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아버지 뜻과 무관한 내 뜻이 항상 자리 잡고 있다. 그러니 기도하지 않을 수 없다.
예수님이 제자들에게 ‘시험에 들지 않게 기도하라.’는 말씀에서 알 수 있듯이 우리는 늘 시험에 들 수밖에 없다. 육신의 정욕, 안목의 정욕, 이생의 자랑이 평생을 따라다니는 유혹거리다. 이것을 없앨 수는 없고, 이것이 나에게 오기를 원하는 내 뜻은 거두시고, 아버지가 원하시는 길로 나를 이끌어 달라고 기도하는 것이 성도의 책무이며 사명이다.
“그의 뜻대로 구하면 들으심이라(요일5:14).”고 했다. 이 말씀은 그(아버지)의 뜻이 아니면 듣지 않는다는 의미다. 그러니까 기도 응답이란 아버지의 뜻대로 되는 것인데, 기도하지 않더라도 아버지 뜻은 성취될 수밖에 없기에 기도할 이유가 없다는 주장을 펼치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이것은 자기중심적 사고에서 나온 발상이다. 기도는 응답이 핵심이 아니라 아버지의 뜻을 찾아가는 것이 핵심이다. 그러기에 한 순간도 기도가 필요치 않을 때가 없다. 우리는 아버지의 뜻에는 관심이 없고 어떻게 하면 내 뜻을 이룰까에 심혈을 기울이며 살기 때문이다.
예수님은 아버지가 명하신 대로 자기 백성의 죄를 담당하셔서 아버지로부터 심판(버림)을 받아야 한다. 사랑하는 독생자이지만 죄를 덮어썼기에 버릴 수밖에 없는 것이 아버지다. 이것을 통해 아버지가 얼마나 죄를 미워하시는지 깨달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