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들 사이에 ‘누가 크냐?’는 다툼이 있었고, 거기에 대해서 예수님이 책망하시며 하신 말씀이 기록되어 있다.
제자들의 다툼은 모든 인간들의 욕망을 대변하는 것으로, 세상에서는 누구나 높아지고 큰 자가 되려고 한다. 그 이유는 임금이 백성들을 주관하고, 집권자들은 은인(恩人)이라는 소리를 듣기 때문이다.
그런데 주님은 “너희 중에 큰 자는 젊은 자와 같고 두목은 섬기는 자와 같을지니라(26절).”고 하심으로 세상 가치관과는 정 반대로 말씀하셨다. 세상에서는 앉아서 먹는 자가 크고, 섬기는 자는 낮은 자이다. 그러나 예수님은 만왕의 왕(계 17:14)이신데 섬기는 자로 이 땅에 오셨음을 말씀하셨다.
이상의 말씀을 두고 이런 결론을 내리는 이들이 있다. ‘세상과 하나님 나라는 다르다. 성도는 천국 갈 자들이니 천국 가치관에 따라 살아야 한다. 그러므로 이 땅에 살면서 낮은 자리에서 섬기는 자가 될 때 결국은 천국 백성이 된다.’
과연 이것이 예수님 말씀을 제대로 이해한 것인가? 전혀 아니다. 이런 해석은 예수님 말씀을 자신의 안위를 위해 이용하려는 자들의 발상이다. 이런 식이 되면 천국도 자신을 위한 나라가 되고, 섬기는 것도 결국은 섬김을 받기 위한 방편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예수님이 말씀하신 것은, 자기 백성을 구원하기 위해 자기 목숨을 희생하실 것을 약속하신 것이다. 그러므로 이것은 인간이 감히 흉내를 내거나 따라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너희로 내 나라에 있어 내 상에서 먹고 마시며 또는 보좌에 앉아 이스라엘 열 두 지파를 다스리게 하려 하노라(30절).”는 말씀에서 알 수 있듯이, 예수님은 자기희생을 통해 자기 백성들과 함께 영생하기를 원하신다. 이 일은 인간의 행위로 가능한 것이 아니라 오직 예수님이 십자가에서 자기 백성의 죄를 위해 죽으실 때만 성사되는 일이기에, 그 일을 하시겠다고 말씀하신 것이다.
이제 베드로에게 하신 말씀을 살펴보자. “시몬아, 시몬아. 보라 사단이 밀 까부르듯 하려고 너희를 청구하였으나 그러나 내가 너를 위하여 네 믿음이 떨어지지 않기를 기도하였노니 너는 돌이킨 후에 네 형제를 굳게 하라(31절).”
이 구절은 주님께서 성도들을 어떻게 이끄실 것인지를 말씀하신 내용이다. 시몬(베드로)은 성도의 대표로 보면 된다. 성도가 이 땅에 살 때 사단의 유혹을 피할 수 없다. 사단은 지속적으로 성도를 흔들어 십자가 은혜로부터 멀어지게 하려고 안간힘을 쓰는데, 그 유혹에 넘어가지 않을 위인은 없다. 그러나 주님께서 성도를 믿음에서 떨어지지 않게 하시려고 아버지께 간구하실 것을 약속하셨다.
그러기에 성도는 자신의 의지나 노력으로 믿음을 지키려 해서는 아니 되고(사단을 이길 수 없기에), 오직 예수님의 간구로 주님과의 관계가 지속된다는 사실을 알고 주님만 바라보며 의지할 뿐이다.
그러나 베드로의 생각은 달랐다. “주여 내가 주와 함께 옥에도, 죽는데도 가기를 준비하였나이다(32절).” 이 말은, 자신이 죽을 각오도 되어 있다는 결의를 보인 것이다.
베드로의 말에 주님은 이렇게 응대하셨다. “베드로야 내가 네게 말하노니 오늘 닭 울기 전에 네가 세 번 나를 모른다고 부인하리라(34절).” 예수님의 이 말씀은, 인간의 한계를 알려주신 것이다. 아무리 각오하고 결심해도 인간은 사단의 유혹을 이길 수 없다는 것이다.
과연 인간은 어떤 존재인가? 다른 사람보다 더 높은 자리에 올라 다스리고 명령하는 자가 되면 인간으로서 삶의 보람과 가치를 확보하고 행복한 자가 되는가? 아니다. 높아져도 행복하지 않고, 설사 행복하다고 해도 결국은 죽는다. 죽음으로 결론이 나는 인생이 무슨 행복이 있고 만족이 있고 보람이 있겠는가?
하나님은 자기 기쁨을 위해 인간을 만드셨다. 모든 피조물은 창조주의 영광을 위해 존재한다. 그러기에 피조물이 영광과 만족을 운운하는 자체가 창조의 목적으로부터 벗어난 것이다.
주님은 자기 영광을 위해 지은 인간을 위하여 스스로 목숨을 내놓는 일을 하셨고, 그 일을 통해 주가 되셨다. 이것이 아버지와의 약속이고 이것만이 당신이 영광을 받는 유일한 방식이다. 여기에 인간이 다른 방법을 제시할 자격이 없다. 우리가 목숨을 드린다고 하나님이 영광 받으시는 것이 아니며, 그 어떤 일을 해도 영광 받는 분이 아니다. 그러니 우리가 하나님께 영광 돌린다고 설치는 것은 가소로운 짓이다.
예수님 스스로 영광 받기 위해 목숨을 내놓고 다시 사셔서 우리의 허물과 죄를 깨끗케 하신 그 은혜와 사랑을 감사하고 찬양하는 것 외에 우리가 할 일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