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월절이 가까운 시점에 벌어진 사건을 소개하고 있다. 먼저 대제사장들과 서기관들은 ‘예수를 무슨 방책으로 죽일꼬’ 연구하고 있었고, 가룟 유다에게는 사단이 들어가 ‘대제사장들과 군관들에게 가서 예수를 넘겨줄 방책을 의논’하게 되었고, 예수님은 베드로와 요한에게 ‘유월절을 예비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두 편으로 나눠져 일이 진행된다. 한편에서는 예수님 죽이는 일에 힘을 모으고 있고, 다른 한편에서는 예수님과 함께 유월절 잔치를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이 양편은 모두 ‘유월절’이라는 특별한 시점에 일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유월절은 이스라엘 백성들의 최대 명절이다. 과거 이들의 조상들이 애굽에서 종살이를 했는데, 하나님의 긍휼로 애굽을 떠나 지금 이스라엘 백성들이 살고 있는 가나안으로 옮겨오게 되었다. 그 옮기는 과정에서 하나님의 지시를 거부하고 히브리인들을 내보내지 않은 애굽 왕에게 하나님의 무서운 심판이 떨어졌다. 애굽 땅에 있는 모든 장자를 죽이는 것이었다.
이 때 히브리인들에게 하나님이 명하신 것은, 어린양을 잡아 그 피를 문설주와 인방에 바르면 그 집은 죽음의 사자가 넘어갈 것이라고 하셨고, 그 말씀을 믿고 양의 피를 바른 자들은 장자가 죽는 무서운 심판의 날에 죽지 않고 살았다. 그리고 이 날(유월절)을 기념하여 여호와의 절기를 삼아 영원한 규례로 대대에 지키라고 명하셨다(출12장 참조).
그런데 예수님을 죽이려고 방책을 연구하고 있는 대제사장들과 서기관들은 왜 하필 유월절이 가까운 때에 이런 일을 도모했을까? 여기에는 당장 두 가지 큰 문제점이 있다. 첫째는 백성들이 예수님을 잡아 죽일 생각이 전혀 없었다는 것이고, 둘째는 명절에 사람을 죽이는 것은 축제를 망치는 일이기에 합당하지 않다는 것이 당시 사회의 분위기였다(마26:4 참조).
이처럼 전혀 여건이 조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상하게 일은 진행되고 있다. 예수님의 제자 가룟 유다가 대제사장들과 군관들에게 찾아가 예수님을 넘겨주겠다고 했고, 그들은 기뻐하며 돈을 주기로 약속했다.
자신을 죽이려고 일을 꾸미는 것을 모를 리 없는 예수님은 그들의 계획을 폭로하거나 살기 위해 도피하지 않고 태연히 자신의 할 일을 하셨다. 제자들과 함께 유월절을 지키기 위해 준비하라고 명하신 것이다.
인간은 누구나 자신의 생존을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 그래서 사람들의 모든 행동은 자신을 살리는 일이고, 가능하면 더 행복하게 잘 살기 위해 계획하고 준비하고 노력한다. 대제사장들과 서기관들이 예수님을 죽이려는 것도 자신들이 계속 현재의 사회적 지위를 유지하고 대중들로부터 존경받으며 살기 위해서다. 군중들이 예수님을 따르고 그에게 열광하는 이유 역시 자신들의 삶이 더욱 풍성하게 되기를 소망하면서 예수님께 기대를 걸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에서 좀 색다른 움직임이 가룟 유다에게 나타난다. 그는 예수님을 잡아 죽이려는 자들과는 전혀 입장이 다르다. 예수님과 동고동락했던 제자이고, 예수님이 죽는다고 해서 자신이 특별하게 이득을 볼 일도 없다. 그렇다고 해서 돈이 궁해서 예수님을 팔아넘긴 것도 아니다.
가룟 유다의 돌발적인 행위는 “사단이 들어가니(3절)”라는 표현을 통해 이해할 수밖에 없다. 이제 더 이상 자신의 생각과 행동을 스스로 제어할 수 없고, 사단이 이끄는 대로 움직였다. 그 모습이 예수님을 죽이려고 작당하는 자들을 찾아가 예수님을 넘겨주려고 의논한 것이다.
여기에서 우리는 ‘사단의 일’이 무엇인지 분명히 알아야 한다. 고린도후서 4장 4절에 보면 “세상 신이 믿지 아니하는 자들의 마음을 혼미케 하여 그리스도의 영광의 복음의 광채가 비취지 못하게 함이니”라는 말씀이 있다. 그러니까 사단은 ‘복음의 광채를 가리는 일’이 그의 사명이다.
그에 비해 성령은 복음의 광채가 환히 비치도록 하신다. 가룟 유다를 제외한 다른 제자들은 예수님과 함께 유월절을 맞이하기 위해 준비한다.
예수님은 왜 하필 유월절에 죽으려고 하시는 것일까? 명절에 사람을 죽이는 것은 합당치 않다고 권력자들은 유월절을 피해 예수님을 죽이려 했다. 그러나 그들이 원하는 대로 되지 않았고, 예수님이 원하시는 대로 예수님은 유월절에 십자가에서 죽임을 당하셨다.
유월절에 어린양의 피를 발라 죽음에서 건짐 받은 자들은 하나님의 백성이다. 그런데 예수님은 그 유월절에 자신이 죽으심으로 한 마리 어린양이 되어 자기 백성을 살리려고 하신다.
출애굽 당시 유월절에 어린양의 피가 뿌려짐으로 생명을 얻은 것은, 장차 오실 어린양 되시는 예수님이 자기 피를 뿌림으로 생명을 주실 것을 예고한 것이다. 그러므로 유월절을 기념하게 하신 것은 예수님이 십자가에서 죽으심으로 자기 백성의 죄를 사하고 생명을 주실 것을 내다본 사전 포석이다. 그래서 예수님은 반드시 유월절에 죽어야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