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베료가 로마 황제로, 빌라도가 유대 총독으로, 헤롯이 갈릴리 분봉 왕으로, 안나스와 가야바가 대제사장으로 있을 때에, 빈들에 있는 요한에게 하나님의 말씀이 임하게 되었고, 그 후 그는 선지자 이사야가 예언한 대로 주의 길을 예비하는 ‘죄 사함을 얻게 하는 회개의 세례’를 전파하게 된다.
누가는 요한이 사역을 시작한 때를 정확히 밝히기 위해 당시의 통치자 이름을 거론하고 있다. 이것은 자신이 전하는 메시지가 허구가 아니고 역사적으로 벌어진 일을 있는 그대로 전하고 있다는 사실을 강조하는 것이다.
이제 요한이 외친 말씀을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세례 받으러 나오는 자들에게 “독사의 자식들아 누가 너희를 가르쳐 장차 올 진노를 피하라 하더냐 그러므로 회개에 합당한 열매를 맺고 속으로 아브라함이 우리 조상이라 말하지 말라.”고 독설을 퍼부었다. 이것이 과연 자기 백성을 향해 할 수 있는 말인가?
유대인들은 아브라함의 후손이기에 당연히 하나님의 백성으로 천국에 간다고 굳게 믿고 있었다. 그런 자들을 향해 ‘독사의 자식(사단의 자식)’이라고 하질 않나, ‘돌들로도 아브라함의 자손이 되게 하신다’니 이게 무슨 망발인가?
그러니까 요한이 하고 싶은 말은, 혈통적으로 아브라함의 후손이라고 해서 천국에 가는 것이 아니라 회개에 합당한 열매를 맺어야 천국 백성이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런 말을 덧붙였다. “이미 도끼가 나무뿌리에 놓였으니 좋은 열매 맺지 아니하는 나무마다 찍혀 불에 던지우리라.”
이 말은 ‘열매가 없으면 지옥 불에 던져진다.’는 것인데, 우리에게는 너무도 당연한 말로 들리지만 유대인들은 그렇지 않다. 이방인들이 지옥 불에 던져지지 아브라함의 후손인 자신들은 지옥과는 무관하다고 여겼는데 요한은 그들의 생각과는 전혀 달리 말했다. 그러니 염려스런 마음으로 되묻는다. “그러면 우리가 무엇을 하리이까?”라고.
한 번도 지옥에 간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는 자들에게 요한은 지옥을 거론했으니 얼마나 두려웠겠는가? 그러니 당연히 지옥에 가지 않기 위해서는 어떻게 하면 되는지를 물은 것이다.
요한의 답변은 간단했다. “옷 두벌 있는 자는 옷 없는 자에게 나눠줄 것이요 먹을 것이 있는 자도 그렇게 할 것이니라.” 이 말은 오해를 불러일으키기에 딱 좋은 대답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말을 ‘가진 자는 없는 자를 위해 나눠주라’는 것으로 이해한다. 그러나 그런 의미로 한 말이 아니다.
거듭되는 질문에 대한 답변에서도 역시 오해를 할 수밖에 없는 말을 하고 있다. 세리들이 “우리가 무엇을 하리이까?”라는 질문에 “정한 세 외에는 늑징치 말라.”고 했고, 군병들이 “우리는 무엇을 하리이까?”라는 질문에 “사람에게 강포하지 말며 무소하지 말고 받는 료를 족한 줄로 알라.”고 했다.
그러니까 요한의 말은, 권한을 남용해서 백성들을 괴롭히지 말고 맡은 일에만 충실하면 된다는 의미로 들린다. 그러나 그런 의미로 한 말이 아니다. 여분의 옷을 가지고, 남의 것을 착취하는 것은 스스로의 힘으로 자기 삶을 풍성하게 꾸려가겠다는 생각에서 비롯된 행동이다. 그러나 이제 그럴 이유가 없다. 메시아가 오셨고, 그분의 손에 우리의 생명이 달려있기에 스스로 자신을 살리려는 행동을 접으라는 것이다. 그것이 회개에 합당한 열매다.
만약 이렇게 해석하지 않고, 남에게 구제를 베풀고, 직권 남용을 하지 않는 것으로 해석한다면, 이 또한 자기 행위를 통해 천국을 따내겠다는 것으로, 생명의 주님께 모든 것을 맡기는 삶이 아니다.
지옥이 아닌 천국 가는 것, 저주가 아닌 복을 받는 것이 하나님의 백성이 바라고 소망하는 것이 되면 아니 되고, 예수님을 주로 받아들이고 그분께 모든 것을 맡기는 것이 주님 나라의 백성이 취할 태도이다.
요한은 세례 받으러 나오는 자들을 향해 ‘독사의 자식들’이라고 욕했다. 굳이 이런 거친 표현 대신 좋은 말로 타이를 수도 있는 것 아닌가? 충분히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요한에게 하나님의 말씀이 임했고, 그는 주의 말씀에 사로잡혀 외쳤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그러니까 요한은 설교의 수위조절을 못해서 지나치게 거친 말을 한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바꿔 말하면 그의 외침은 적확한 것이어서 어느 누구도 요한의 말에 반박할 수 없다는 것이다. 우리의 모든 행동은 주를 높이는 것이 아닌 나를 높이고 나를 위해 움직인다. 그러니 사단의 자식이 맞다.
그럼 어쩌란 말인가? 여기에서 우리가 어떻게 함으로 말미암아 사단의 자식이 하나님의 자녀로 옮겨갈 수 있다는 말이 아니다. 즉 우리가 물세례를 받음으로 천국 백성이 되는 것이 아니라, 예수님이 불세례를 받고(십자가에서 우리를 대신해서 저주를 받고), 성령을 보내주실 때(성령세례), 성령을 받은 자는 새생명을 얻게 된다. 이것이 요한이 전하는 복음(회개의 세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