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께서 마지막 목적지인 예루살렘 성에 당도하셔서 벌어진 몇 가지 사건이 기록되어 있는데, 이것을 통해 예수님과 유대인들의 성전관이 충돌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유대인들은 성전을 자신들의 생명처럼 아끼고 사랑했다. 그런데 예수님은 그 성전 앞에서 하신 말씀이, ‘원수들이 (성전의)돌 하나도 돌 위에 남기지 아니하리라(44절).’고 하셨고, 또 성전에서 장사하는 자들을 내어 쫓으시며 그들에게 ‘내 집은 기도하는 집이 되리라 하였거늘 너희는 강도의 굴혈을 만들었다(46절).’고 역정을 내셨다.
이런 예수님의 언행은 유대인들이 도무지 납득할 수 없는 불경한 일이다. 하나님의 지시에 의해 성전을 세웠고, 또 성전은 하나님이 자기 백성과 만나는 장소이며, 백성들의 죄를 용서받을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인데, 이 성전이 적들에 의해 무너진다니 이것은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리고 성전에서 장사하는 자를 내쫓는 행위 또한 성전 제사를 방해하는 일로 받아들였다. 이것은 단순히 물건을 사고파는 일이 아니라 백성들이 원활하게 제사를 드리기 위해 꼭 필요한 일로, 제물을 팔고, 돈을 바꾸는 자들이 있었다.
성전에서 제물은 판 것은, 먼 곳에서 제물을 가지고 성전까지 오기 힘든 자들을 위해 성전에서 제물을 구입해서 제사를 드리도록 한 것이고, 돈 바꾸는 자들이 있는 것은 당시 사회에서 통용되는 로마 화폐는 황제의 얼굴이 그려져 있기에 그것을 하나님 앞에 드릴 수 없어서 성전에서 사용하는 화폐를 따로 만들어 드렸다.
이런 유대인들의 마음을 예수님이 모를 리 없는데, 굳이 이렇게 난장판을 만든 이유가 무엇일까? 그것은 그들의 잘못된 성전관을 지적하시기 위함이다. 성전이라는 특정한 공간에서 특별한 제물을 드릴 때 죄가 사함 받고 복을 받는다고 여긴 자들에게 예수님은 전혀 다른 성전관을 제시하셨다. 46절 말씀에 보면 “내 집은 기도하는 집이 되리라.”고 하셨는데, 이 말씀에 의하면 성전을 ‘내 집’이라고 하셨고, ‘기도하는 집’이라고 하셨다.
유대인들은 성전을 예수님과 연관시켜 생각하지 못했다. 그러기에 성전 자체가 소중했고, 자신들의 제사 행위에 의미가 있었다. 그런데 예수님은 성전 파괴를 선포하시고, 성전에서 제사를 위해 필요한 일(제물을 팔고, 돈을 바꾸는 것)을 강도짓이라고 선언하신 것이다.
그럼 이제 예수님께서 성전을 ‘내 집’이라고 하신 이유를 따져보자. 성전이 한 개인의 집이 될 수는 없다. 그런데 예수님은 주저 없이 ‘내 집’이라고 하셨다. 그 이유는, 성전이 예수님 자신의 몸을 보여주는 임시적 건물이란 점을 말씀하신 것이다.
‘성전이 적들에 의해 무너진다.’는 말씀 역시 의미가 중첩되어 있다. 실제로 성전 건물은 파괴된다. 그러나 더 중요한 의미는 예수님 자신이 적들에 의해 죽임 당한다는 점을 말씀하신 것이다.
성전을 자신의 생명처럼 아낀 자(유대인)들이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 박아 죽였다. 그렇다면 성전을 아낀 그들이 성전을 파괴한 적이 된 것이다. 이런 상황을 내다보시고 예수님은 성전 근처에 이르러 건물을 보고 눈물을 흘리시며 하신 말씀이 “너도 오늘날 평화에 관한 일을 알았더면 좋을뻔 하였거니와 지금 네 눈에 숨기웠도다(42절).”라고 하신 것이었다.
여기에서 ‘평화에 관한 일’을 말씀하신 이유는, 예수님 자신이 평화의 왕으로 오셨고, 예루살렘 입성 때 백성들이 예수님을 향해 “주의 이름으로 오시는 왕이여 하늘에는 평화요 가장 높은 곳에는 영광이로다.”라고 찬양했다.
예수님이 십자가에서 죽임 당할 때 진정한 평화가 오는데, 유대인들 생각은 예수님이 하나님이 보내신 메시아라면 절대 죽어서는 아니 되고, 살아서 왕의 자리에 등극해야 자신들이 평화롭게 살 수 있다고 믿었다. 그러니 예수님이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없었다.
성전을 ‘기도하는 집’이라고 하신 것도, 유대인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그곳에서 기도하면 하나님이 응답해 주신다는 것이 아니다. 만약 그렇다면 성전은 절대 무너져서는 아니 된다. 그러나 성전이 무너져야(예수님이 십자가에서 죽어야) 예수님 이름으로 기도가 가능해진다. 따라서 ‘기도하는 집’이란 특정 건물에서 기도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대속의 피를 흘리신 그분의 이름을 의지하고 기도한다는 것이다.
예수님의 돌발적인 언행을 대제사장들과 서기관들과 장로들이 도저히 묵과할 수 없어서 죽이려고 작정했다. 그러나 백성들은 예수님 말씀에 귀를 기울여 들었기에 예수님을 어찌하지 못했다. 아직은 때가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예수님은 분명 평화를 위해 이 땅에 오셨고, 그 평화는 자신의 죽음으로만 성취된다. 그래서 죽음을 향해 점점 가까이 다가서고 있고, 흥분한 종교 지도자들은 예수님을 죽이려 작정했다. 그러나 죽는 것 또한 그들의 의지대로 되는 것이 아니라 예수님 뜻대로 된다. “아버지께서 나를 사랑하시는 것은 내가 다시 목숨을 얻기 위하여 목숨을 버림이라. 이를 내게서 빼앗는 자가 있는 것이 아니라 내가 스스로 버리노라(요10:17-18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