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전에서 기도하는 두 사람(세리와 바리새인)을 비교하면서 의로움이 무엇인지 비유로 설명하신 것이 본문의 내용이다.
통상적으로 인간들은 자신의 올바른 행실을 통해서 의롭게 된다고 믿는다. 본문에 등장하는 바리새인이 그 대표적인 인물이다.
먼저 바리새인의 기도 내용을 보면, “나는 다른 사람들 곧 토색, 불의, 간음을 하는 자들과 같지 아니하고 이 세리와도 같지 아니함을 감사하나이다. 나는 이레에 두 번씩 금식하고 또 소득의 십일조를 드리나이다(11-12절).”라는 것이었다.
이 기도를 통해 파악할 수 있는 것은, 타인과의 비교를 통해 자신의 위치를 확인한다는 점인데, 바리새인은 세리와 자신을 비교했고, 또 다른 사람의 신앙생활과 비교해서 자신의 우월한 점을 부각시키고 있다.
유대인들이 다 하나님을 섬기고 율법을 준수하며 산다고 하지만 자신처럼 이레에 두 번씩 금식하는 자가 흔치 않고, 또 십일조를 드리는 자 또한 많지 않은데 본인은 이런 것들을 꼭 실천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성전에 나와 기도하면서 자신만만하고 당당한 모습을 취하고 있다.
그에 반해 세리는 “멀리 서서 감히 눈을 들어 하늘을 우러러 보지도 못하고 다만 가슴을 치며 가로되 하나님이여 불쌍히 여기옵소서. 나는 죄인이로소이다(13절).”라고 기도했다.
세리가 성전에 갔다는 것조차 일반인들에게는 불쾌한 일이다. 늘 타인의 금전을 갈취하는 것이 일상인 세리는 거룩한 성전에 들어가서 하나님께 기도할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 타인의 시선을 의식한 탓인지 세리는 ‘멀리 서서 감히 눈을 들어 하늘을 우러러 보지도 못하고’ 기도했다. 스스로 기도할 자격도 못되는 자 인줄 알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죄인입니다.’라는 고백을 한 것이다.
이 두 사람의 기도를 평가한다면, 누구나 바리새인처럼 당당하게 기도하고 싶지 세리와 같은 기도를 하고 싶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놀라운 사실은, 예수님은 정 반대의 평가를 내리셨다는 것이다. “이 사람(세리)이 저(바리새인)보다 의롭다.”고 하셨고, “자기를 높이는 자는 낮아지고 자기를 낮추는 자는 높아지리라(14절).”고 선언하셨다.
우리 생각에는 세리보다 바리새인이 훨씬 훌륭한 삶을 살았고, 율법을 준수하는 일에도 바리새인은 열심을 다해 충성했는데 왜 예수님은 바리새인의 노고를 칭찬하지 않으시고 토색하는 일로 삶을 이어가고 있는 세리를 의롭다고 선언하신 것일까?
우선 두 사람을 비교하기에 앞서 ‘성전’이 어떤 곳인지를 생각해 보자. 성전은 제물을 죽여 하나님께 제사 드리는 곳이다. 즉 제물 드리는 자를 대신해서 짐승이 죽는데, 이 죽음은 인간을 대신한 죽음이다. 따라서 성전에 나아가는 자는 자신이 죽을 죄인임을 인정하고 고백하는 자세가 필수적이다.
이런 관점에서 두 사람을 비교해 보면 예수님의 평가가 정확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9절 말씀을 보면 “또 자기를 의롭다고 믿고 다른 사람을 멸시하는 자들에게 이 비유로 말씀하시되”라고 되어 있다.
본문은 9절을 바탕으로 주어진 말씀이다. 바꿔 말하면, 모든 인간은 ‘자기를 의롭다고 믿고 다른 사람을 멸시하는 자’들이다. 그래서 자신을 돋보이기 위해 시시한 상대와 자신을 비교하고, 비교우위를 확인하며 스스로 만족하고, 그것을 근거로 하나님께 복을 요청한다.
하나님은 한 번도 인간들끼리 비교해서 앞선 사람에게 복을 주겠다고 약속하신 적이 없는데, 인간들은 그런 생각에 젖어 하나님을 압박한다. 말로는 ‘기도’라고 하지만 실상은 ‘협박’에 가깝다. ‘나는 악한 짓을 하는 다른 사람과 같지 않음을 감사합니다. 그리고 금식하고 십일조도 드립니다.’ 이 말의 의미는, 세리와 비교했을 때 ‘자신은 월등하게 훌륭한 삶을 살았기에 그에 합당한 복을 주셔야 합니다.’라는 마음으로 기도 아닌 기도를 한 것이다.
바리새인이 아닌 세리가 합당한 기도를 드렸다. 그런데 이 땅에 세리와 같은 기도를 드리는 자는 없고 모두가 바리새인의 기도를 드리는 자뿐이다. ‘자기를 의롭다고 믿고 다른 사람을 멸시하는 자’가 바로 우리들이다.
이제 무엇이 문제인지 밝혀졌다. 하나님이 기뻐하실 행동을 해서 그것으로 의롭다고 인정받을 인간은 없다. 우리의 모든 행위는 주님께 책망 받을 행위뿐이다. 그러기에 의롭다는 평가를 기대하는 것 자체가 불경이다.
단, 성령의 은혜가 임한 자는 자신이 마땅히 저주 받아 죽을 자임을 깨닫게 된다. 그래서 세리처럼 ‘나는 죄인입니다. 불쌍히 여겨주시옵소서.’라는 기도가 자신도 알지 못한 채 발설된다. 그리고 예수님은 의인을 부르러 온 것이 아니라 죄인을 부르러 오신 분임을 믿고 죄 용서하시는 주님께 나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