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대인들은 조상 대대로 하나님이 보내실 메시아를 기다리며 살았는데 그 이유는 그분이 오시면 하나님의 나라가 펼쳐질 것이라고 약속하셨기에 그 날을 학수고대 한 것이다.
그런 자들에게 나타난 예수님은 각 지역을 다니면서 자신이 하나님의 아들, 즉 하나님이 보내신 메시아라고 공공연히 말씀하셨고, 또 각종 질병을 고치심과 함께 사람이 도저히 할 수 없는 이적을 일으키셨다. 바리새인이 예수님께 나아와 하나님 나라에 대해 질문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 나온 것이다.
그리고 바리새인이 예수님께 질문한 사항은 특정한 몇몇 사람들만의 궁금증이 아니라 하나님의 약속을 믿는 사람이면 누구나 알고 싶은 내용이다. 그래서 구체적으로 그 때, 시기를 묻지 않을 수 없었고, 그 시기를 분명히 알면 그 때에 맞춰 준비할 사항은 준비하겠다는 것이 사람들의 마음이다.
‘하나님의 나라가 어느 때에 임하나이까?’라는 바리새인의 질문에 예수님은 “하나님의 나라는 볼 수 있게 임하는 것이 아니요 또 여기 있다 저기 있다고도 못하리니 하나님의 나라는 너희 안에 있느니라.”는 답변을 주셨다.
예수님의 답변은 상당히 충격적이다. 하나님의 나라가 볼 수 있게 임하는 것이 아니라는 말씀이 충격이고, 또 하나님의 나라는 너희 안에 있다는 말씀 역시 충격이다. 예수님 말씀에 따르면 이미 하나님 나라가 임했는데 자신들은 전혀 알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 되는데, 그렇다면 하나님 나라를 기다린 자신들은 도대체 뭐가 되는가?
때를 알면 준비하고 잘 대응해서 그 나라의 백성으로 영원히 행복하게 살 것을 꿈꿔왔는데, 그 하나님의 나라가 이미 왔고 그 사실을 모르고 있다고 하시니 이보다 더 충격적인 말씀은 없을 것이다.
연이어 제자들에게 들려주신 말씀을 살펴보자. “때가 이르리니 너희가 인자의 날 하루를 보고자 하되 보지 못하리라 사람이 너희에게 말하되 보라 저기 있다 보라 여기 있다 하리라 그러나 너희는 가지도 말고 좇지도 말라 번개가 하늘 아래 이편에서 번뜻하여 하늘 아래 저편까지 비췸 같이 인자도 자기 날에 그러하리라.”
이 말씀 역시 예상치 못한 내용이다. ‘인자의 날 하루를 보고자 하되 보지 못하리라.’고 하심은, 하나님 나라 백성으로 영원히 살 소망으로 이 땅에서의 모든 것을 포기하고 주님을 따랐는데 ‘그런 날 하루도 보지 못한다’고 하시니 그럼 어쩌란 말인가?
다만 다행스러운 것은 굳이 그 날을 알려고 할 필요가 없는 것이 번개가 치면 어느 곳에 있어도 다 알 수 있는 것처럼 인자의 날 역시 누구나 다 알 수 있다는 이야기가 그나마 위안이 된다.
여기에서 인간이 얼마나 자기 위주로 모든 것을 생각하고 살아가는지가 폭로된다. 하나님이 약속한 메시아는 인간들 좋으라고 보내시는 것이 아니고, 또 그가 이루실 하나님의 나라 역시 인간들을 위한 세계가 아님에도 인간들은 오직 자신만을 위한 메시아를 기다리고 하나님의 나라에 들어가기를 바란다.
예수님의 말씀을 통해 인간들의 기대가 얼마나 허망한 것이었는지 확인되었고, 그 헛된 소망이 무너져야 함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진짜가 드러나기 위해서는 가짜가 먼저 철거되어야 한다. 가짜를 끝까지 움켜쥐고 있다면 그는 영원히 진짜를 만날 기회를 잃게 된다.
인간들은 이 세상이든 하나님의 나라든 자신들이 주인공이 되어야 한다고 착각하며 살았다. 그런데 예수님은 ‘하나님의 나라’를 ‘인자의 날’이라 칭하시고 당신이 그 나라의 주인임을 분명히 말씀하신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굳이 하나님의 나라를 인자의 날로 새롭게 규정할 이유가 없다.
하나님은 자기 영광을 위해 만물을 지으셨고, 그 지으신 것들을 통해 영광 받기를 원하셨다. 그런데 선악과를 따먹고 신이 된 인간들은 오직 자기 영광과 만족과 기쁨만을 추구하며 산다. 그래서 하나님이 주신 말씀도 자신들을 좋게 하는 말씀으로 여겼기에 메시아가 오셔서 직접 하나님의 뜻을 설명하고 일러주어도 그 설명을 이해할 수 없었고 수용하지 않았다.
하나님의 나라를 설명하시면서 25절에는 더욱 충격적인 내용을 일러주셨다. “그가 먼저 많은 고난을 받으며 이 세대에서 버린바 되어야 할지니라.”고 하신 것이다.
하나님의 아들이 이 땅에 오시면 그 날부터 ‘불행 끝. 행복 시작!’이라고 잔뜩 기대하고 있었는데, 메시아가 많은 고난을 받고 이 세대에게 버린바 되어야 한다니 이게 도대체 무슨 말인가?
결론은 인간들이 하나님의 말씀을 완전히 오해했다는 것이다. 착각도 이런 착각이 없다. 메시아도, 그가 이루실 하나님의 나라도 인간을 위한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아들을 위한 것이다. 그래서 메시아는 인간들의 기대와는 정 반대로 이 땅에 오셔서 고난을 받고 버린바 되어야 한다. 이렇게 되어야 인간들의 죄가 완전하게 드러나고, 또 그런 죄인을 위해 대신 십자가에서 저주를 받아 자기 백성의 구원을 이루시는 예수님의 자기 사랑이 극대화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