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이 이런 말씀을 하신 의도는 무엇일까? ‘허리에 띠를 띠는 것’은 종이 일할 때의 복장이고, ‘등불을 켜고 서 있는 것’은 밤이 되어 일을 끝내고 쉴 시간인데 출타한 주인이 귀가하지 않아 주인을 기다리는 자세다.
결혼식에 다녀오겠다고 떠난 주인이 늦은 밤이 되어도 돌아오지 않았고, 종은 주인을 기다리며 잠도 자지 않고 계속 등불을 밝히고 서서 주인이 돌아오면 영접하려고 기다리고 있다. 과연 이것이 종으로서 주인을 섬기는 합당한 모습인가?
오늘날의 시각으로 보면, 이 요구는 인권 유린이고 노동력 착취다. 종도 휴식시간이 있는데, 주인이 귀가하지 않았다고 무작정 기다려야 하는 것이 종의 할 일인가? 아무튼 쉽게 납득할 수 없는 말씀을 예수님이 하셨다.
그런데 이렇게 충실하게 종의 직분을 감당하는 자에게는 오히려 ‘주인이 띠를 띠고 그 종들을 자리에 앉히고 수종하리라.’고 하셨다. 하지만 이 말씀은 아무도 순종할 수 없기에 순종해서 복 받을 자도 당연히 없다.
그렇다면 예수님이 공허한 말씀을 하신 것인가? 여기에 반전이 있다. 사람은 지킬 수 없고 예수님 자신이 이루실 말씀이다. 그러니까 예수님은 자신이 하실 일을 제자들에게 들려주신 것이다. 허리에 띠를 띠고 등불을 켜고 주인이 귀가하면 영접하려고 서 있는 분은 예수님이다.
예수님은 아버지의 뜻을 따라 이 땅에 오셨고, 아버지와의 언약을 이루시기 위해 한 걸음 한 걸음 십자가를 향해 걸어가고 있다. 그리고 그 끝은 완전한 순종(죽음)으로 아버지를 흡족하게 하실 것이다.
예수님이 무엇을 말씀하시면 그 말씀을 듣는 자들은 어떻게 순종할 것인지 궁리한다. 그런 식이면 예수님 말씀에 해답을 찾을 수 없다. 쉽게 말해, 예수님 말씀은 그 무엇도 인간이 지킬 수 없는 것들이다.
예수님은 자신이 하실 일을 말씀하셨고, 당신이 그 말씀에 온전히 순종하심으로 아버지의 뜻을 완성하게 된다. 그리고 성령을 보내 성도들에게 당신의 가신 길을 따르도록 이끄신다. 그러니까 성령이 임한 성도는 예수님이 가신 길을 따라가게 되고, 그 길은 예수님과 영원히 함께하는 영생의 길이다.
42-43절을 보자. “지혜 있고 진실한 청지기가 되어 주인에게 그 집 종들을 맡아 때를 따라 양식을 나누어 줄 자가 누구냐 주인이 이를 때에 그 종의 이렇게 하는 것을 보면 그 종이 복이 있으리로다.” 이 말씀 역시 예수님의 자기 사역을 알려주신 말씀이고, 당신이 직접 진실한 청지기가 되어 충성할 것이고 결국 아버지가 주신 복을 받을 분이다.
성경의 모든 말씀은 예수님에 대해 기록하고 있다. 그러기에 우리가 함부로 지키겠다고 달려드는 것은 금물이다. 아예 지킬 수 없는 내용이고 지키려고 달려드는 것 자체가 불경이다. 다만 말씀을 접하는 우리는 얼마나 완악한 죄인인지 확인하면서, 이런 죄인을 대신해서 예수님이 말씀에 순종하심으로 그분이 성취하신 의를 우리에게 선물로 제공하신다는 사실을 믿고 감사할 따름이다.
47-48절을 보자. “주인의 뜻을 알고도 예비치 아니하고 그 뜻대로 행치 아니한 종은 많이 맞을 것이요 알지 못하고 맞을 일을 행한 종은 적게 맞으리라.”고 하셨다. 이 말씀에 의하면 주인의 뜻을 알고 순종치 않은 자와 알지 못해 순종치 못한 자로 나눠지는데, 결과는 하나다. 전부 순종치 못했다는 것이다.
우리는 주인의 뜻을 알지 못했고, 설사 알았다 해도 순종할 수 없다. 그러면 많이 맞든지 적게 맞든지 매를 맞는 것이 합당하다. 그런데 예수님이 아버지의 뜻을 알고 온전히 순종하심으로 복을 받았고, 그 복을 우리에게 안겨 주심으로 불순종한 죄인인 우리가 복을 받는 희한한 일이 벌어진다. 이것이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들려주시는 기쁜 소식이다.
사도 바울이 예수님을 묘사한 구절을 보자. “그는 근본 하나님의 본체시나 하나님과 동등 됨을 취할 것으로 여기지 아니하시고 오히려 자기를 비워 종의 형제를 가져 사람들과 같이 되었고 사람의 모양으로 나타나셨으매 자기를 낮추시고 죽기까지 복종하셨으니 곧 십자가에 죽으심이라(빌2:6-8).”
예수님은 하나님의 아들인데 종의 모습으로 이 땅에 오셨고, 십자가에 죽으심으로 철저히 순종하셨다. 그 십자가에서 흘린 피는 자기 백성의 죄를 대신한 것이기에 주의 백성을 정결케 하셨다. ‘예수의 피가 우리를 모든 죄에서 깨끗하게 하신다(요일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