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바리새인의 점심 식사 초대에 응한 예수님은 손 씻지 않고 음식을 잡수심으로 비난을 받았고, 그에 대해 예수님은 반격을 가하셨다(37-44절). 그런데 엉뚱하게도 예수님의 말씀을 듣고 있던 한 율법사가 시비를 걸고 나왔고, 이에 대해 예수님이 역공을 퍼붓는 것이 본문의 내용이다.
율법사의 일성은 “선생님, 이렇게 말씀하시니 우리까지 모독하심이니이다(45절).”라는 것이었다.
율법사가 이런 말을 한 이유는, 그가 하나님의 율법을 백성에게 가르치는 자인데, 이런 자신을 모독하는 것은 하나님의 법을 모독하는 것이고, 이것은 결국 하나님을 모독하는 것이라는 논리다. 그리고 하나님의 아들이란 분이 아버지의 법을 모독하면서 어찌 하나님의 아들이 될 수 있느냐는 것이다.
그러니까 이 율법사의 주장은, 어떤 경우에도 율법 선생인 자신이 모독당해서는 아니 된다는 것과 율법사인 자신을 모독한 예수님은 하나님의 아들이 아니라는 것이다.
여기에 대해 예수님은 반격을 가하시는데, “화 있을진저”를 세 번이나 반복하시면서 분노를 쏟아내고 있다.
첫 번째 공격은 “화 있을진저 또 너희 율법사여, 지기 어려운 짐을 사람에게 지우고 너희는 한 손가락도 이 짐에 대지 않는도다(46절)”라는 것이다.
앞서 서기관에게 “화 있을진저”라고 공격하셨는데, 이제 율법사에게도 똑같은 공격을 퍼붓고 있다. 이 공격은 특정 사람에게 향한 것이 아니라 모든 인간이 예수님의 공격을 받을 수밖에 없는 죄인이란 점을 보여주는 것이다.
율법사는 율법을 해석하고 가르치는 역할을 담당했는데, 그의 가르침에 따라 사는 것은 무거운 짐을 지는 것이라고 예수님이 지적하셨다. 그리고 백성들에게는 무거운 짐을 지우면서 자신은 전혀 그 짐을 지지 않는다고 공격하셨다.
여기에서는 율법사의 두 가지 오류가 등장한다. 첫째는 율법이 짐이 되어서는 아니 되는데 짐이 되게 한다는 것, 둘째는 짐을 져야 한다면 다 같이 져야 하는데 율법을 가르치는 자는 짐을 지지 않고 배우는 자만 짐을 진다는 것이다.
인간은 하나님의 율법을 짐으로 생각했다. 아니 짐으로 생각하는 것이 당연하다. 하나님의 말씀은 ‘~하라. ~하지 말라.’는 명령으로 구성되어 있기에 당연히 짐으로 여길 수밖에 없다. 그러니 율법사가 백성들에게 짐을 지운다는 것이 특별할 것도 없다.
그런데 놀라운 사실은 예수님은 그 율법을 백성들에게 짐으로 가르치지 않았다는 점이다. 반대로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 자들아 다 내게로 오라. 내가 너희를 쉬게 하리라(마11:28).”고 하셨다.
그럼 왜 예수님은 율법을 짐으로 간주하지 않는데 사람들은 짐으로 여기는 것일까? 결론부터 말한다면, 인간들이 율법을 오해했기 때문이다. 율법을 지켜야 한다면 무거운 짐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지킬 수 없는 것이라면 짐이 아니다.
율법은 인간이 지키는 것이 아니라 예수님이 지킬 법이다. 그러기에 율법이 나에게 짐이 되지 않는다. 단, 율법 앞에 내가 죄인으로 드러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하나님이 우리에게 율법을 주신 이유다. 여기에서 우리는 예수님께 나아갈 이유가 생긴다. 그분은 우리의 짐을 대신 지셔서 우리를 율법의 짐에서 해방하셨기 때문이다.
예수님의 두 번째 공격은 “화 있을진저 너희는 선지자들의 무덤을 쌓는도다. 저희를 죽인 자도 너희 조상들이로다.”라는 것이었다.
이 말씀은, 일관성 없는 죄인들의 모습을 공박하고 있다. 조상들은 선지자를 죽였는데, 그 후손들이 이제 와서 선지자들의 무덤을 꾸미는 짓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만약 선지자들의 말씀이 옳다고 인정해서 선지자들의 무덤을 단장한다면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도 여전히 선지자들의 외침을 외면하는 자들이 그들의 무덤을 가꾸는 이유는, 선지자들을 부정하면 자신들의 존재 자체가 부정되기에 그들을 외면할 수 없는 것이다.
예수님의 세 번째 공격은 “화 있을진저 너희 율법사여 너희가 지식의 열쇠를 가져가고 너희도 들어가지 않고 또 들어가고자 하는 자도 막았느니라(52절).”는 것이다.
지식의 열쇠를 가졌다는 것은 그들이 하나님의 말씀을 해석하는 일을 맡았다는 것인데, 잘 알지도 못하면서 아는 척하며 가르쳤고, 이것은 마치 소경이 소경을 인도한 꼴이다. 그러니 당연히 둘 다 구덩이에 빠질 수밖에 없다.
하나님이 주신 율법은 아들 예수님만이 지킬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감히 인간들이 그 율법을 지키겠다고 나섰으니 “화 있을진저”라는 꾸중을 들을 수밖에 없었다.
‘여호와께서는 우리 무리의 죄악을 그에게 담당시키셨고(사53:6).’ 예수님은 십자가에서 피 흘려 죽으심으로 아버지가 주신 율법을 다 이루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