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바리새인이 예수님을 자기 집으로 초대해서 점심 식사를 하면서 주고받는 대화가 본문 내용이다.
문제의 발단은 예수님이 손도 씻지 않고 음식을 잡수셨다는 것이다. 유대인들은 음식을 먹기 전에 반드시 손을 씻고 먹었다. 그 이유는 사막 지역이라 먼지가 날리기 때문에 항상 손을 씻고 먹는 것이 당연하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종교적인 이유가 더 컸는데, 그들의 의식 속에는 더러운 것이 입을 통해 몸속으로 들어가면 몸 전체가 더러워진다고 생각해서 그것을 방지하기 위해 반드시 손을 씻은 후 음식을 먹었다.
예수님이 이런 유대인의 풍습을 몰라서 손을 씻지 않고 음식을 잡수신 것은 아니고 오히려 그들의 잘못된 생각을 지적하시려고 의도적으로 그런 행동을 하신 것이다.
예수님의 행동을 이상히 여기고 있는 이 바리새인을 행해 예수님이 하신 말씀을 보자. “너희 바리새인은 지금 잔과 대접의 겉은 깨끗이 하나 너희 속인즉 탐욕과 악독이 가득하도다. 어리석은 자들아 밖을 만드신 이가 속도 만들지 아니하셨느냐? 오직 그 안에 있는 것으로 구제하라. 그리하면 모든 것이 너희에게 깨끗하리라(39-41절).”
이 구절을 하나하나 살펴보자. ‘잔과 대접의 겉은 깨끗이 하나 너희 속인즉 탐욕과 악독이 가득하도다.’ 이 말씀은 ‘바깥에 있는 더러운 것이 몸속에 들어가서 몸이 더러워지는 것이 아니라 이미 너희 속은 더러움으로 가득 차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 그릇을 깨끗이 하고, 손을 깨끗하게 씻어 정결한 상태로 음식을 먹어야 몸을 더럽히지 않는다는 생각 자체가 착각인 것이다.
또 ‘밖을 만드신 이가 속도 만들지 아니하셨느냐?’고 하셨는데, 이 말씀은, 인간의 노력으로 깨끗하게 되는 것이 아니라 주님이 정결케 씻어 주셔야만 정결케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안에 있는 것으로 구제하라’고 하셨는데, 이것은 겉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속이 중요하고, 속을 깨끗하면 온 몸이 정결케 된다는 것이다.
이 예수님의 말씀은, ‘네 속이 더러우니 그 더러운 속을 깨끗하게 하면 온 몸이 정결케 된다.’는 것인데, 이것은 인간의 힘으로 가능한 것은 아니고, 결국 예수님께서 자신의 몸을 희생 제물로 드림으로 자기 백성의 허물을 사하시는 방법 외에는 다른 길이 없다는 것을 에둘러 말씀하신 것이다.
연이어 예수님은 바리새인들의 외식을 지적하기 위해 십일조를 거론하셨다. “너희가 박하와 운향과 모든 채소의 십일조를 드리되 공의와 하나님께 대한 사랑은 버리는도다.”
소득의 십일조를 드리는 것은 하나님의 율법을 준수하며 살아가는 유대인들의 기본적인 삶이다. 그런데 바리새인들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지극히 사소한 소득도 다 계산해서 철저히 십일조를 드렸다. 박하, 운향, 채소의 십일조를 드리는 것은 요즘 식으로 표현하면 집 앞 텃밭에서 상추, 쑥갓 등을 심거나 남에게 식사 한 끼 대접받은 것도 철저히 계산해서 십일조를 드렸다는 것이다.
이런 철저함을 예수님은 외식으로 규정하셨다. 지극히 사소한 소득도 빼놓지 않고 십일조를 드렸다는 것이 외식이 아니라 그렇게 철저히 계산을 해서 십일조를 드리면서 정작 십일조의 의미를 전혀 알지 못한 채 십일조를 했다는 것이다.
모든 율법은 준수하는 것이 최종 목적이 아니라 인간이 얼마나 자기중심으로 살아가는가를 저적하기 위함이다. 그러기에 율법 앞에서 모든 사람은 다 자신의 완악함을 시인하고 죄인의 자리에 자신이 놓여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다.
그런데 유대인들은 자신의 죄를 인정하고 머리 숙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율법을 놓고 누가 더 하나님의 말씀에 철저히 순종하고 있는지 경쟁을 벌이고 있다. 그래서 바리새인들은 남들이 생각지도 못한 사소한 소득(박하, 운향, 채소)까지도 계산해서 철저히 드린 것이다.
그러면서 길에서 사람들을 만나 그들로부터 인사를 받고 또 회당이나 공공장소에 가면 상석에 앉는 것을 즐기는 삶을 살았다. 이 얼마나 교만한 태도인가?
이런 자들의 삶을 ‘평토장한 무덤’같다고 하셨다. 무덤에 봉분이 있으면 무덤인줄 알지만 평토장을 하면 무덤인줄 모르고 사람들이 그냥 밟고 지나갈 수 있다. 이처럼 유대인들은 속에 섞은 시체가 있지만 겉은 평평한 길이라 태연하게 밟고 지나가는 것처럼, 겉만 반짝이면 그것이 깨끗한 줄 생각하고 눈에 보이는 겉을 깨끗하게 하고, 그 깨끗함을 자랑하고 즐기는 자의 외식을 공격하셨다.
겉이 아무리 깨끗한들 속에는 섞은 시체가 있는데 그 상태를 깨끗하다고 인정할 수 있겠는가? 결코 아니다. 그럼 어떻게 하면 속을 깨끗하게 할 수 있는가? 이것은 인간이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래서 예수님은 자기 백성을 대신해서 십자가에서 저주를 받으심으로 그들의 더러움을 깨끗하게 씻어 주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