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대인들이 예수님께 ‘하늘로서 오는 표적’을 보여 달라(16절)는 요청을 했는데, 이에 대해 응답하시는 것이 본문 내용이다.
표적을 구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선지자들의 입을 통해 ‘하나님이 메시아를 이 땅에 보내실 것’이란 말을 계속 들어왔기에, 유대인들은 조상대대로 메시아를 기다리며 살았다. 하나님이 보내시는 메시아가 오면 그때부터는 불행이 그치고 행복이 시작될 것으로 믿었다. 그래서 어떤 인물이라도 좀 특이하고 비범한 면이 보이면 ‘이 사람이 혹시 하나님이 보내신 메시아가 아닐까?’ 여기며 주목했던 것이다.
그런데 예수님은 출생부터 특이했고 또 그가 자신을 하나님의 아들이라고 주장했을 뿐만 아니라 많은 기사와 이적을 행하기도 했다. 그러니 당연히 그의 행동에 주목할 수밖에 없었고, 또 진짜 메시아인지 아닌지 확인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을 것이다.
현재까지의 상황에서는 메시아라고 단정하기는 어려웠다. 본인 입으로 메시아라고 했고 많은 기적도 행했지만 하나님의 율법을 예사로 어겼고, 또 율법을 너무나 자의적으로 해석해서 종교 지도자들과 충돌을 일으키는 등등의 문제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예수님에 대해 정확히 확인하고 싶은 마음에 ‘하늘로서 오는 표적’을 구한 것이다.
이에 대해 예수님은 이들의 행태를 ‘악한 세대’로 규정하시면서, “요나의 표적 밖에는 보일 표적이 없다.”고 단호히 말씀하셨다.
여기서 ‘악한 세대’란 어떤 의미인지부터 살펴보자. 흔히들 악하다고 하면 특정인 혹은 특정 세력이 남에게 치명적인 몸의 손상 또는 경제적 피해를 입힌 경우 그 사람(들)을 악하다고 말한다. 그런데 예수님은 특정인이 아닌 그 시대 사람들 전체를 가리켜 ‘악한 세대’라고 하셨다.
이런 예수님의 평가에 대해 누구도 동의할 수 없을 것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각자의 경험과 자질로 판단해서 다양한 선택을 하며 살아가는데 그들 모두의 삶이 다 악하다고 하면 이것을 누가 용납하겠는가? 그러나 예수님은 조금의 주저함도 없이 “이 세대는 악한 세대라(29절).”고 선언하셨다.
그렇다면 예수님의 이 평가는 무엇이 근거한 것인가? 예수님은 자신이 하늘로부터 온 메시아란 사실을 말로만이 아니라 행동으로 여러 차례 보여주셨다. 아니 그가 출생한 이후 계속 이 사실을 온 몸으로 전하셨다. 가장 최근에 보여준 사건은 귀신 들려 벙어리 된 자를 고쳐주신 일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그 일을 목격하고도 예수님께 ‘당신이 메시아란 표적을 보여 달라.’고 했으니 이들이 악한 세대가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
예수님이 메시아란 사실을 귀신을 제압하면서 보여주셨는데, 그 메시아를 앞에 두고 ‘메시아 된 표적을 보여 달라’고 했으니 이보다 더 완악한 자들이 어디 있겠는가? 그리고 이런 안목은 한두 사람의 생각이 아닌 모든 자들의 판단이고, 이것이 바로 사단에게 장악된 것임을 일러주기 위해 ‘악한 세대’라고 말씀하신 것이다.
그럼 왜 예수님은 메시아 된 증거를 보여 달라는 자들에게 요나의 표적을 거론하신 것일까? 인간들이 인정할 수 있는 메시아의 기준은 하나님만이 할 수 있는 놀라운 기적을 행할 때 그를 메시아로 인정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사고방식 자체가 사단에 사로잡혀 있다는 증거다.
그래서 예수님은 사람들이 기대하는 방식으로 메시아 됨을 증거하는 것이 아닌 아버지와의 언약을 실행하는 자로 자신의 메시아 됨을 증거하신 것이다. 그것을 위해 요나의 표적을 말씀하셨는데, “요나가 밤낮 사흘을 큰 물고기 뱃속에 있었던 것같이 인자도 밤낮 사흘을 땅속에 있으리라(마12:40).”고 하시면서, 당신의 죽음을 통해서만 메시아 됨을 증명할 뿐임을 선언하신 것이다.
하나님이 보내신 메시아는 아버지와의 약속에 따라 자기 백성의 죄를 대신해서 죽는다. 그리고 사흘 만에 하나님이 살리셔서 하나님 우편에 앉힌다. 이처럼 십자가에서 죽고 사흘 만에 다시 살아나신 자만 메시아지 다른 메시아는 없다.
마지막으로 “네 몸의 등불은 눈이라 네 눈이 성하면 온 몸이 밝을 것이요 만일 나쁘면 네 몸도 어두우리라(34절).”고 하셨다. 이 말씀은,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죽으심 외에 다른 것으로 메시아 됨을 찾으려 하는 모든 짓들은 다 등불을 가리는 것이기에 그런 것들을 제거할 때 온 몸이 밝을 것임을 일러주셨다.
메시아는 십자가 죽으심 외에 다른 방법으로 자신을 증거할 수 없다. 달리 말하면, 십자가에서 못 박혀 죽으신 예수님 외에 다른 구원자는 없다. 예수님은 우리의 죄악 때문에 아버지로부터 버림받고 죽임 당했다. 그리고 우리의 의롭다 하심을 위하여 살아나셨다(롬4:25). 그러기에 십자가 지신 것 말고 다른 것으로 예수님을 메시아로 확정할 것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