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 중 하나가 막 기도를 마치신 예수님께 부탁했다. “요한이 자기 제자들에게 기도를 가르친 것과 같이 우리에게도 가르쳐 주옵소서.”라고.
이런 요청을 예수님께 한 이유는 그동안 기도했지만 응답에 대한 확신이 없었기에 확실하게 응답받기 위해서는 ‘어떻게 기도하는 것이 제대로 된 기도입니까?’라는 질문이 깔려있다.
인간들이 기도하는 이유는 자신이 바라고 원하는 바를 이루기 위함이다. 즉 자신을 위해서 기도한다. 그러나 예수님이 기도하시는 내용을 보면 자신의 뜻을 관철시키기 위함이 아니라 아버지의 뜻대로 되기를 원하시면서 기도하셨다. 그러기에 예수님께 기도를 가르쳐 달라고 요청한 제자는 먼저 자신이 오해하고 있는 기도의 의미를 깨닫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
다시 말하지만 기도는 내 필요를 채우기 위해 하나님께 요청하는 것이 아니라 아버지의 뜻을 깨닫기 위해 기도해야 한다는 점을 놓치지 말자.
이제 예수님이 제자에게 가르치신 기도 내용을 살펴보자. 첫 번째로 일러주신 것이 “아버지여 이름이 거룩히 여김을 받으시오며”이다. 여기에서 기도의 목적을 찾을 수 있다. 아버지의 이름이 거룩하게 되는 것이다.
다음은 “나라이 임하옵시며”인데, 이것은 하나님의 나라가 이 땅에 임하기를 원하고 있다. 즉 아버지의 뜻이 이 세상에 성취되는 것이다.
다음은 “우리에게 날마다 일용할 양식을 주옵시고”인데, 이 말씀은 우리가 살기 위해 기본적인 먹거리는 당연히 기도해서 받을 자격이 있다는 것이 아니라, 이스라엘 백성들이 애굽을 떠나 가나안을 향해 가는 과정에서 40년 광야 생활을 연상시킨다. 그들은 먹을 것도 마실 것도 없이 무작정 길을 떠났다. 그러나 하나님은 하늘에서 매일 만나를 내리셨고 백성들은 만나를 먹고 살았다.
그런데 놀라운 사실은 그 양식이 1일 분 이상을 취할 수 없었다는 점이다. 내일 먹을 것을 염려해서 남겨둔 자는 다 썩어서 먹을 수 없게 되었다. 그러니까 하루 분 양식을 거둬 하루 먹으면 되고, 다음 날 양식은 다음 날 또 하나님이 주시면 먹어야 했다.
“우리에게 날마다 일용할 양식을 주옵시고” 이런 기도를 하라고 하신 이유는, 매일 아버지께서 이끄시는 대로 살겠다는 고백을 드리는 것이다.
다음은 “우리가 우리에게 죄 지은 모든 사람을 용서하오니 우리 죄도 사하여 주옵시고”인데, 여기에는 내가 죄를 용서받기 위한 전제 조건이 붙어 있다. ‘우리가 우리에게 죄 지은 모든 사람을 용서하는 것’이다.
과연 우리가 나에게 피해를 입히고 고통은 준 사람을 용서할 수 있는가? 형식적으로는 용서했다고 해도 마음까지 용서할 수는 없다. 그러나 주님은 우리의 모든 죄를 능히 용서하신 분이다.
마지막으로 “우리를 시험에 들게 하지 마옵소서.”라고 기도하라고 하셨는데, 여기서 ‘시험’이라고 하면, 내 욕망을 이루기 위해 하나님을 찾는 것이다. 더 나아가 내 기쁨과 만족을 위해 사는 삶이다.
성도는 주님의 영광을 위해 지음 받았다. 그러기에 내 목적, 내 영광, 내 기쁨이 삶의 이유가 될 수 없고, 내 필요를 위해 기도하는 것 자체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다시 정리하면, 기도는 하나님과 주파수를 맞추기 위한 작업이다. 하나님의 뜻을 알지 못한 채 내 뜻을 아뢰는 것이 기도의 목적이 아니라 기도하면서 아버지의 뜻을 발견하고 내 뜻을 포기하는 과정이 기도이다.
예수님이 십자가 지시기 전 겟세마네 동산에서 하신 기도를 떠올려보자. “내 아버지여, 만일 할 만하시거든 이 잔을 내게서 지나가게 하옵소서. 그러나 나의 원대로 마옵시고 아버지의 원대로 하옵소서(마26:39).”라고 기도하셨다.
예수님이 십자가에서 죽는 것이 고통이고 아픔이라 피할 수만 있다면 피하고 싶지만 아버지의 뜻이라면 기꺼이 십자가를 지겠다는 것이다. 이것이 기도의 표본이다. 예수님이 이 땅에 오신 목적이 아버지의 뜻을 이루기 위해 자기 백성의 죄를 대신해서 십자가에서 피 흘려 죽는 것이었다.
예수님이 십자가 지신 의미를 성령을 통해 깨달은 성도는 자기 욕망 달성을 위해 사는 삶이 아닌 예수님의 주 되심을 기뻐하며 대속의 피를 흘리신 그 사랑을 감사, 찬양하기 위해 불러주셨다는 것을 안다. 그러나 끝없이 올라오는 욕망을 내 힘으로 어찌할 수 없다는 사실 또한 인정한다. 그래서 내 죄를 내가 어찌할 수 없기에 예수님이 대신 십자가에서 저주 받았다는 사실이 늘 감사함으로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