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의 제자들이 떠난 후에 예수님이 요한에 대하여 말씀하셨다. ‘그는 참 선지자이며, 여자가 낳은 자 중에 요한보다 큰이가 없다’고. 이런 말씀은 요한의 제자들이 찾아왔을 때 하셨으면 좋았겠는데 예수님은 그들이 떠난 후에 다른 사람들에게 이런 말씀을 하셨다.
의심하는 요한에게 확신을 심어주실 요량이었다면 예수님의 답변은 대단히 부적절하다고 할 수 있다. ‘너희들이 보고 들은 것을 가서 전하라.’는 말씀도 그렇고, 요한의 제자들이 떠난 후에 요한에 대해 설명하신 것도 시기가 적절치 않다고 하겠다.
사실 예수님은 요한에게 확신을 심어주려고 말씀하신 것은 아니고, 그의 질문에 답하시면서 당신의 메시야 되심을 증거하고 계신다. 그 점은 요한이 어떤 자인지를 설명하시면서 분명히 드러난다. “보라 내가 내 사자를 네 앞에 보내노니 그가 네 앞에서 네 길을 예비하리라 한 것이 이 사람에 대한 말씀이라(27절).”
예수님은 말라기(3:1) 선지자의 예언을 근거로 요한은 틀림없는 선지자임을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셨다. 그러나 이것은 요한이 선지자란 점에 초점이 맞춰진 것이 아니라 ‘그는 주의 길을 예비할 자’라는 점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에 결과적으로는 요한이 예비한 길을 따라 등장하신 당신이 진짜 메시야라는 것을 부각시키는 것이다.
만약 요한을 높이고 그의 인간됨됨이를 칭찬하실 목적이었다면 “여자가 낳은 자 중에 요한보다 큰이가 없도다(28절).”는 말씀으로 끝맺어야 한다. 그러나 연이어 하신 말씀은 “하나님의 나라에서는 극히 작은 자라도 저보다 크니라.”고 하셨다. 그러니까 예수님은 요한을 높이는 것이 아니라 인생의 가치와 의미는 예수님 당신과 연결되어 있음을 설명하고 계신 것이다.
세상이 사람을 평가하는 기준은 다양하다. 돈, 권력, 명예, 지식, 희생, 봉사 등등 수도 없이 많다. 이런 관점으로 요한을 평가한다면 예수님의 평가와는 전혀 다른 평가가 나왔을 것이다. 그럼 예수님은 어떤 기준으로 요한을 평가했기에 이런 평가를 내리신 것일까?
세상 만물은 예수님을 위해 창조되었고, 예수님을 위해 움직인다. 그러니 사람들 또한 예수님의 주 되심을 드러내기 위해 지음 받았다. 구약의 선지자는 오실 메시야를 증거했고, 신약의 사도들은 오신 메시야를 전했다. 그런데 요한은 구약과 신약을 잇는 위치에서 예수님을 메시야로 직접 소개한 유일한 인물이다.
메시야에 대해서 예언하고(구약) 설명하는(신약) 것도 증인의 역할인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예수님을 메시야라고 말한 요한은 예언도 설명도 아닌 본체를 소개한 것이다. 그러니 어떤 자보다 더 큰 자라는 예수님의 평가가 나온 것이다.
그런데 이 세상에서 가장 큰 자인 요한이 ‘하나님의 나라에서는 지극히 작은 자라도 저보다 크다’고 하시니 이건 또 무슨 말씀인가? 큰 자, 작은 자의 기준은 예수님이다. 누구보다 더 정확히 예수님을 소개한 자가 요한이기에 그는 가장 큰 자였다. 그러나 이것은 이 땅에서의 소개일 뿐이다.
예수님은 십자가를 지시고 부활하신 후 자기 백성의 주로 등극하신다. 그러기에 요한이 메시야를 소개할 당시는 아직 십자가 지시기 전이다. 그러니 부활, 승천하신 후 하나님 우편에 자리를 정하시고 영원히 다스리실 그 나라에서 보면 요한은 지극히 작은 자 일뿐이다.
예수님이 요한을 평가하신 후 사람들의 반응은 둘로 갈라졌다. 요한에게 세례를 받은 사람들은 예수님의 말씀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였고, 세례를 받지 않은 자들은 예수님 말씀을 외면했다. 그래서 예수님은 비유로 이 세대를 설명하셨다. ‘아이들이 장터에 앉아 피리를 불어도 너희가 춤추지 않고, 애곡하여도 너희가 울지 아니한다’고.
이 비유는 당시 아이들이 장터에서 흔히 있었던 결혼식과 장례식 놀이를 예를 들어 예수님이 이 세대를 공격하고 계신데, 인간들의 완악함이 심각해서 시대의 흐름을 전혀 분별치 못하고 있음을 지적하신 것이다.
요한은 하나님의 심판 때가 임박했음을 전하면서 금식했는데, 사람들은 그를 귀신이 들렸다고 했고, 예수님이 오셔서 자기 백성을 구원하는 잔치가 베풀어져 그들과 함께 즐겼는데, 사람들은 예수님을 향해 먹기를 탐하고 술을 즐기는 자라고 욕했다. 그래서 시대의 분위기를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살아가는 자들에게 예수님은 비유를 통해 지적하신 것이다.
아무도 메시야를 알아보지 못하고 제 멋대로 평가하고 판단하며 살아가는 이 세대는 그야말로 절망적이다. 그러나 예수님을 메시야로 알아보고 영접하는 자도 분명히 있다는 점을 예수님은 말씀하셨다. “지혜는 자기의 모든 자녀로 인하여 옳다 함을 얻느니라(35절).”
진리이신 예수님이 당신의 자녀에게는 인정받는다고 하셨으니 우리가 염려할 일은 없다. 내가 복음 전하는 일이 시원치 않아서 예수님을 영접하는 자가 없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당신이 택한 백성, 아버지께서 맡기신 생명은 하나도 잃어버리지 않고 마지막 날에 다 건지는 것이 예수님의 하실 일이다(요6:39-40).
예수님은 자기 백성의 죄를 대속하기 위해 이 땅에 오신 메시야다. 그러기에 그분의 말씀이나 행동은 모두 메시야로서의 사역이다. 육의 관점에서 그를 보고 이해하는 자들은 당연히 그를 배척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분이 부르시는 생명이 있다. 이들이 주님의 자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