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은 두 가지 사건이 기록되어 있다. 앞부분에는 가버나움 지역에서 일어난 일로, 병든 백부장의 종을 치료하신 것이고, 뒤에는 나인 성에서 과부의 죽은 아들을 살린 사건이었다.
먼저 백부장의 종을 치료하신 사건부터 살펴보자. 이 백부장은 이스라엘에 파견 된 로마 군인으로 100명의 부하를 거느린 장교인데, 이 사람의 사랑하는 종이 병에 걸려 사경을 헤매고 있을 때 예수님의 소문을 듣고 유대인 장로 몇을 보내어 자기 종을 구원하시기를 요청했다.
백부장의 부탁을 받고 예수님을 찾아간 장로들은 예수님께 이런 말로 백부장을 소개했다. “저가 우리 민족을 사랑하고 또한 우리를 위하여 회당을 지었나이다.” 이 말은 ‘백부장이 비록 이방인이지만 이스라엘을 위해 헌신한 사람이니 그의 부탁을 들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라는 의미였다.
예수님은 장로들의 말을 듣고 백부장의 집으로 향해 가던 도중에 백부장이 보낸 친구들을 길에서 만나 새로운 말을 듣게 되었다. “주여 수고하시지 마옵소서. 내 집에 들어오심을 나는 감당치 못하겠나이다. 그러므로 내가 주께 나아가기도 감당치 못할 줄을 알았나이다. 말씀만 하사 내 하인을 낫게 하소서.”
처음 장로들을 보내 부탁할 때는 ‘오셔서 종을 구원해 주소서.’라고 했는데, 나중에는 친구들을 보내 ‘말씀만 하사 내 하인을 낫게 하소서.’라고 했다. 왜 이렇게 태도가 달라진 것인지 그 사정을 본문에서는 기록하지 않았기에 알 수 없지만 첫 번째의 자세와 두 번째의 자세가 완전히 달라진 것만은 확실하다.
그리고 두 번째 자세에 대해 예수님은 크게 기뻐하시면서 “이스라엘 중에서도 이만한 믿음은 만나보지 못하였노라.”고 하신 것으로 보아 이 말씀이 본문의 핵심임이 분명하다.
친구를 보내 예수님께 전한 말의 내용은 이런 것이다. “저도 남의 수하에 든 사람이요 제 아래에도 군병이 있으니 이더러 가라 하면 가고 저더러 오라 하면 오고 제 종더러 이것을 하라 하면 하나이다.” 이 말의 의미는, 예수님은 세상에서 가장 높은 분이기에 명령만 내리시면 종들이 다 시행할 것이기에 ‘말씀 한마디면 병든 하인이 나을 것’임을 믿은 것이다.
백부장은 자신의 신분과 예수님의 지위를 비교하면서 예수님을 이해했다. 100명의 군사를 지휘할 수 있는 자신에 비해 예수님은 세상 만물의 지휘관이다. 그러니 당연히 그분의 명령은 권위가 있을 것이고 세상 모든 피조물은 그분의 명령에 따를 수밖에 없음을 확실히 믿었던 것이다.
이런 백부장의 믿음에 대해 예수님은 극찬하셨는데, 이것은 유대인들의 잘못된 인식에 대해 공박하신 것이다. 아브라함의 후손인 자신들은 당연히 구원을 얻을 것이고, 자신들을 괴롭히고 억압하고 있는 로마 사람들은 멸망하는 것이 합당하다는 생각을 뒤집은 것이다.
구원은 예수님의 손에 달려있다. 주님이 구원할 자를 구원하시지 혈통을 따지거나 행실을 보아 구원하시는 것이 아니다. “나는 은혜 줄 자에게 은혜를 주고 긍휼히 여길 자에게 긍휼을 베푸느니라(출33:19).” 이것이 여호와 하나님의 뜻이다.
이제 죽은 과부의 외아들을 살리신 사건을 살펴보자. 예수님 일행이 나인 성으로 가시는 도중에 성에서 나오는 장례행렬과 마주쳤다. 죽은 자는 그 어미의 독자였고 그 어미는 과부였다. 그래서 동네 사람들은 과부의 외아들이 죽은 것을 위로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함께했다.
예수님은 과부를 불쌍히 여기시고 “울지 말라.”고 하시면서 ‘그 관을 잡으니 장례행렬이 멈춰 섰고, 그 때 “청년아 내가 네게 말하노니 일어나라.”고 명하시니 그 명령대로 죽은 자는 살아났다. 이 광경을 목격한 많은 사람들은 두려워하며 하나님께 영광을 돌렸다.
이상의 두 사건에서 우리가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은 중병에 걸린 백부장의 종이 건강을 되찾고, 죽은 과부의 외아들이 살아났다는 것이 아니다. 예수님은 어떤 분이기에 죽을 병자를 건강하게 하시고, 죽은 자를 살리셨는가 하는 것이다.
예수님은 하나님이기에 능치 못할 일이 없으니 죽은 자를 살리는 것이 큰 문제가 될 것이 없다. 그러나 이런 관점으로 볼 것이 아니라 왜 예수님은 이런 일을 행하셨는가 하는 점이 중요하다. 주님은 단순히 병든 자를 건강하게 하고, 죽은 자를 살리는 능력을 과시하신 것이 아니라 자신이 대신 병을 짊어지고 병든 자를 고쳐 주셨고, 자신이 대신 죽고 죽은 자를 살리시는 분임을 보여주신 것이다.
이사야는 장차 오실 메시야의 사역을 이렇게 예언했다. “여호와께서는 우리 무리의 죄악을 그에게 담당시키셨도다(사53:6).”라고. 그래서 신약의 사도들은 예수님의 사역을 “우리 연약한 것을 친히 담당하시고 병을 짊어지셨도다 함을 이루려 하심이더라(마8:17).”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니까 예수님은 단순히 질병을 치료하시는 분이 아니라 병들어 죽어가는 자들을 대신해서 자신이 그 죽음을 담당하심으로 새생명을 주시는 구원자(메시야)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