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가지의 비유가 나온다. ‘소경이 소경을 인도하면 둘 다 구덩이에 빠진다. 형제의 눈 속에 있는 티는 보고 네 눈 속에 있는 들보는 깨닫지 못하느냐? 못된 열매 맺는 좋은 나무가 없고 또 좋은 열매 맺는 못된 나무가 없다. 주초를 반석 위에 놓은 집은 홍수가 나도 요동치 않지만 주초 없이 흙 위에 지은 집은 무너진다.’
먼저 소경이야기를 생각해 보자. ‘소경이 소경을 인도하면 둘 다 구덩이에 빠진다.’는 것은 지극히 상식적인 이야기다. 그러나 이 말씀을 해석하는 일은 쉽지 않다. 흔히 ‘밝히 눈을 떠서 소경을 바른 길로 인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본문에서 말하는 것은 ‘어떤 인간도 소경 아닌 자가 없기에 사람이 다른 사람을 인도한다는 자체가 지극히 어리석은 일이며 이런 경우 둘 다 멸망의 구렁텅이에 빠지고 만다.’는 것을 경고하고 있다.
그리고 한 걸음 더 나아가 소경을 인도하는 일은 눈을 떠 앞을 볼 수 있는 예수님만의 사역임을 일러주신 말씀이다. 그러기에 예수님이 하실 일을 인간이 하려고 한다면 이 자체가 교만이고 월권이다.
‘자기 눈 속에 들보가 있는데 형제의 눈 속에 티끌을 빼려한다.’는 말씀 역시 앞의 비유와 맥을 같이한다. 결론적으로 말한다면 사람이 다른 사람의 잘못을 지적해서 수정한다는 것이 불가능함을 지적하고 계신다. 자기 눈 속에 들보가 있으면 제대로 볼 수 없다. 시야를 가리는 큰 방해물이 있으니 정확한 시선을 가질 수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자기 눈 속에 있는 들보를 먼저 뺀 후 남의 눈의 티를 뺄 수 있는데, 어떤 인간도 스스로 자기 눈에 있는 들보를 뺄 재주가 없다. 그러니 남의 눈에 있는 티를 뺀다는 것은 누구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즉 예수님만이 할 수 있는 역할인 것이다.
‘악한 나무는 악한 열매를, 선한 나무는 선한 열매는 맺는다.’는 것 역시 당연한 이야기다. 이 본문을 보면서, ‘나는 좋은 나무가 되어 좋은 열매를 맺어야지.’라고 다짐하는 자들이 있는데, 이런 식의 반응이 나온다면 이 또한 심각한 오류에 빠진 것이다. 본문은 인간의 가능성 자체를 차단하고 있는데 어찌 선한 나무가 되려 한단 말인가?
인간은 출생 때부터 죄인으로 태어난다. 즉 나쁜 나무라는 말이다. 이것은 성경 전체에 흐르는 맥락이다. 대표적인 한 구절을 든다면 다윗의 시편에서 찾을 수 있다. “내가 죄악 중에 출생하였음이여 모친이 죄 중에 나를 잉태하였나이다(시51:5).”
인간은 죄인으로 태어나 죄의 열매를 맺을 수밖에 없다. 그러기에 좋은 나무가 되어 좋은 열매를 맺겠다는 발상 자체가 허무맹랑한 일이다. 이 구절 역시 예수님만이 의인으로 의의 열매를 맺을 수 있다는 말씀을 하고 계신다.
마지막 비유는 ‘반석 위에 지은 집은 무너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내게 나아와 내 말을 듣고 행하는 자마다 --- 주초를 반석 위에 놓은 사람과 같으니 큰물이 나서 탁류가 그 집에 부딪히되 잘 지은 연고로 능히 요동케 못하였거니와(47-48절)”라고 했는데, 이 말씀 역시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반석은 예수님이고, 그 위에 집을 짓는다는 것은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 예수님의 능력으로만 가능하다. 예수님의 믿음을 선물로 받은 자만이 예수님 위에 자신을 세우게 된다.
반석 위에 지은 집은 외부 환경으로 인해 무너지는 일은 결코 없다. 이것을 로마서에서는 이렇게 표현했다.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는 자에게는 결코 정죄함이 없나니(롬8:1)”라고 했고, “누가 우리를 그리스도의 사랑에서 끊으리요. 환란이나 곤고나 핍박이나 기근이나 적신이나 위험이나 칼이랴(롬8:35)”라고 했다.
하나님의 말씀은 인간이 행할 수 있는 내용이 아니다. 그러기에 말씀 앞에 우리는 완악한 죄인으로 드러나고 절망에 이르게 된다. 그러나 성령이 임한 자는 절망 속에서 희망을 보게 되는데 그것은 말씀을 시행하실 분이 따로 계신다는 것을 발견하기 때문이다.
요한계시록에 이런 말씀이 있다. “내가 보매 보좌에 앉으신 이의 오른손에 책이 있으니 안팎으로 썼고 일곱 인으로 봉하였더라 --- 이 책을 펴거나 보거나 하기에 합당한 자가 보이지 않기로 내가 크게 울었더니 장로 중에 하나가 내게 말하되 울지 말라 유대 지파의 사자 다윗의 뿌리가 이기었으니 이 책과 그 일곱 인을 떼시리라(계5:1-5절).”
인간은 할 수 없다. 그런데 예수님은 하신다. 그러니 나의 불가능을 한탄할 필요가 없는 것이 예수님께서 능히 하시기 때문이다. 그래서 성도는 자신의 힘과 지혜를 키우려는 노력에 집중하지 않고 예수님을 바라보며 의지하게 된다. 그분이 모든 것을 다 이루실 분이기 때문이다.
내가 눈을 떠서 소경을 인도할 필요도 없고, 내 눈의 들보를 빼고 남의 눈의 티를 뺄 이유도 없고, 내가 선한 나무가 되려는 생각도 버리자. 예수님이 자기 백성을 대신해서 모든 일을 다 하신다. 그리고 그 결과물을 성도에게 선물로 제공하신다. 반석 위에 집을 지은 자로 인정하시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세상의 어떤 문제가 와도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 결코 무너질 수 없는 상태가 되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