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둥병자와 중풍병자를 치료하신 일을 기록하고 있는데, 이 두 사건을 표면적으로 보면 예수님은 병을 고칠 수 있는 능력의 소유자이고, 사람들은 그런 예수님을 기이히 여기며 그분의 말씀도 듣고 병자들은 고침을 받기 위해 몰려들었다.
예수님이 이 땅에 오신 목적은 ‘자기 백성을 저희 죄에서 구원(마1:21)’하기 위함인데, 이것을 이사야 선지자는 ‘주의 은혜의 해를 전파(눅4:19)’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기에 예수님이 전하는 말씀과 질병 치유, 기적, 그 외 모든 활동은 복음을 전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먼저 문둥병자 이야기부터 살펴보자. 문둥병자가 예수님께 찾아와 엎드려 간구한 말은 “주여 원하시면 나를 깨끗케 하실 수 있나이다(12절).”라는 것이었다. 이런 말은 대화에서 흔히 사용하는 표현은 아니다. 보통은 “주님, 제가 문둥병으로 고생하고 있습니다. 제발 저를 낫게 해 주세요.” 이것이 통상적 표현이다.
그런데 이 사람은 왜 이런 특이한 말을 한 것일까? 이것을 단순히 이 사람의 독특한 어투로 넘길 수 없는 이유는, 예수님의 응답에서 분명히 확인할 수 있다. 문둥병자의 요청에 예수님은 이렇게 대응하셨다. “내가 원하노니 깨끗함을 받으라(13절).”
문둥병자의 말 ‘원하시면’이란 표현에는 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이 사람은 자신의 병을 치료해달라고 하지 못한 이유가 있다. 유대인에게 문둥병은 하나님으로부터 저주 받은 자의 표상이다. 그래서 본인이 낫고 싶다고 해서 나을 수 있는 병이 아니고 하나님이 치료해 주실 때만 나을 수 있는 병으로 인식하고 있다.
그래서 이 병자는 감히 자신이 병 낫기 원한다는 말을 하지 못하고 ‘주여 원하시면 나를 깨끗케 하실 수 있나이다.’라고 말한 것이다. 그러니까 이 말 속에는 예수님의 주 되심을 고백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즉 ‘당신은 주님이기에 당신이 원하시면 이 더러운 저주에서 저를 해방시킬 수 있잖아요?’라는 말을 한 것이다.
이 문둥병자의 고백을 예수님은 그대로 수용하셔서 “내가 원하노니 깨끗함을 받으라.”고 응답을 하셨다. 이것이 바로 죄를 용서하시는 주님과 죄인이 만난 표본이다. 즉 은혜의 해를 전파하신 메시아의 사역인 것이다.
이제 중풍병자 이야기로 넘어가자. 이 사람은 침상에 누운 채 사람들에게 이끌려 예수님 계신 곳까지 오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너무 많은 사람이 예수님께 몰려와 접근하는 일이 쉽지 않아 지붕에 올라가 기와를 벗기고 병자를 침상 채 예수님 앞에 달아 내렸다.
우여곡절 끝에 예수님 앞에 당도한 중풍병자를 향해 예수님은 놀라운 말씀을 하셨다. “이 사람아 네 죄 사함을 받았느니라(20절).” 이 상황도 예사롭지 않다. 중풍병자는 치료받기 위해 예수님께 찾아왔는데 예수님은 ‘죄 사함’을 선언하셨으니 이게 어찌된 일인가?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던 서기관, 바리새인들은 격한 반응을 보였다. “이 참람한 말을 하는 자가 누구뇨 오직 하나님 외에 누가 능히 죄를 사하겠느냐(21절)” 이들은 백성들로부터 존경받는 지도자들로서 불합리한 일을 당하면 당연히 항변하고 잘못을 지적해야 할 위치에 있는 사람이기에 이런 반응이 지극히 당연한 것이다.
그런데 이들의 말에 대응하시는 예수님은 더 엄청난 말씀을 쏟아내셨다. “인자가 땅에서 죄를 사하는 권세가 있는 줄을 너희로 알게 하리라(24절).” 이 말씀은 핵폭탄보다 더 큰 충격이었다. 예수님이 스스로 하나님이라고 선언하신 것이다.
유대인에게 하나님은 절대적인 분이다. 그런데 예수님은 그런 자들 앞에 스스로 자신이 하나님임을 선포하신 것이다. 겉으로 드러난 환경은 환자와 예수님이 만나는 것으로 보이지만 실상은 죄를 사하시는 주님과 죄인이 만난 것이다. 그러니까 병자가 예수님의 능력으로 건강을 회복하는 것으로만 본다면 아무것도 본 것이 없는 것이다.
본문에 등장된 문둥병자와 중풍병자는 도저히 예수님께 나올 수 없는 자이다. 문둥병자는 사람들이 사는 진 밖에 쫓겨나 살아야 한다. 그런데 무리들이 모여 있는 곳에 나타났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일이다. 중풍병자 역시 스스로 움직일 수 없는 몸으로 사람들이 운집해 있는 예수님 곁으로 간다는 것 역시 불가능한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예수님을 만났고 병을 치료받았다.
여기에서 짚고 넘어갈 것은, 이들의 믿음과 간절함이 소원을 이룬 것으로 해석되면 안 된다. 불가능이 가능으로 바뀐 것은 오직 창조주만이 할 수 있는 능력이다. 따라서 문둥병자와 중풍병자가 주님을 만난 것 자체가 기적이고, 또 이 만남을 통해 예수님이 창조주라는 사실을 만천하에 공개하기 위해 이들은 동원된 것이다.
문둥병자를 향해 “내가 원하노니 깨끗함을 받으라.”는 말씀이나, 중풍병자에게 “네 죄 사함을 받았느니라.”라는 선언은 예수님이 하나님이심을 선포하신 것이다. 그러기에 ‘어떻게 하면 질병을 치료할 수 있을까? 죄 용서는 어떻게 해서 받지?’ 이런 시각으로 성경을 볼 것이 아니라 ‘예수님은 어떤 분인가?’를 말씀을 통해서 깨달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