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이 말씀을 마치신 후 시몬에게 명하셨다. “깊은 데로 가서 그물을 내려 고기를 잡으라(4절).” 예수님 말씀에 시몬이 응답했다. “선생이여 우리들이 밤이 맞도록 수고를 하였으나 얻은 것이 없지마는 말씀에 의지하여 내가 그물을 내리리이다(5절).”
배 위에서 군중들에게 전한 말씀이 어떤 내용이었는지는 기록하고 있지 않고, 시몬을 향해 명하신 말씀, 그리고 그 말씀에 대한 시몬의 반응을 기록하고 있다. 그러니까 본문은 예수님과 베드로의 만남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베드로는 어부로서 게네사렛 호수(일명 갈릴리 호수, 또는 디베랴 바다로도 칭함)는 그의 일터다. 그곳에서 그는 지난 밤 한 마리의 고기도 잡지 못하고 일과를 끝내면서 그물을 씻고 있었다. 이 때 예수님이 자신의 배에 올라 사람들에게 설교하셨고, 설교를 마친 후 베드로에게 고기 잡는 방법을 일러주셨다.
어부도 아닌 예수님이 어부인 베드로에게 고기 잡는 법을 말씀하신 것은 지나친 간섭으로 보인다. 그러나 베드로는 예수님의 말씀에 예의를 갖추고 순종했다. 예전에 예수님이 베드로의 집에서 그의 장모가 열병으로 앓고 있을 때 고쳐주신 적도 있고(4:38), 많은 사람들이 예수님을 따르며 존경하는 상황이기에 베드로도 예수님께 예의를 갖추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예수님 말씀에 따라 그물을 내렸는데 놀라운 결과가 펼쳐졌다. 고기가 너무 많이 잡혀 그물이 찢어질 정도가 된 것이다. 그래서 다른 배에 있는 동료에서 도움을 청해 두 배에 가득 고기를 채웠다.
예수님과 베드로의 만남은 자연스럽지가 않다. 군중들에게 설교하기 위해 베드로의 배에 오르신 것도 평범한 상황이 아니고, 또 설교 후 베드로에게 고기 잡는 법을 알려주신 것은 더더욱 어색하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베드로는 많은 고기를 잡았다.
그런데 문제는 고기를 잡은 후에 베드로가 예수님께 보인 반응이다. 베드로는 예수님의 무릎 아래 엎드려 “주여 나를 떠나소서. 나는 죄인이로소이다(8절).”라고 했다. 왜 이런 반응을 보인 것일까? 보통 이런 상황이라면 “주님, 감사합니다. 어부인 저보다 더 바다에 대해 잘 아시네요.” 이런 대화가 오고가는 것이 정상 아닌가?
보통 사람이 상상도 못할 말을 베드로가 했는데, 이것은 베드로의 머리가 보통 사람과 달라서 이런 말을 한 것이 아니라 성령이 임했기에 나오는 기이한 반응이다. 성령은 죄를 깨닫게 하신다. 그래서 베드로가 자신의 죄를 깨닫게 된 것이다.
베드로의 죄는 첫째로 예수님을 몰랐다는 것이고, 둘째는 고기 잡으려고 안간힘을 쓰며 산 것이 죄라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그래서 예수님을 향해 “주여(8절)”라고 불렀다. 처음에는 “선생이여(5절)”라고 했던 것과는 분명한 대조를 이룬다. 그리고 “나는 죄인이로소이다.”라고 했다. 자신이 죄인인 것이 드러난 것이다.
그럼 왜 베드로는 갑자기 자신을 죄인이라고 하면서 “나를 떠나소서.”라고 말한 것일까? 어부인 자신은 고기 잡는 것이 주 업무다. 그런데 예수님의 지시에 의해 많은 고기를 잡게 되었다. 그러면 예수님을 떠나라고 하기 보다는 자신의 곁에 계시기를 당부해야 하는 것 아닌가?
여기에서 성령의 역사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아야 한다. 성령이 임한 자는 자신의 죄인 됨을 깨닫게 된다. 그래서 베드로는 자신이 고기 잡으려고 안간힘을 쓰며 살아온 것 자체가 죄악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고, 그 욕망이 충족되는 상황에서 더욱 자신의 죄악이 폭로된 것이고, 그래서 더 이상 의로운 주님과 죄인인 자신이 함께 할 수 없음을 알았기에 “나를 떠나소서.”라는 말을 하게 된 것이다.
이것이 바로 예수님이 베드로를 만난 이유이다. 고기 잡는 베드로를 찾아가서 고기를 많이 잡게 해 주시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인생의 목적은 하나님을 영화롭게 하는 것임을 일깨워주신 것이다. 그래서 예수님은 베드로를 향해 이런 말씀을 하셨다. “무서워 말라. 이제 후로는 네가 사람을 취하리라(10절).”
이 말씀 또한 쉽게 납득할 수 없는 내용이다. ‘무서워 말라’고 하신 이유는, 베드로가 자신의 더러움을 발견한 후 거룩하신 예수님 앞에 있다는 자체가 두려웠다. 그러나 예수님은 죄인을 부르러 오신 분이기에 두려워할 이유가 없다. 그리고 이제 자신의 생존이 삶의 이유가 되어 사는 것이 아니라 주님의 영광을 위해 살도록 하시겠다고 일러주셨다. 그것이 바로 ‘이제 후로는 네가 사람을 취하리라.’는 말씀의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