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버나움 지역은 갈릴리와는 정 반대의 상황이 펼쳐졌다. 갈릴리에서는 예수님이 전한 말씀에 대해 ‘분이 가득하여 동네 밖으로 쫓아내어 산 낭떠러지까지 끌고 가서 밀쳐 내려 했다(29절).’ 그에 반해 가버나움에서는 ‘자기들에게서 떠나지 못하게 만류’하는 장면이 나온다.
두 지역의 상반된 모습은 예수님에 대한 정 반대의 이해 때문이었는가? 그건 아니다. 예수님을 자기 동네에서 쫓아낸 갈릴리 사람들이나 자기 동네에 계속 머물러 계실 것을 부탁한 가버나움 사람들 모두 예수님을 자신들의 유⋅불리의 관점에서 평가하고 반응했을 뿐이다.
갈릴리 사람들이 예수님을 향해 분노하며 그를 죽이려했던 이유는, 요셉의 아들인 것을 동네 사람들이 다 알고 있는데 계속 하나님의 아들이라고 거짓말한 것, 그리고 이방인이 구원을 얻고 이스라엘은 구원을 받지 못한다는 식의 설교를 했기 때문이다. 그럼 가버나움 사람들이 예수님을 자기 동네에 계속 머물기를 청한 이유는 무엇인가? 귀신을 쫓아내 주셨고, 각종 질병을 치유해 주셨으니 그것이 놀랍고 고마웠기 때문이다.
여하간 두 지역 모두 예수님에 대해 무지하기는 마찬가지고 또 자기의 이익을 생각하며 예수님을 대했다는 점에서도 차이가 없다. 그러니 예수님을 죽이려 한 자들이나, 자기 동네에 계속 머물기를 원한 자들이나 다 불신의 모습이다.
이제 귀신들린 자의 입에서 나온 말과 예수님이 보인 반응에 대해 생각해 보자. 귀신들린 자는 예수님이 누구인지 정확히 알았다. 34절에 “나는 당신이 누구인줄 아노니 하나님의 거룩한 자니이다.”라고 했고, 또 41절에서는 “당신은 하나님의 아들이니이다.”라고 했다.
건강한 사람들은 예수님이 누구인지 전혀 감을 잡지 못하는데 귀신들린 자들이 어떻게 예수님을 알아볼 수 있었을까? 그 이유는 귀신이 그 사람을 장악했기에 귀신들린 사람이 예수님을 알아본 것이 아니라 그 사람 속에 있는 귀신이 예수님을 알아 본 것이다.
그래서 예수님은 귀신들린 자의 말에 “잠잠하고 그 사람에게서 나오라(35절).”고 하셨고, 41절에서는 귀신을 ‘꾸짖으시며 저희의 말함을 허락지 아니’하셨다. 예수님이 귀신들린 자의 말을 막으시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들은 예수님이 하나님의 아들 그리스도임을 정확히 말했기에 예수님을 증거한 것 아닌가?
귀신들린 자의 입을 막으신 이유는 그들이 아무리 예수님을 그리스도라고 해도 그들의 말을 통해 예수님을 메시아로 영접할 수 없고 오히려 혼란만 야기하기 때문에 그 입을 막으신 것이다. 성령이 오시기 전에는 그 누구도 예수님을 정확히 알아볼 수 없다. 그래서 예수님은 그 때를 기다리는 것이다.
성령은 예수님이 십자가에서 죽으시고 부활하셔서 승천하신 후에 당신의 백성에게 보내신다고 약속하셨다. 그러기에 십자가 지시기 전에는 그 누구도 메시아를 알아볼 수 없기에 귀신들린 자의 말은 무의미한 말이다. 그래서 그 입을 막으셨다.
정답(예수님은 하나님이 보내신 메시아다)을 말한다고 해서 그것이 정답이 될 수 없는 이유는, 예수님이 십자가 지시고 아버지의 뜻을 다 이루어 당신의 영(성령)을 보내주셔야만 십자가의 의미를 깨닫게 되기 때문이다.
예수님 스스로 자신을 하나님의 아들이라고 밝히셨고, 귀신들도 예수님을 하나님의 거룩한 자라고 했지만 사람들은 예수님을 하나님의 아들로 믿을 수 없었다. 이것은 전혀 이상한 것이 아니다. 인간의 안목으로는 예수님이 절대 하나님의 아들일 수 없다. 갈릴리 사람들이 예수님을 평가한 그 이상의 평가를 사람들은 내릴 수 없다. 그것이 인간의 한계이다. 그래서 예수님은 사람들에게 죽임을 당했다.
사람들은 예수님이든 하나님이든 자신에게 유익하다고 판단되면 믿고 따른다. 가버나움 사람들이 예수님을 자기 동네에 계속 머물기를 요청한 이유도 그 때문이다. 그러나 예수님은 전혀 다른 관점을 제시하셨다. ‘다른 동네에서도 하나님의 나라 복음을 전하여야 한다.”이 말씀은 어느 특정 지역에 도움이 되느냐 안 되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복음 전파가 최우선 과제임을 알리신 것이다.
예수님을 영접하고 믿는다는 것은, 믿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하나님의 뜻이 펼쳐진 결과이다. ‘나를 보내신 이의 뜻은 내게 주신 자 중에 내가 하나도 잃어버리지 아니하고 마지막 날에 다시 살리는 것(요6:39)’이라고 하셨다. 그러기에 ‘영생을 주시기로 작정된 자는 다 믿는다(행13:48).’ 무엇이 문제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