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신체는 흙으로 만들어졌기에(창2:7) 결국은 허물어져 흙으로 돌아가게 되어 있다(창3:19). 이 사실을 본문은 아주 구체적으로 열거하고 있는데, 나이가 들면 허리가 구부러지고(힘 있는 자들이 구부러질 것이며), 이빨이 빠지고(맷돌질 하는 자들이 적으므로 그칠 것이며), 눈이 어두워지고(창들로 내어다 보는 자가 어두워질 것이며), 귀가 잘 들리지 않고(음악 하는 여자들은 다 쇠하여질 것이며), 얼굴에 검버섯이 피고(살구나무가 꽃이 필 것이며) 그러다가 결국은 죽게 된다(영원한 집으로 돌아가고 조문자들이 거리로 왕래하게 됨이라)는 것이다.
이것은 너무도 당연한 이야기인데 왜 새삼스럽게 거론하는 것일까? 그것은 분명한 이유가 있다. 너도 나도 결국은 죽는데 인간들은 마치 영원히 살 것처럼 생각하며 살아가기에 아직 죽음이 찾아오기 전, 젊고 힘이 있을 때에 그 마지막을 기억하며 살라는 것이다.
그리고 육신의 죽음으로 끝이 아니라 그 이후 부활해서 새로운 삶이 시작된다는 사실 또한 깨우쳐 주기를 원한다. 즉 육신이 출생해서 죽는 날까지 살아가는 과정은 소멸의 과정이며, 이 소멸 이후에 새로운 삶이 출발한다는 것이다. 이것을 히브리서 9장 27절에서는 이렇게 표현하고 있다. “한번 죽는 것은 사람에게 정하신 것이요 그 후에는 심판이 있으리니”라고.
이런 분명하고 확실한 창조자의 뜻이 드러났음에도 우리는 그 뜻을 외면하며 살아가고 있다. 소멸해 가는 육신을 지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이 육신의 삶이 평안하고 안락하면 그것이 마치 성공적인 삶인 것처럼 여기며 산다. 이것은 하나님이 창조하신 뜻을 왜곡하는 것이며, 어리석은 짓이다. 약하고 허물어져 가는 육신을 보면서 영원히 쇠하지 않고 소멸되지 않는 생명을 바라보라고 하신 하나님의 뜻은 외면하고, 소멸해 가는 몸을 유지 보존하려고 발버둥치며 안타까워하는 모습이 참으로 우습다.
육신의 세계 너머에 있는 부활의 세계는 더 이상 소멸과 죽음이 없다. 그러나 이 세계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육신의 생명이 죽어야만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육이 차츰 허물어져 가는 것을 반겨 맞을 일이지 결코 회피하거나 외면할 일은 아닌데, 왜 사람들은 죽음을 두려워하는 것일까?
그것은 바로 범죄한 인간은 뭔지 모를 불안과 공포 속에서 살아가기 때문이며, 또 부활의 세계를 믿지 못하고 육신의 세계가 전부인 것처럼 착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땅이 전부이고, 이 육신이 전부이기에 어떻게 하든 이것들을 조금이라도 더 오래 유지하고 보존하면서 살고 싶은 것이다.
만약 부활의 세계가 모든 이들이 다 하나님과 함께 영화롭게 사는 것이라면 아무 문제없다. 그러나 영원한 형벌을 위해 부활하는 생명이 있다는 사실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즉 두 종류의 부활이 있다는 것이다. 하나는 주님과 더불어 천국에서 영생하는 생명의 부활이고, 둘째는 지옥 형벌을 받으며 영원히 살아야 하는 심판의 부활이다(요5:29 참조).
생명의 부활로 다시 태어날 자는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피로 용서 받은 생명이다. 이들은 창조자의 뜻을 깨닫게 되어 자신의 부서져 가는 신체를 보면서 새로운 세계를 꿈꾼다. ‘썩은 것으로 심고 썩지 아니할 것으로 다시 살며, 욕된 것으로 심고 영광스러운 것으로 다시 살며, 약한 것으로 심고 강한 것으로 다시 살며, 육의 몸으로 심고 신령한 몸으로 다시 살’(고전15:42-44) 것을.
비록 우리 몸이 나약하고 허물어져 가는 몸이지만 이 몸은 하나님의 형상으로 만들어진 몸이다. 이 말은 우리 몸이 소중하다는 것을 말함이 아니라, 우리 몸을 통해 예수 그리스도의 영광을 드러내고 하실 일을 보여주는 몸이라는 의미이다. 그런 목적을 위해 지음 받은 몸인데 우리는 내 몸 편함을 목적으로 몸을 움직이며 살아간다. 예수님 때문에 태어났고, 예수님 때문에 살고, 예수님 때문에 죽고, 예수님 때문에 부활할 몸인데 그것을 외면하고 있다.
그래서 전도자는 안타까운 마음으로 ‘청년의 때, 곤고한 날이 이르기 전, 나는 아무 낙이 없다고 할 해가 가깝기 전에 너의 창조자를 기억하라.’고 외치고 있다. 마냥 기다려 줄 것 같은 생명이 언제 끝날지 우리는 모른다. 그러기에 지금 이 시간 창조자를 기억하며, 내 신체를 통해 하나님이 보여주시고자 하는 뜻을 깨달으며 살아야 한다.
시작과 끝을 아는 자, 자기 몸이 예수 그리스도를 드러내기 위한 몸임을 깨달은 자는 사라질 세상 모두가 헛되고 헛됨을 안다. 그 대신 영원한 생명, 새 하늘과 새 땅만이 우리가 소망할 곳임을 알고, 그곳으로 우리를 부르기 위해 십자가를 지신 그분의 사랑을 감사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