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은 모압, 에돔, 블레셋의 멸망을 예언한 말씀인데, 이들은 이스라엘 주변을 둘러싼 나라로 호시탐탐 이스라엘을 괴롭히고 못살게 굴었던 나라다.
먼저 모압이 멸망하는 이유부터 살펴보자. 8절에 “모압과 세일이 이르기를 유다 족속은 모든 이방인과 일반이라 하도다.”라고 했다.
세일은 모압 땅에 거주하는 소수 민족이기에 그냥 모압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런데 이들이 멸망하는 이유가 ‘유다 족속이 이방인과 다르지 않다’고 여긴 것 때문이라니 좀 의아하다.
사람들의 시각으로는 모압이나 이스라엘이나 같은 인간이기에 다를 것이 없다. 하지만 하나님은 그렇게 보지 않으신다. 이스라엘은 하나님이 자기 영광을 위해 택한 백성이다. 그러기에 다른 나라 백성과는 결코 같은 사람일 수 없다.
구약에서 이스라엘이 하나님의 택한 백성이라면 신약에서는 교회가 하나님의 백성이다. 그래서 사도행전에서 교회를 설명할 때 ‘하나님이 자기 피로 샀다(행20:17)’고 하셨다.
하나님이 자기 목숨을 주고 산 백성과 그렇지 않은 자를 어찌 같다고 할 수 있겠는가? 이런 관점에서 모압이 이스라엘을 다른 족속과 일반(같음)으로 여긴 것이 하나님의 심판 대상이 됨은 지극히 당연하다고 하겠다.
다음은 에돔이 멸망한 이유를 보자. 12절에 “에돔이 유다 족속을 쳐서 원수를 갚았고 원수를 갚음으로 심히 범죄하였도다.”라고 했다.
에돔은 에서의 후손인데, 에서가 어떤 자인가? 야곱과 쌍둥이 형제이고 정확히 말하면 야곱보다 먼저 태어났기에 야곱의 형이다.
그런데 그는 태어나기도 전에 동생을 섬겨야 할 자로 정해졌고, 결국 동생에게 팥죽 한 그릇에 장자의 명분을 팔았고, 아버지는 동생 야곱에게 축복했고 자신은 축복받지 못했다. 그러니 야곱(이스라엘)을 원수로 여길 수밖에 없었고, 그 후손 또한 그런 삶을 살았다.
그런데 이스라엘(하나님의 백성)을 원수로 생각하고 원수를 갚았다는 것이 그들이 멸망 당해야 할 이유다. 이것 또한 에서의 입장에서 생각하면 억울한 면이 있다. 그러나 하나님이 야곱을 세워 큰 자로 삼고 그를 통해 언약하셨으니 누가 하나님의 하시는 일에 불평할 수 있겠는가?
사람들이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 박아 죽인 이유가 바로 자신의 원수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예수님의 모든 말씀이 사람들을 죄인으로 몰아세우고, 또 저주와 심판이 합당한 자로 규정하셨다.
유대의 종교 지도자(제사장, 서기관, 바리새인)들을 전혀 특별한 자로 인정하지 않고 모조리 사단의 종이라고 하셨고, 하나님을 알지 못하는 자라고 하셨다. 그것도 모자라 세리, 창기, 문둥병자를 천국에 갈 자라고 하셨다. 그러니 사람들은 예수님을 원수로 여길 수밖에 없었다.
예수님을 십자가에서 죽인 자들은 예수님의 제자 가룟 유다를 비롯해서 당시 대제사장과 지도자들, 그리고 일반 백성들, 또 이방나라 군병과 지도자 헤롯 등 모든 인류가 합심해서 예수님을 원수로 여겨 처단했다. 이것이 인간들이 하나님께 심판받을 결정적인 이유다.
마지막으로 블레셋의 멸망 이유를 보자. 15절에 “블레셋 사람이 옛날부터 미워하여 멸시하는 마음으로 원수를 갚아 진멸코자 하였도다.” 이렇게 되어있다.
블레셋은 이스라엘이 가나안 땅을 차지하기 전부터 그곳에 산 자들이다. 그러니까 블레셋 사람들의 입장에서 이스라엘을 생각하면 그들은 굴러온 돌이다. 애굽에서 나온 자들이 자기 땅에 침입해 와서 자신들을 쫓아내려 했으니 당연히 그들은 이스라엘을 원수로 생각할 수밖에 없지 아니한가?
그런데 하나님은 ‘블레셋 사람들이 옛날부터 (이스라엘을) 미워하여 멸시하는 마음으로 원수를 갚아 진멸코자 하였다’는 이유로 그들을 진멸하겠다고 하신다.
이 말씀도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뽑는다’라는 속담에 딱 어울리는 상황이 바로 이런 경우다. 왜 남의 땅에 들어와 원주민을 몰아내려 하는가? 이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런데 하나님은 이스라엘을 미워하고 멸시하여 원수를 갚으려 했다는 이유로 그들을 진멸하겠다고 하신다.
인간은 하나님이 하시는 일을 이해하지 못한다. 계속 자기중심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자기는 창조주가 아닌 피조물임에도 스스로 창조주의 자리에 앉아 자기중심으로 모든 일을 판단하고 있으니 하나님이 하시는 일을 이해할 수 없고, 이해는커녕 하나님이 무자비한 폭군으로 보일 뿐이다.
하나님을 믿고 그분의 말씀에 순종하는 것은 인간의 능력으로는 불가능한 일이다. 그러기에 하나님은 아들을 보내셔서 자기 백성이 받을 저주를 대신해서 십자가에서 죽으심으로 그들을 구원하셨다. 이 방법 외에 달리 구원 얻을 방법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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