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잠언을 읽으면서 좋은 교훈집이나 수준 높은 윤리를 대하듯 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생각을 갖는 것이 무리는 아니다. 왜냐하면 잠언에 나오는 구절들을 보면 너무도 윤리적이고 교훈적인 내용들로 채워져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성경은 그 어떤 구절이라도 세상에서 살아가는 처세술이나 합당한 인간관계를 설명하는 것은 아니다. 성경은 온전히 예수 그리스도를 전하는 것이며, 그분을 나타내고 보여주는 것들로 채워져 있다.
그렇다면 잠언을 통해 어떻게 예수 그리스도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까?
우선 잠언은 솔로몬 왕이 그 아들 르호보암에게 전하는 생명의 말씀이다. 이 말씀은 솔로몬 개인의 지혜와 학식에서 나온 것이 아니며, 또 그가 세상살이를 하면서 쌓은 경험에서 우러나는 것을 자기 대를 이어 왕이 될 아들에게 교훈하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면 솔로몬이 아들에게 전하는 말씀은 어디에서 나온 것인가?
이 말씀의 출처는 바로 하나님이다. 하나님께서 솔로몬에게 말씀하신 내용 그대로를 그는 자기 아들에게 전하는 것이다. 열왕기상 6장 12-13절을 보면 잘 나와 있다. “네가 이제 이 전을 건축하니 네가 만일 내 법도를 따르며 내 율례를 행하며 나의 모든 계명을 지켜 그대로 행하면 내가 네 아비 다윗에게 한 말을 네게 확실히 이룰 것이요 내가 또한 이스라엘 자손 가운데 거하며 내 백성 이스라엘을 버리지 아니하리라 하셨더라”
그러니까 솔로몬은 하나님의 말씀을 직접 받고도 그 말씀대로 살지 못해 방탕과 나태한 생활을 일삼았다. 그러다가 이스라엘과 친하게 지냈던 가까운 이웃 나라가 대적이 되고, 또한 그의 충성스런 신하가 반역을 일으키는 사태가 발생한다.
이런 어려움을 겪고서야 솔로몬을 정신을 차리는데, 이 때 그는 자신의 어리석음을 뉘우치며 그 아들 르호보암에게 하나님께서 예전에 자신에게 주신 말씀을 떠올리며 그 말씀을 꼭 순종하는 그런 왕이 되어 하나님이 맡기신 이스라엘을 잘 다스려주기를 바라면서 잠언을 기록한 것이다. 그러니까 이런 말씀을 단순한 교훈집이나 윤리 책으로 여긴다면 큰 오해를 한 것이다.
이제 잠언에 나오는 몇 구절 말씀을 보면서 잠언 읽기를 시작해 보자.
1장 7절 말씀에 “여호와를 경외하는 것이 지식의 근본이어늘 미련한 자는 지혜와 훈계를 멸시하느니라”고 기록하고 있다. 여기에서 여호와를 경외하는 것은 다른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주신 언약의 말씀을 기억하는 것이다. 만약 이 말씀을 업신여기는 자(지혜와 훈계를 멸시하는 자)가 있다면 이런 자가 바로 미련한 자인 것이다.
2장 16-19절 말씀에 “지혜가 또 너를 음녀에게서, 말로 호리는 이방 계집에게서 구원하리니 그는 소시의 짝을 버리며 그 하나님의 언약을 잊어버린 자라 그 집은 사망으로, 그 길은 음부로 기울어졌나니 누구든지 그에게로 가는 자는 돌아오지 못하며 또 생명 길을 얻지 못하느니라”는 말씀이 있는데, 여기에서 “지혜”는 역시 하나님의 언약의 말씀이다. 이 말씀이 음녀와 이방 계집에게서 구원한다고 했는데, 이 음녀는 다름 아닌 다윗의 집을 배반하고 떨어져 나간 여로보암의 무리들이다. 이렇게 다윗의 집을 떠나 10지파가 새로운 분열 왕국을 세우는데 결국 그들은 멸망하고 만다는 것이다.
4장 1-9절 말씀에, “아들들아 아비의 훈계를 들으며 명철을 얻기에 주의하라 내가 선한 도리를 너희에게 전하노니 내 법을 떠나지 말라 나도 내 아버지에게 아들이었으며 내 어머니 보기에 유약한 외아들이었었노라 아버지가 내게 가르쳐 이르기를 내 말을 네 마음에 두라 내 명령을 지키라 그리하면 살리라 지혜를 얻으며 명철을 얻으라 내 입의 말을 잊지 말며 어기지 말라 지혜를 버리지 말라 그가 너를 보호하리라 그를 사랑하라 그가 너를 지키리라 지혜가 제일이니 지혜를 얻으라 무릇 너의 얻은 것을 가져 명철을 얻을지니라 그를 높이라 그리하면 그가 너를 높이 들리라 만일 그를 품으면 그가 너를 영화롭게 하리라 그가 아름다운 관을 네 머리에 두겠고 영화로운 면류관을 네게 주리라 하였느니라”는 말씀에서 우리는 솔로몬이 아들 르호보암에게 당부하는 내용이 새로운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로부터 들은 말씀이며, 또 아버지 다윗으로부터 들은 말씀임을 확인하게 되는 대목이다.
16장 9절에 “사람이 마음으로 자기의 길을 계획할지라도 그 걸음을 인도하는 자는 여호와시니라”는 말씀이 있는데, 이 말씀 역시 인간의 소망과 목적대로 일이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언약하신 대로 만사가 이뤄진다는 말씀이다.
18장 24절에 “많은 친구를 얻는 자가 해를 당하게 되거니와 어떤 친구는 형제보다 친밀하니라”는 말씀이 있는데, 여기에서 친구도 예수 그리스도를 지칭한다. 세상 친구를 잘 사귀자는 말씀이 아니다. “도울 힘이 없는 인생도 의지하지 말라”(시146:3)는 말씀처럼 세상 친구를 의지하는 자는 어리석은 자이다. 우리는 영원한 친구 되신 예수님을 의지해야 한다. - “사람이 친구를 위하여 자기 목숨을 버리면 이에서 더 큰 사랑이 없나니 너희가 나의 명하는 대로 행하면 곧 나의 친구라”(요15:14)
우리는 흔히 “지혜”라고 하면, 세상만사를 현명하게 판단해서 이익이 되는 것은 취하고, 손해가 나는 것은 피하는 것을 지혜로 여긴다. 그러나 잠언에 나오는 지혜는 여호와의 말씀을 경외하므로 순종하는 것이고, 그분의 언약을 믿는 것이 지혜이다.
따라서 지혜는 하나님의 언약에 따라 장차오실 예수 그리스도이며, 지혜의 근본이신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성도는 생명을 얻을 수 있고, 악한 사단의 권세에서부터 구원받을 수 있다. - “지혜가 너를 음녀에게서, 말로 호리는 이방 계집에게서 구원하리니”(2:16)
이제 잠언이 어떤 목적으로 기록된 말씀인지, 그리고 잠언에 기록된 말씀은 어떤 내용인지 살폈다. 더 이상은 잠언을 격언집이나 교훈집으로 생각하는 어리석음에서 벗어나자. 지혜, 명철, 지식 이 모두가 세상적인 개념과는 차이 나는 독특한 개념들이다. 모두가 하나님의 언약의 말씀에 기초해서 그것을 의지하고, 믿고, 기다리는 것이 성도의 지혜로운 삶이며, 그런 자가 명철한 자이고, 이 언약을 아는 자가 참 지식을 소유한 자이다.
이런 것들을 소유해서 세상에서 높아지고, 물질도 모으고, 평안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뜻이 아니라, 이 언약의 말씀에 성도의 생명이 있다는 것이다. 즉 이것 외에 그 무엇도 성도의 기대와 소망은 될 수 없다는 말씀이다.
이런 관점에서 차분히 잠언 말씀을 읽으면서 복된 하나님의 약속을 항상 기억하는 자가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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