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지자를 향한 하나님의 지시는 우리의 예상을 초월하는 참으로 희한한 것이었다. ‘밀, 보리, 콩, 팥, 조, 귀리를 한 그릇에 담고 떡을 만들어 모로 누워 390일 동안 먹되, 하루에 20세겔(228g), 물은 힌 십분 일(2컵 정도)씩 마시고, 떡은 인분 불을 피워 구우라’는 내용이다.
그러면서 덧붙여 하신 말씀이 “내가 열국으로 쫓아 흩을 이스라엘 자손이 거기서 이와 같이 부정한 떡을 먹으리라(13절).”는 것이었다.
도대체 왜 하나님은 선지자에게 이런 이상한 명령을 내리신 것일까? 그 이유는 너무도 단순하다. 예루살렘에 거하는 백성들의 죄악을 심판하시려고 극심한 궁핍을 당하게 하실 것을 선지자 에스겔의 삶을 통해 미리 보여 주시려는 것이다.
선지자라면 하나님의 말씀을 받아 백성들에게 전하면 되는 것 아닌가? 백성들이 듣기 원하는 말을 전하는 것이 아닌 하나님이 주신 말씀을 가감 없이 전하는 것만으로도 그 일이 벅차고 힘겨운데, 한술 더 떠서 고통스러운 삶을 살도록 지시하셨다.
이것은 죄를 범한 자들에게 하나님이 내리시는 심판을, 그리고 장차 오실 예수님의 모습을 미리 보여주시는 것이다.
하나님의 지시에 대해 에스겔은 이런 반응을 보였다. “오호라 주 여호와여 나는 영혼을 더럽힌 일이 없었나이다 어려서부터 지금까지 스스로 죽은 것이나 짐승에게 찢긴 것을 먹지 아니하였고 가증한 고기를 입에 넣지 아니하였나이다(14절).”
그래서 하나님은 선지자의 요청을 들어주셨다. “쇠똥으로 인분을 대신하기를 허하노니 너는 그것으로 떡을 구울지니라(15절).”라고.
본문을 보면서 우리는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죄를 이렇게도 싫어하시는 분이 하나님이구나. 그리고 죄에 대한 하나님의 징벌이 참으로 무섭구나. 또 선지자의 삶은 개인의 행복은 전혀 꿈꿀 수 없는 것이구나.’ 등등.
하나님과 에스겔이 주고받는 대화에서도 다양한 생각이 떠오른다. 먼저 에스겔을 보면, 자신은 어릴 때부터 율법을 어기지 않고 살았다는 점을 하나님께 당당히 이야기하고 있다. 엄청난 하나님의 지시에 대해 이런 정도의 반응은 아주 공손한 태도이다.
만약 우리가 하나님으로부터 이런 지시를 받았다면 이런 반응이 나왔을 것 같다. “제가 왜 이런 고난의 삶을 살아야 합니까? 선지자는 하나님이 주신 말씀을 대언하는 자인데 부정한 음식을 불편한 자세로 390일 동안 먹어야 한다니 이건 너무 심한 것 아닙니까? 그리고 맛도 없는 잡곡을 섞어 먹으라 하시고, 식사량이 굶어 죽지 않을 정도만 먹으라고 하시니 젊은 저로서는 참으로 감당하기 힘들 것 같습니다. 또 인분으로 불을 피워 떡을 구우라니요? 이게 도대체 거룩하신 하나님의 입에서 나올 말씀입니까? …”
하나님 앞에 인간은 죄인일 뿐이다. 에스겔도 예외는 아니다. 늘 자신의 입장에서 하나님의 말씀을 생각할 뿐 하나님의 입장에서 생각하지 못한다.
하나님이 일하시는 방식은 인간들의 완악함을 있는 그대로 폭로해서 알려주신다. 그리고 죄에 대한 무서운 심판이 주어질 것을 또한 말씀하신다. ‘죄의 삯은 사망’이라고.
그런데 여기에 선지자(인자)가 등장하고, 백성들이 죄를 범했는데 선지자가 죄의 형벌을 당하는 모습을 그려주셨다. 이것은 하나님이 자기 백성의 죄를 아들에게 담당시키실 것을 약속하신 것이고, 이 일을 통해 자기 백성의 죄를 씻어 주실 것을 언약하신 것이다.
이런 하나님의 언약을 알지 못한 자의 삶은 어떻게 펼쳐질까? 이 또한 하나님은 성경 말씀을 통해서 잘 보여주셨다.
이스라엘 백성들을 보라. 선지자를 보내 하나님의 뜻을 알려주셨건만 그들은 선지자를 줄로 동여매어 움직이지 못하게 했다(3:25). 패역한 자들의 하나님을 향한 반응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것이다.
인간들의 꿈과 소망은 사단이 심어놓은 망상이다. 그러기에 반드시 무너져야 하고 철거되어야 한다. 하지만 인간은 스스로의 힘과 능력으로 자신이 쌓은 바벨탑을 허물지 못한다. 그래서 주님께서 허물어 주신다.
이스라엘 백성들은 단 하루도 평안하고 안락한 생활을 한 적이 없다. 염려와 근심, 걱정, 고통과 수모와 절망의 나날이 이어졌다. 그 이유가 무엇인가? 죄인의 꿈은 허물어져야 하기에 주님이 그 일을 지속하셨고 그래서 그들은 눈물과 통곡의 세월을 보내게 된 것이다. “우리의 연수가 칠십이요 강건하면 팔십이라도 그 연수의 자랑은 수고와 슬픔뿐이요 신속히 가니 우리가 날아가나이다(시90:10).”
이것이 바로 하나님의 은혜요 사랑이다. 나의 꿈은 무너지고 주님의 약속이 이뤄지는 것만이 유일한 소망이기에 주께서 우리의 것을 빼앗아 가신다.
예수님이 십자가 지시기 전 아버지 하나님께 기도하신 내용은 “나의 원대로 마옵시고 아버지의 원대로 하옵소서(마26:39)”라는 것이었다. 왜 이런 기도를 하신 것일까? 아버지의 뜻만이 백성을 살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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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겔 12:17-28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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